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윤석열 정권 ‘의대증원’ 고집, 결국은 의료 2등국가를 만들 것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4-07-26)

결국 의료계의 시스템이 무너지게 생겼다. 말할 것도 없이 윤석열 정권의 대책없는 ‘의대증원’ 드라이브 때문이다.

23일 서울의 빅6병원 의료진을 구성하고 있는 서울의대(연건동 서울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세브란스의대(신촌 세브란스, 영동 세브란스병원), 성균관의대(삼성서울병원) 가톨릭의대(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울산대의대(서울아산중앙병원), 고대의대(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의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공동 입장문을 냈다.

▲ 서울의 한 종합병원 1층 로비 모습   

특히 이들 의대 교수들은 지방의 전공의들이 서울의 전공의 모집에 대거 응시하면 열악했던 지방의 필수의료 인력이 더 빠져나가게 되므로 지방의료는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방침에 지방 병원 전공의가 서울로 지원하더라도 의대 교수들이 교육 거부를 선언하며 채용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실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들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대신 사직한 전공의들 위해서 자리를 비워두고 돌아오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실과 안과학교실 교수들 역시 하반기에 들어오는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의대 본과 4학년들의 의사 국가 실기시험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전공의가 되려면 의사면허를 따야 하고, 의사면허를 따려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실기와 내년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그동안 수업거부는 물론 국시 응시까지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과연 국시 응시생이 몇 명이나 될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복지부는 의대생 수업거부 국시거부는 교육부 소관이라고 교육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생 문제, 특히 수업거부로 인한 수입일수 부족, 그에 따른 국가고시 응시자격 문제는 교육부가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에게 행정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수업거부로 수업일수가 부족하다고 다 퇴학시켜버릴 수도 없다.

더구나 현재 재학 중인 의대생들이 수업일수 부족으로 학칙에 따라 전원 유급하게 되면 내년 예과 1학년은 7500명이 된다.

금년 입학한 3000명 1학년이 다시 1학년이 되고, 내년 입시에서 뽑게 될 기존 정원 3000명에 이번에 증원된 1500명을 포함하면 신입생이 4500명이 되므로 결국 전체 3000명을 교육하던 의대가 그 두배가 넘는 7500명을 교육해야 한다. 이는 증원되는 지방의대에 신입생이 넘쳐서 부실교육이 우려되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다.

반면 현재 본과 4학년들의 졸업은 1년 미뤄지게 되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신규유입 전공의는 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 병원의 중추 의료진인 전공의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는 이런 상황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실력있는 전문의가 상당기간 배출되기 힘들어질 것이므로 우리는 조만간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은 따라서 늘어난 의대 신입생 수를 믿고 내년 입시에서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우선 의대 신입생은 1500명 가까이 늘었으나 박6를 포함한 서울지역 의대는 하나도 안 늘었다. 이에 서울지역 의대는 지금처럼 상위 0.1%만 합격할 수 있어 이들의 수련의 지원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지방의대의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수련병원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앞서 전북 남원에 있던 서남대 의대를 폐교시킨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입장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서남의대 폐교 당시에 의평원에서 “이 학교는 의학교육에 부적합하다”고 판정, 의대 자체가 폐교되었다시피 급격하게 늘어난 신입생들의 의학교육이 부실해지면 지방의대의 상당수가 ‘의학교육 부적합’ 대학으로 의평원이 평가할 수 있어 의평원이 다시 태풍의 눈이 될 공산이 크다. 의평원의 폐교 결정한 의대 졸업생은 국시 자격 박탈이어서다

이에 현재 정부는 의평원 인적 구성과 평가 원칙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의평원은 정부의 이런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의평원 인적 구성과 심사기준을 약화 시키는 건 근본적으로 의사들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결국 손해는 국민들이 뒤집어 쓴다. 돈있는 부자들은 해외로 나가 실력 있는 의사들이 있는 외국 병원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으나 일반 국민들은 2등급 의사들의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는 결국 현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성공하면 의료 2등급 국가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시 정상화 시키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빅6의대 교수들이 저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같은 교수들의 움직임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궈병기 비상대응반장은 이 “용기 내어 수련을 계속하고자 하는 전공의를 위축시키는 일부 교수님들의 입장에 대해 정부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아래에 24일 발표된 가톨릭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의 입장문을 첨부한다. 이는 현재 거의 모든 의대 교수들이 같은 입장으로 지도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성명서

정부의 잘못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및 소위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진료와 배움의 현장을 떠난 지 벌써 5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2월에 사직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 리를 금지해왔으며, 지난 6월 4일에는 수련병원에 내려졌던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철 회하고, 정부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2월이 아닌 이 날짜로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이번 7월에도 땜질식 조치로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행하도록 수련 병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따르지 않을 시 각종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행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과학교실은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며 9월 전공의 모집을 시행할 의사가 없음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에 전달하였습니다.

우리 안과학 교실원 모두는 제대로 된 정상적인 경쟁과 교실의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한 전공의들 만이 우리의 유일한 제자와 동료들이며, 이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 주지 못하고 빼앗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제대로 되지 않은 강압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집절차를 통하여 다른 전공의들이 그들의 빈자리에 들어 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들은 우리의 제자인 사직 전공의의 자리를 다른 전공의들로 메우라는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강요에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하며, 의료 교 육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묵살하고 강압적으로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시도가 위태롭게 겨우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의료상황에 엄청난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재차 경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래와 같이 교실의 입장을 정리하여 천명합니다.

1.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은 2024년 9월 후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습니다. 이는 신입전공의 및 상급년차 모두에 해당됩니다.

2. 우리 교실의 의사에 반하여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 하여 모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입니다.

3. 이러한 교실의 의사를 미리 밝히는 것은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모집에 지원하여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음을 알립니다.

2024년 7월 24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실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