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의 종말과 새로운 전후 ②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8-09)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1975년생. 도시샤 대학 정책학부 교수. 전공은 비교정치학․유럽 정치.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 프․일 재단 Research Associate.
『미테랑 사회당의 전환 ― 사회주의에서 유럽 통합으로』, 『2대 정당제 비판론 ― 또 하나의 데모크라시로』, 『포퓰리즘을 생각하다 ― 민주주의에 대한 재입문』,  『감정의 정치학』, 『after Liberal ― 분노와 증오의 정치』, 『제비뽑기 민주주의 ― 정치에 혁신을 일으키다』 등의 저서가 있다.

■ 패권의 ‘퇴폐’

각 나라는, 패권국이 제공하는 공공재에 ‘무임승차free ride’하는 유혹에 사로잡혔다. 따라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는 처벌되어야 했다. 이것은 트럼프, 바이든 정권의 동맹국의 군사 부담액 증액 요구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무임승차’ 상황을 역이용해, 패권국에 도전하는 나라도 나온다. 이것은 글로벌 경제와 WTO 가맹으로 발전한 중국이나 인도라는 존재를 설명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일국의 패권은 계속되기 곤란해진다.

정확을 기하면, 패권 교대론에서는, 패권국에 대항하는 도전 국가가 그대로 새로운 패권국이 되는 건 아니다. 전쟁이 패권국과 도전 국가 쌍방에게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의 패권에 도전한 나라는 독일이며, 영국의 패권에 미국이 도전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광의의 동맹 안에서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미국이 냉전을 이겨냄으로써 가속된 패권은, 국력의 불균등한 배분을 가능하게 하여, 잠재적인 패권 대체 국가를 눌러 버렸다.

문제는 미국을 대신할 패권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패권국은 군사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데올로기적인 공공재를 동맹국에 제공해야 한다. 적어도 중국이 미국과 엇비슷할 정도의 경제적 편익,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 엇비슷한 가치를,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은 못 된다. 애당초 정치 접근성이 폐쇄적이며, 경제 시장이 정부․부자에 의한 수탈 대상이 되어 있는 경우, 그 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여지는 크지 않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지만, 패권 안정론과 이행론의 식견을 빌리자면, 특정국의 패권이 저하하고, 대체 패권이 태어나기까지의 기간이 가장 불안정, 바로 전쟁이 일어나기 쉬운 시기가 된다. 인과 관계는 없다 해도,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는 미군의 비극적인 아프가니스탄 철수(2021년 8월)가 있었다. 가자 침공에 관해 말하자면, 거듭된 경고와 교섭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2024년 4월)이 있었지만, 1991년 걸프만 전쟁 때, 미국이 이라크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를 번복시켜(네타냐후 수상은 당시 외무 차관의 지위에 있었다), 실패로 끝났지만, 같은 해 10월에 마드리드 중동 평화 회의를, 소련과 함께 실현시켰던 사실을 고려하면, 지역에서의 존재감 저하는 명료하다. 가자 침공이 한창인 2024년 4월에 미군이 니제르에서 철수한 것은 아프리카에서의 패권 축소에 공헌하리라.
 
앞에서 본 로버트 길핀의 패권 안정론에 따르면, 질서 변화는, 패권 운용의 방법 변화와 시스템에 도전 국가가 등장할 때만이 아니라, 아주 드물게 패권국 자신의 변질, 로버트 길핀의 말을 빌리면 ‘퇴폐’로써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로난 패로우Ronan Farrow는, “군사적 사고mil-think”가 미국 외교의 기조가 되어 가는 경위를 묘사하며, 이것이 마셜 플랜 때와 같은 비군사 지원과 전후 리버럴한 국제 질서를 지탱하는 제도의 의지를 대체해 갔다고 한다. 게다가 이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대가 아니라, 냉전이 끝난 클린턴 정권 시대부터였다고 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내걸었던 “신세계 질서”와 포스트 냉전의 그것은 크게 다르다. 존 다우어John W. Dower(미국의 역사학자, 작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명예 교수로 일본근대사 전공 – 역주)는 9․11을 경험한 미국은 ‘국가안전보장국가’로서의 양상을 강화하고, 외부 세계에 대한 물리적 개입으로 새로운 폭력을 불러들이게 되는 “불안정한 연쇄 확대 반응”에 들어갔다고 진단한다.

9․11은 미국의 패권 쇠퇴를 가속시켰다.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대테러 전쟁 비용은 8조 달러(약 1경 1,064조 원)에 이르고, 미국 병사만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코로나 위기하의 지출도 있어, 미국 정부의 채무는 과거 최고인 GDP 대비 122.3%(2023년)에 이른다. 국제법을 무시한 대테러 전쟁은, 미국 패권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도 했던 도덕성 ― 쉽게 말하면 “적을 벌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국의 국민 생활을 개선하는 것도 전쟁의 목적이라고 외치는” 것 ― 을 현저하게 손상했다. 걸프만 전쟁 때에 “공업 세계의 활력의 원천은 걸프만 국가들에 있다 (생략) 평균적인 미국인에게는 고용 문제인 것이다”라고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국무 장관이 말했듯이, 미국은, 다시 로버트 길핀의 개념을 빌리면 “약탈적 패권국”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미국에 친화적인 중동 여론은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 감소하고, 요르단과 레바논에서는 중국의 안정 보장 공여 쪽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의견이 많아졌다.

■ ‘무임승자’하는 미국

이라크에서 철저한 미국의 관심과 전략은, “Rebalance”를 주창했던 오바마 대통령 임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태평양과 중국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OIP)” 전략/ 구상도, 이러한 미국의 이해와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염두에 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구도를 내놓았을 때, 그 배경에 예전 같은 미국적 이념의 확대가 투영되어 있을까 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 2011년, 국무 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철수와 아시아 태평양으로의 경사 이유를 설명한 논고 「미국의 태평양 세기」는, 전후의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대서양 관계’와 같은 모양의 대처가 아시아 태평양에도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아시아의 개방된 시장이 미국에 비할 데 없는 투자, 무역의 기회와 최첨단 기술에의 접근”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Rebalance”를 이론적으로 주장하는 이 논고는, 2008년 리먼 쇼크 뒤이기는 해도, 뒤에 이탈하는 환태평양 Partnership(TPP) 같은, 21세기에 세계 유일의 성장 센터인 아시아에 미국 경제가 장단을 맞추며 약삭빠르게 처신할 것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의 「인도 태평양 전략」(2022년)도 서문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300만 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약 9,000억 달러(1,245조 원)의 대외 투자의 근원이 되고 있다 (중략) 다가오는 시대에 세계 성장의 2/3를 점하고 그 영향력은 증가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중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전후 미국 패권은, 경제 지원, 제도 구축, 이데올로기라는 3요소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는데, 미국이 중심을 두게 된 인도 태평양 전략은, 이 3가지를 모두 결여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이 지역에 적극적인 경제 지원을 하지 않는다. 다국 간 조직에 의한 경제 지원은 2012~2022년에 60% 증가하기는 하지만, 미국 아시아 간의 개발 원조는 3% 감소되고 있다. 한 세트가 되어야 할 제도 구축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주도하고 14개국이 참가하는 인도 태평양 경제 체제IPEF는, 무역 원활화 등에 관한 규칙 제정의 장에 지나지 않고, 미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 체제가 다른 많은 국가에 가치를 주창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다. 인도 태평양 전략이 “가치보다 이익 중시”를 의미하는 거라면, 군사력을 배경으로, 이른바 아시아 여러 국가의 시장에 이번은 미국이 ‘무임승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