국제 형사 재판소는 왜 네타냐후 수상의 체포 영장을 청구했을까? ①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8-29)

시모야치 나오下谷內奈緖
도쿄대학 법학부 학사(1998년), 영국 브래드퍼드Bradford 대학 석사(2000년), 도쿄대학 대학원 박사(2017년).
쓰다주쿠津田塾大学 대학 학예학부 국제관계학과 강사.
저서로는 『국제형사재판의 정치학 ― 평화와 정의를 둘러싼 딜레마』가 있으며, 공저로는 『평화학 사전』,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NHK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4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2024년 5월 20일, 국제 형사 재판소의 카림 칸Karim Khan 주임 검사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와 이스라엘에서의 전투를 둘러싸고, 하마스 간부와 이스라엘 정부 수반이라는 쌍방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밝혔다.

체포 영장이 청구된 대상은, 하마스 쪽은 최고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Ismāʿīl Hanīyah, 군사 부분 수장인 모하메드 데이프Muḥammad al-Ḍayf, 가자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 등 세 명으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폭격으로 민간인 살해와 인질 구속 등이, 인도에 반하는 범죄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믿기에 충분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되어 있다.

주목을 끈 것은, 이스라엘 쪽에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국방 장관과 나란히 네타냐후 수상이 포함된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가자 지구를 완전히 봉쇄해 지원 물자의 반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점, 가자 지구 주민을 향한 대규모 공격이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구성하는 점 등이 열거되어 있다.

보도와 SNS로 가자의 학교와 병원을 포함한 민간 시설의 끔찍한 파괴를 접해 온 우리에게,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최고 책임자인 네타냐후 수상에게 체포 영장이 청구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의 성명을 발표한 카림 칸 주임 검사의 굳건한 표정에는, 체포 영장의 청구에 예사롭지 않은 결의가 서려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그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 것이리라.
 
이스라엘의 우방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미국 정부가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하마스 간부와 이스라엘을 동렬로 취급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이스라엘 정부 수반에 대한 체포 영장 청구를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홀로코스트 역사로 이스라엘에 부채 의식을 느껴온 독일도 같은 모양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그 뒤 6월 초에 연방하원에서 국제 형사 재판소 관계자에 대한 제재를 가능케 하는 법안도 가결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정부가 국제 형사 재판소의 체포 영장 청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는다.

단적으로 말하면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이스라엘 정부 수반에 대한 체포 영장 청구가 미국 같은 대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을 잘 알면서, 그렇더라도 법의 공평한 적용을 실현하기 위해 엄숙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가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이 태도에 놀라워하는 것은, 여전히 힘이 버젓이 통용되는 국제 사회에서 법을 집행하는 일이, 얼마나 곤란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글에서는 먼저 국제 형사 재판소가 어떤 재판소인가에 대해 확인한 뒤, 요 몇 해 검찰국 내부 개혁과 국제 형사 재판소와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살펴보고, 국제 형사 재판소가 얼마나 이 난제를 회피하지 않으려 하는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국제 형사 재판소가 공표한 것은 검찰국이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이며, 체포 영장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체포 영장이 나올지 여부는, 예심 재판부로 불리는 공판 전 조사를 주로 행하는 부서의 재판관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국제 형사 재판소에는 체포 영장을 청구는 물론, 체포 영장을 발부를 공표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이제까지도 극비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던 사례는 여러 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국제 형사 재판소가 수사 개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일 뒤에 공표되었는데, 주임 검사가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했던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은, 체포 영장 발부가 공표된 성명에서이다.

카림 칸 주임 검사가 이번에 체포 영장 발부가 결정되기 전, 청구 단계에서 공표한 것은 이례적이며, 그 자체에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 국제 형사 재판소란?

국제 형사 재판소는 2002년에 설립된,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범죄’를 범한 개인을 재판하는 형사 재판소다. 본부는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설치되어 있다. 가장 중대한 범죄란, 전쟁 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 제노사이드, 침략 범죄 등 4가지다.

같은 가자의 위기적 상황을 둘러싸고서, 국제 사법 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게 가자 지구 남부의 라파Rafah에 대한 공격의 즉시 정지와 지원 물자 반입을 요구하는 잠정 명령을 내려 왔지만, 국제 사법 재판소가 국가 간의 다양한 분쟁 처리를 다루는 유엔 산하의 주요 기관인데 반해, 국제 형사 재판소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형사 책임을 추궁하는 형사 재판소로, 유엔에서는 독립되어 있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주로 세 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① 수사와 소추를 행하는 ‘검찰국’, ② 재판을 행하는 ‘재판부’(예심 재판부, 제1심 재판부, 상소 재판부), ③ 재판 기록 작성과 번역 외에, 증인 보호와 피해자의 법정 참가 지원 등 법정 지원을 행하는 ‘서기국’이다.

여기에 더해 재판관 가운데 호선으로 선발된 소장과 부소장(2명)이 ‘재판 소장 회의’를 구성해, 재판소의 운영과 대외 관계를 담당한다. 이 소장에 올해 3월,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검찰관 출신의 아카네 도모코赤根智子가 선출되어 취임했다.

재판관은 18명으로, 지리적 공평성, 성별 균형, 출신지 법체계 균형을 고려해, 조약을  체결한 체결국에서 선출된다. 임기는 9년이다. 같은 임기 9년의 주임 검사도 체약국에서 선출된다.

이밖에 국제 형사 재판소에는, 세계 각지 100개국에서 모인 9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일본인은 열몇 명이지만, 2007년 10월에 가맹한 일본이 국제 형사 재판소의 최대 자금 갹출국인 점을 감안해 분담하고 있는 금액의 비율로 산출하면, 앞으로 30명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6월에 귀국한 아카네 소장은 “나는 일본의 검사 출신으로, 귀국 자녀(부모의 장기 해외 근무로 외국 학교에서 수학한 자녀 – 역주)도 해외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지만,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18명이 있는 재판관 가운데서 신뢰를 얻어 소장에까지 선발될 수 있다는 것을 호소하며, 특히 젊은 분들이 자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상설 국제 형사 재판소를 만드는 시도는 제2차 대전 직후부터 있었지만, 국제 형사 재판소를 설립하는 조약(로마의 외교 회의에서 채택되어 ‘로마 규정’으로 불린다)이 채택되었던 것은 1998년이다. 냉전 종결 뒤에 분출한 내전의 대응에 애를 먹었던 유엔 안보리가, 옛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사태에 잠정적 국제 형사 법정을 설치한 뒤, 가까스로 상설 국제 형사 재판소를 설치하는 기운이 고조되었다.

국제 형사 재판소의 활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국제 형사 재판소는 관할하는 범죄가 발생한 혐의가 있는 모든 사태를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은 각각의 국가가 재판하는 것이 상정되어 있다. 이것은 국가를 주요한 구성단위로 삼는 근대 이후의 국제 사회의 방식을 답습한 것으로, 국제 형사 재판소는 해당 국가에 “수사 또는 소추를 진실로 행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는 경우”(로마 규정 제17조 제1항)에만, “국가의 형사 재판권을 보완”(로마 규정 제17조 제1항)하는 형태로 활동한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말하자면, 국가의 지원 기관으로 설치된 것이다.

더욱이 조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 형사 재판소는, 원칙으로 조약 체결국에서 발생한 범죄든가, 조약 체결국의 국적을 가진 피의자에 대해서만 수사와 소추를 할 수 있다. 국제 형사 재판소 조약 체결국은 2024년 5월 말 현재, 124개국이다. 유엔 가맹국이 193개국인 점을 상기하면, 국제 형사 재판소 조약 체결국 수를 많다거나 적다고 하는 것은 미묘하다. 그러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주된 ‘대국’이 가맹하지 않은 점과 중대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독재 체제’ 국가 가운데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가운데 국제 형사 재판소에 가맹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뿐이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가맹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태에 관해 말하자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 가맹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애당초 국제 형사 재판소 조약 체결국이 부담하는, 수사와 소추에 협력할 의무(로마 규정 86조)를 부담하지 않는다. 특필되는 것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국제 형사 재판소의 조약 체결 ‘국가’가 되어 있어, 그로 인해 국제 형사 재판소는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 수사와 체포 영장 청구를 행할 수 있었지만, 그 경위에 대해서는, 제3절에 살펴보기로 한다.

또한 국제 형사 재판소에는 안보리의 회부에 따라 국제 형사 재판소가 수사와 소추를 행할 수 있는 길이 잔존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안보리가 일치해 사태를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국제 형사 재판소는 우리가 통상 “형사 재판”이라고 듣고 상정하는 국내의 검찰과 재판소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독자의 경찰 조직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와 체포에 관계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다양한 제약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 생기는 가장 잔혹한 범죄의 수사와 처벌을 행해야 하는 것이다.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