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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철학, 그게 철학일까? ①
  번호 131575  글쓴이 김종익  조회 1023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4-4-18 09:36 대문 0

남성들의 철학, 그게 철학일까? ①
페미니스트 철학이 묻다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4-18)

고테가와 쇼지로小手川正二郞
1983년생. 국학원 대학 문학부 부교수. 프랑스 근․현대 철학, 현상학 전공.
현상학의 관점에서 성차․가족․책임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실을 풀어헤치기 위한 철학』 『되살아나는 레비나스Levinas ― ‘전체성과 무한’ 독해』 등의 저서가 있다.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1. 시작하며

“고테가와 씨는 저쪽 편으로 가버렸네.”
지난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2020년에 졸저 『현실을 풀어헤치기 위한 철학』에서 성차와 인종을 다룬 이래, 젠더와 차별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집필 의뢰가 늘어나서, 전문적인 철학 연구라기보다 실천적․응용적 연구로, 사실대로 말하면 더 잘 ‘팔리는’ 노선으로 shift change했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페미니즘 관련 출판이 활황을 이루는 가운데, 페미니스트 현상학과 페미니스트 철학에 관한 논고를 써온 것이, 옆에서 보기에는 ‘시류 편승한’ 약삭빠름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 적잖은 세월 동안 힘을 쏟아온 것을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연구자로서 진정으로 다루어야 할 전문적인 연구를 소홀히 하며,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일에만 열을 낸다고 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는, 『세카이』 같은 종합 잡지에 보낸 「현대 정치의 사상과 행동」(1956~1957년)에 수록된 일반 독자용 정치학을 쓰는 일을 ‘야점夜店’이라 부르며, 자신의 진짜 전문인 일본 정치 사상사 연구(‘本店’)와 구별했다. 이 구별에 따라하면, 내 전문인 프랑스 현대 철학(현상학)에 비해, 요 몇 해 몰두해 온 젠더와 차별을 둘러싼 연구는 틀림없이 ‘야점’이 될 것이다.

한층 더 마음이 요동쳤던 것은, 내 자신이 예전에 다른 연구자에게 같은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다. 십몇 년 정도 전, 여성 철학 연구자에게 “OO 씨는, 젠더 등에 손을 뻗지 말고, 본류 연구를 하는 편이 좋겠다.”라고 말한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과오를 알아채고 몇 년 뒤에 그녀에게 사죄는 했지만, 예전의 내가 내뱉은 말이 돌고 돌아서 내게 돌아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해치는 발언이었던가를, 몸으로 알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페미니스트 철학 의식에 대해, 그 단서 가운데 하나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으로 거슬러 올라가 검토하고, 그것이 철학 속에서 단순한 한 영역이나 응용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다. 그리하여 예전에 내 자신이 내던진 발언에 대해, “남성들은, 정말 철학을 해 온 것일까?”라고 반문하는 일을 시도하고자 한다.

2. 철학의 남성 중심주의를 묻는 페미니스트 철학

서양 철학이, 주로 백인 남성들에 의해 영위되어 온 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철학사에 관한 책을 펼치면, 거기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대부분 내지 모두가 남성인 것은 흔한 일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페미니즘 운동의 지속적 발전과 함께, 철학 연구 내부에서도 철학의 남성 중심주의를 재검토하는 기운이 고조되었다.

첫째, 종래의 철학사에서는 돌아보지 않았던 여성 철학자들의 발굴과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역사적으로 보아 여성들에게 얼마 안 되는 표현 수단이었던 편지와 소설과 시라는 형태에서의 철학 서술 방법도 재검토되게 되었다.

둘째, 대표적인 백인 남성 철학자들이 젠더와 인종에 대해 어떠한 (차별적) 인식을 지녔던가, 그들의 철학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어떻게 재평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검토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셋째, 젠더라는 관점에서, 종래의 인식론이나 존재론, 합리성이나 객관성과 같은 개념의 재검토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나아가 철학의 개념 분석 수법을 이용해, 젠더에 얽힌 개념들(젠더, 性自認,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을 분석해,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성차별, 여성 혐오misogyny, 성전환자 혐오transphobia)를 철학적으로 논하는 일도 시도되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대처를 총칭해 일반적으로 ‘페미니스트 철학’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도, 철학자 가나이 요시코金井淑子, 오고시 아이코大越愛子, 가타가와 사키코北川東子 등에 의해, 독자적 페미니스트 철학이 모색되어 왔다. 예를 들면 오고시는, 편저 『젠더화 하는 철학』(1999년)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젠더화 하는 철학’의 첫걸음으로, 기성의 철학․사상에 강고하게 있는 남성 중심주의 비판이 필요하리라. 거기에 뿌리박고 있는 본질적 개념이, 어떻게 남성적 경험에 의거해, 사회적․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에 불과한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주의의 권력 작용을 강요당함으로써, 자기모순, 자기 상실에 괴로워하면서, 게다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고, 고뇌한 여성들의 경험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여기서 오고시가 여성들의 ‘경험’에 착목하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그녀는, 여성의 경험도 또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구축된다는 측면을 가진 이상, 여성들이 속하는 ‘계급, 민족, 인종,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한 여성 경험을 말하는 위험성에도 경종을 울린다. 이러한 선구적 시도는, 아쉽지만 그 후, 충분한 형태로 계승되어 왔다고 하기는 어렵다.

확실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젠더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는 착실히 늘어나고 있으며, 철학하는 여성의 자조自助 그룹 ‘WOMEN : WOVEN’ 이나 철학 계열의 학회에서도, 성 차별과 성 학대 피해를 당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 만들기가 모색되고 있다. 오고시가 말했듯이 다양한 여성의 경험에서 출발해 경험의 분석을 행하는 페미니스트 현상학의 논문집 출판과 영미권의 분석 철학 수법을 사용한 분석 페미니즘의 소개․활용도, 여성 연구자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일본의 대학 ― 특히 연구자를 양성하는 대학원이 있는 대학 ― 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전임 교원의 자리를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철학자도 남성뿐인 상황에는 변화의 조짐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페미니즘 철학은 어디까지나 철학의 응용 연구로만 수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페미니스트 철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는 대부분이 여성이며, 거기서 축적되어 온 논의에 대해 남성 철학자는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자신의 전공 연구와 불가분한 것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드물다. 요컨대, 설령 페미니즘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해설’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본점’이 아니라 ‘야점’의 일이라는 게 되리라. 이러한 인식이 예전의 내가 한 발언의 근원에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적절하게 오코시는, “자신의 젠더 상태가 결코 동요하지 않는다는, 편안한 인식에 안주하고 계시는 한에는” 젠더에 대해 진정으로 사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다만 젠더는, 결코 가치중립적인 개념 장치 같은 것이 아니라, 계급과 인종 등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논하는 논자의 젠더 그 자체의 되묻기가 끊임없이 요구되는, 가치 창조적인 영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 철학자들은, 젠더라는 문제를 자신의 ‘철학적’ 문제로 받아들여 오지 않았다, 말하자면 자신의 젠더를 되묻는 데 이르기까지 그것을 사고하려 해 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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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참관 요령, 투표함 봉인 스티거 이상이 있을 때 ... 시골목사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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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에게 듣는다 4] 尹 중대본 회의 발언에 대... 임두만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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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실이 승리한 날이다. kenosis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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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국혁신당의 ‘돌풍 원인’은 국민의 ‘검찰... 윤재만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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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2024 의료대란 CASE STUDY 신상철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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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에게 듣는다 3] “의료파국이 뻔한 정부의 ... 임두만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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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첼리스트의 고백 - 내가 첼로를 못하는 이유 - kenosis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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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평가할 때 함께 보아야 할 것 박한표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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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건국 권총찬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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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안돼!” kenosis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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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그린벨트 해제는 장모님을 위한 선물인가? kenosis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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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대 헌인마을 게이트 검은장부 발견 kenosis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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