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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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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복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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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관용을 둘러싼 항쟁 ②
  번호 131410  글쓴이 김종익  조회 1917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3-11-22 08:57 대문 0

자유와 관용을 둘러싼 항쟁 ②
-네덜란드의 경우 -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3-11-22)

 

水島治郞미즈시마 지로
1967년생. 지바千葉 대학 법정경학부 교수. 전공은 유럽 정치사.
『반전하는 복지 국가』, 『포퓰리즘이란 뭔가』, 『은신처와 광장』 등의 저서가 있다.


■ 제1당을 엿보는 신당

현재, 총선거에서 제1당을 엿보며, 정권 수립에 가능성이 있는 세력은 4개다. 그 가운데 자유민주인민당, 노동당+Green Left의 좌파 통일 리스트 두 세력 외에, ‘태풍의 눈’으로 제1당을 엿보는 세력이 두 개다. 모두 하원에서 1석에 불과한 미니 정당이지만, 지금은 미디어 보도도 이 2당의 화제로 과열 기미다.

첫 번째는 ‘농민시민운동’이다. 환경 대책을 우선하고 농민에 무거운 부담과 폐업을 압박하는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생겨난 이 신당은, 대도시 우선의 기성 정치를 비판하고, ‘農’의 가치 재평가를 호소하며, 문자 그대로 땅바닥에서부터 운동을 전개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에 농업 교육 도입, 교원 양성에 농업 실습 필수화를 호소하는 등, 이색 정책을 내걸고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다. ‘논리적이고 순리적인’ 정치가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피터르 옴치흐트Pieter Omtzigt 개인 정당이다. 행정 개혁, 헌법재판소 신설, 시민 생활 보장 등의 정책을 내걸고 있는데, 뤼터 수상 퇴진 표명 뒤에 조직된 급조 정당이며, 수십 석의 의석 획득이 예측된 뒤에 후보자 만들기를 1에서 시작하는 모양새다.

양당 모두 지도자와 중심 멤버 대다수가 기독교민주어필을 ‘친정’으로 하며, 기정 정치와 결별이 독자 정당 결성의 계기가 되었다. 다만 모두 기본은 보수계 정당이며, 이민․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얕다. 어느 정당이 제1당이 되든, 연립 정권 수립은 쉽지 않다. 난민 문제 같은 다루기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루어질 우려도 있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정계는 난민에게 냉담한 인상이다.

■ ‘진지한 사죄’와 ‘냉담함’ 사이에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소개한, 과거 노예무역․노예제에 대한 수상과 국왕의 ‘진지한 사죄’와 현실의 이민․난민을 둘러싼 정치 엘리트들의 ‘냉담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이 양자는 모순되는 것일까?

애당초 이번 공식 사죄는, 결과로 보면, 최대한의 효과를 준 전략적인 발신이었다. 7월 1일 기념행사에서는, 사전에 사죄 유무에 대해 일절 정보가 새지 않아, “국왕은 역시 사죄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억측도 유포되고 있었다. 그리고 관계자가 숨을 죽이고 식전을 지켜보는 가운데, “예상을 넘는” 솔직한 반성, 사죄가 국왕의 입에서 흘러나와,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게다가 계속 퍼붓는 비에 젖어, 때로 목소리를 떨면서 국왕이 간절한 심사를 직접 말한 것은, 극적인 충격을 지녔다. 이리하여 “세계 최초의 국왕 사죄”가 이루어짐으로써, 네덜란드에는 비난이 아니라, 상찬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지하는 대로 노예제․노예무역을 둘러싸고는, 근년에 각국에서 과거의 책임과 현재의 영향을 묻는 움직임이 확산되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처럼 선수를 치고 사죄를 큰소리로 명시해, ‘세계 최초’라는 영예와 함께 국제적으로 보도되는 훌륭한 대응을 한 나라는 달리 없지 않은가.

다만 이 말은, PR 효과만을 노린 겉만 번드르르한 ‘사죄’였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태도는 진지하고,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오히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국왕이 식전에서 말한 말을 따라 사용하면, “타자의 부자유 위에 성립하는 자유”라는 문제가 아닐까.

■ 타자의 부자유 위에 성립하는 자유

역사적으로 암스테르담은, 앞에서 말했듯이 노예무역의 거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도시는, 유럽에서도 드문 ‘자유’가 보장된 세계적인 도시이며, 주변 국가들에서 금지된 언론․출판 활동이 허용되어 왔다. 유대인은 거의 박해를 받지 않고, 시내에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유럽에서 예외였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는, 노예제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었다. 애당초 바다에 개방되어, 다양한 무역품이 드나들고, 동아시아 출신자도 포함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암스테르담은, 분명 그 다양성, 자유 자체가 사람과 부를 끌어당겨 왔다.

하지만, 암스테르담 상인이 취급하는 ‘상품’에는 노예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대서양 무역과 플랜테이션 경영을 통해 흑인들의 자유를 빼앗으면서, 자신들의 기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유를 존중하고,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의 자유와 관용의 배후에는 많은 타자의 ‘부자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말은, 이민․난민을 다룸에 있어서도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확실히 네덜란드는, ‘자유롭고 관용에 찬 나라’이며, 안락사와 매춘의 합법화라든가, 비중독성 환각제 용인이라든가, 개인의 자기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 왔다. 인권을 중시하는 발상은 이 밖에도 강하고, 시민적 자유, 기후 문제, 남녀평등 같은 과제들에 대한 의식도 높다. 한편, 이민․난민에 대해서는, 특히 21세기에 들어, 치안과 빈곤 문제와 결부되어, ‘문제’로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반이민․반이슬람을 소리 높여 호소하는 정당이 크게 뻗어나고 있다. 그 연장선 위에, 앞에서 말한 테르 아펠 난민 센터의 참상이 있다. 역시 여기서도 ‘자유’를 구가하는 ‘시민’과 ‘부자유’ 상태에 처한 ‘외부자’ 사이에, 확연히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유’와 ‘부자유’의 분단 상황 그 자체는, 노예제 시대와 현대에서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견해도 가능할 것이다. 바뀐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양자를 나누는 경계선의 위치 설정이지, 여전히 분단 자체는 심각하다. 예전에 ‘부자유’를 강요당했던 흑인들은, 노예 무역선에 실려, 이송 도중, 열악한 선박 환경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그리고 현대의 ‘부자유’한 난민들은, 뱃길로 유럽으로 건너오려고 하다 종종 사고를 당해, 매년 수천 명이 희생되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자유’한 사람들 ― 어린이들을 포함한 ―은 매일 바다를 건너며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어 온 것이다.

이 ‘타자의 부자유 위에 성립하는 자유’라는 문제는, 난민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현대 각국이 마주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전히 엄격한 난민 정책을 취하는 일본에서, 특히 반문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끝>

(『世界』, 2023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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