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cascade는 어디까지 왔는가? ①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7-29)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1956년생. 도쿄대학 명예 교수. 철학 전공.

지상의 한 곳에서 생긴 법의 침해가 모든 곳에서 감지될 때까지…
― 임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를 위해」 ―

이리하여 모든 인간의 생명이 평등한 가치를 가질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 카림 칸Karim Khan 국제형사재판소 주임 검사 2024년 5월 20일 성명에서 ―

국가 원수를 포함한 국가 고위 관료 개인이 중대한 인권 침해를 범했을 때,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형사상의 책임을 추급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현저해진 지 오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을 모델로 삼아, 198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시도를 거쳐, 동서 냉전 구조 붕괴 후에 세계화한 이 조류를, 국제정치학자 캐스린 시킹크Kathryn Sikkink는 “justice cascade”라고 불렀다.

ICC의 카림 칸 주임 검사가 하마스 지도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수뇌부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청구한 일은, ‘justice cascade’의 획기적 한걸음이 될 것인가. 카림 칸 주임 검사가 CNN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은, “국제 사회 전체의 관심사인 가장 중대한 범죄”를 범한 자의 ‘불처벌impunity’을 끝낸다고 하는 목표를 걸고 출발한 ICC가, 지금 현재, 어떤 지점까지 와 있는가를 알리는 것으로, 매우 흥미롭다.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여기서, ICC가 뉘른베르크 재판의 법통을 이은 존재인 점을 반복해 말한다. ICC는 “뉘른베르크 재판의 자식”이며, “지금도 우리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쇼아Shoah(쇼아는 ‘홀로코스트’를 나타내는 히브리어이다)와 가스실의 소름끼치는 정경” 때문에 “설립된” 존재이다. ICC는 “뉘른베르크 재판의 유산”이고, “인류의 비참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권력과 폭력에 반하는 법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이것은 단순히 ‘justice cascade’의 역사적 기원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리라. 이번 체포 영장 청구를 ‘뉘른베르크’와 결부시킴으로써 떠오르는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과 그것을 옹호․지원하는 ‘서방측’ 국가들, 특히 미국과 독일 논리의 명확한 파탄이기 때문이다.

■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수상이 인도에 반하는 죄(로마 규정 제7조 관련)의 용의를 받고 있는 일의 의미를 따져보자. 말할 필요도 없이 ‘인도에 반하는 죄’는, 반유대주의의 극한이라고 해야 할 쇼아Shoah(홀로코스트)의 충격에서 생겨난 법 개념이다. 그런데 이제는, 홀로코스트를 유대인 국가 건국의 필요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스라엘 독립 선언)로 삼고, 이윽고 그 피해 민족의 나라인 것을 민족 서사national narrative의 중심에 끼워 넣어온 이스라엘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바로 그 인도에 반하는 죄로 체포 영장 청구를 당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네타냐후 수상은 이것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반유대주의 불길에 냉혹하게 휘발유를 붓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카림 칸 주임 검사를 “현대의 위대한 반유대주의자”라고 단정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 장관과 이츠하크 헤르초크 대통령 등도 동시에, “테러 조직 하마스”와 “민주 국가 이스라엘”을 “동등하게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수뇌부의 이러한 발언이 늘면 늘수록, 그 혼란함이 드러날 뿐이다.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증거’ 정밀하게 조사해 “인간의 행위에 합법성이라는 자를 대는” 것, “법을 평등하게 적용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재삼 강조한다. 당연하지만, 여기서는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유대인’인 사실은 일체 고려 밖이며, 그들의 국가적 지위로 인해 귀속되어야 할 책임만 문제가 될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홀로코스트 이래 최대의 반유대주의적 범죄”라고 비난하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행한 행위의 책임자 세 명이, 같은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같은 법 개념을 적용했다고 해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동등equivalence’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도 명백하다. 실제 모습에서는 다른 행위(예를 들면, 인질에 대한 성폭력과 대량 살해extermination)에, 인도에 반하는 죄라는 동일한 법 개념이 적용되고 있는데 지나지 않고, 하마스의 군사 행동이 점령당한 자의 무장 저항으로 합법일지라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자위권 행사로 합법이었다고 쳐도, 국제인도법 위반이 있으면 죄를 추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스라엘이 부인하는 ICC 관할권에 관해서도, 2015년에 팔레스타인에서 관할권이 승인되고, 2021년에 카림 칸 주임 검사의 전임자였던 파투 벤수다Fatou B. Bensouda 주임 검사가(2014년 이후 팔레스타인 사태에 관한) 수사를 개사할 때에도 예심 판사들이 확인하고 있으며, 카림 칸 주임 검사도 여기서 새삼 확인하고 있다. 덧붙이면,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역사상 획기적으로 자리매김하는 아이히만 재판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 등 ‘국제법 위반의 중대한 범죄’에 대해 스스로 ‘보편적 관할권’에 제소해 아이히만을 재판한 것이다. 이번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보완성complementarity’과 관련해서는 어떨까. 로마 규정은 제1조에서, ICC는 “국가의 형사 재판권을 보완한다”고 명기하고 있는데,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성명에서, 이 원칙이 기능하는 것은 “국가 당국이 용의자를 비호하지 않고, 가식이 아닌 독립 동시에 공정한 사법 절차에 종사할 경우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 불과 이틀 뒤에 사법 장관이, 거기에는 “근거가 없다”(Adjutant General : ICC Charges Against Netanyahu, Gallant Are ‘Baseless’ : Israel Mulls State Inquiry, Haaretz, 22 May, 2024)고 단정하는 나라에서, ‘공평한’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이스라엘의 사법․수사 당국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가 언급한 「처벌받지 않는 자 : 과격파들은 어떻게 이스라엘을 점령했는가」(Ronen Bergman and Mark Mazzetti, The Unpunished : How Extremists Took Over Israel, New York Times Magazine, 16 May, 2024)에서는,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 사건과 ‘테러’를 이스라엘 당국이 제재하지 않고, ‘50년’에 걸쳐 방치․허용해 온 사실이, 많은 증언을 모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Sasson Report」(2005년 3월 8일 발행된 공식 이스라엘 정부 보고서로, 이스라엘 국가 기관이 수백만 셰켈을 은밀히 빼돌려 이스라엘 법에 불법인 서안 지구 정착촌과 전초 기지를 건설 했다고 결론지었다 - 역주)는 2005년, 「Karp Report」(서안 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정착민 폭력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조사 - 역주)는 1984년에 공표된 이스라엘 정부 보고서이며, 거기에는 서안 입식지 건설에서 ‘국가와 공적 기관’ 자체가 위법 행위를 실행하고, 용인한 사실이 폭로되어 있다.

「처벌받지 않는 자」에 이어, 영국의 『가디언』 등은 「ICC에 대한 이스라엘의 9년간 전쟁」에 대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전 첩보 기관원과 정부 고위직, ICC 고위직, 외교관 등 20명 이상의 청취에 기반을 둔, 파투 벤수다 주임 검사가 팔레스타인 사태에 관해 예비 조사를 개시한 2015년 무렵부터, 이스라엘 당국이 스파이와 해킹, 협박, 중상 캠페인 등, 다양한 수단으로 ICC의 활동을 방해해 온 사실, 이 사이 모사드 장관이었단 요시 코헨Yossi Cohen이, 네타냐후 수상의 ‘비공식 메신저’로, 파투 벤수다 주임 검사에 압력을 계속 가한 사실 등이 지적되고 있다.

카림 칸 주임 검사는 성명에서, “이 법정의 직원을 방해하고, 협박하고,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 모든 기도를 즉시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러한 행위가 계속되면” 그것들을 금지하는 로마 규정 70조에 따라 “주저하지 않고” 죄를 묻겠다고 선언했다. 법적 정의를 추구하려는 ICC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이스라엘 간의 싸움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