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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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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28
  번호 130823  글쓴이 강진욱  조회 243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2-4-13 10:48 대문 0

[연재]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28
최병효 책 <그들은 왜 순국해야 했는가> 독후기

(WWW.SURPRISE.OR.KR / 강진욱 / 2022-04-13)


28. 동건애국호의 비밀 - ②보도 통제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가 ‘1983 버마 사건’ 발생 나흘 전인 1983년 10월 5일 전문(電文)을 통해 북측 화물선 동건애국호가 버마에 들렀다 스리랑카에 정박 중이라는 사실을 서울 외무부에 알렸고, 이에 화들짝 놀란 외무부의 요청으로 뒤늦게 이계철 버마주재대사가 이를 확인했지만, 그가 보낸 10월 7일 자 전문이 서울 외무부에 도착한 것은 전두환네가 버마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인 10월 8일 아침이었다. (앞글 27편)

그런데  - 미국의 원격조종 아래 - 안기부와 청와대(경호실)가 주관했을 이런 ‘정보 은폐 공작’은 버마 주재 한국대사관과 서울 외무부 라인을 차단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신문과 방송 보도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우선 스리랑카 대사관의 10월 5일 보고는 로이터 통신이 동건애국호의 움직임을 보도한 뒤였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 로이터가 동건애국호의 동향을 기사화하고 나서야 스리랑카 대사관이 부랴부랴 본국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는 말은, 스리랑카 대사관 쪽에서도 이 배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려 했음을 시사한다. 로이터는 10월 4일 ‘스리랑카 경찰과 국방성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동건애국호가 버마에 들렀다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연합통신>이 이를 한글로 기사화했다.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는 오는 14일에 있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예비 경계 조치로 콜롬보항에 정박 중인 북괴 화물선 1척을 예의 감시해 오고 있다고 스리랑카 경찰이 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선박이 2천3백t의 일반 화물과 연료를 적재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정박했다고 밝히고 [강조]이 선박의 이전 기항지는 버마의 랭군이었고[강조], 콜롬보에서 10일 간 정박한 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성 소식통들은 경찰에 대해 이 선박과 39명 의 승무원 동태를 주의 깊게 감시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와 북괴는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나 공관을 두지는 않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 71년 4월 북괴가 스리랑카 정부 전복 음모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평양 주재 스리랑카 외교관을 전원 철수시키고 콜롬보 주재 북괴 공관원들을 추방한 바 있다. 스리랑카의 대북괴 외교 업무는 북경주재대사가 겸임하고 있으며 북괴의 대스리랑카 외교 업무는 뉴델리주재 대사가 맡고 있다.] (「북괴 화물선 1척 콜롬보항 정박 - 전 대통령 방문 앞서 스리랑카 정부 “예의 감시 중”」<연합통신> 1983.10.5 / <연합통신>은 <연합뉴스>의 전신)

지금도 마찬가지만, 외신이 뜨면 <연합뉴스>가 이를 한글로 기사화해 송고하고 국내 신문과 방송이 당일 또는 다음날 이를 전재(轉載)한다. 그런데 당시 신문들은 ‘놀라 자빠져도 모자랄’ 위 기사를 한 문장짜리 1단 기사로 찌그러뜨렸다.

(사진 좌 : 동아일보 1983.10.5 / 4면) (사진 우 : 경향신문 1983.10.5 / 1면)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는 오는 14일에 있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예비경계조치로 콜롬보항에 정박 중인 북한 화물선 1척을 예의 감시해 오고 있다고 스리랑카 경찰이 4일 밝혔다.] (「스리랑카 콜롬보항 북한 화물선 1척 정박」<동아일보> 1983.10.5)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는 오는 14일에 있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예비경계조치로 콜롬보항에 정박 중인 북한 화물선 1척을 예의 감시해 오고 있다고 스리랑카 경찰이 4일 밝혔다.] (「북괴 선박 등 감시 -스리랑카, 전 대통령 방문 앞서 경계 강화」<동아일보> 1983.10.5)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모두 <연합통신> 기사의 첫 문장만 전재했다. <조선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한국일보>는 10월 6일 자에 ‘만경봉호’ 관련 기사를 2단으로 실었다. 이 배가 비용 체불로 싱가포르 항만 당국에 억류됐다 한 달 만에 풀려났다는, 현안과 사실상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전두환 정권과 언론이 연일 ‘북괴 화물선’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과 적개심을 발산하는 가운데 북측 화물선이 불과 3주 전에 버마 랭군항에 들렀다는 사실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문이 이 엄청난 사실에 외면했고 <동아일보>와 <경향신문>는 이 배가 버마에 정박했었다는 ‘알맹이’를 빼버리고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 딸랑 한 문장으로 처리한 것이다.

‘보도 지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은 ‘권력의 시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항하는 기자들은 곧바로 군홧발에 짓밟혔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일은 1단으로 처박히고 대공원 하마가 새끼를 낳았다는 기사가 사회면 톱으로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청와대와 안기부는 - 아마도 문공부를 시켜 - 【로이터-연합】 기사를 ‘보도하지 말 것’ 또는 ‘굳이 보도하려면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사실은 빼고 이 배가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 간략히 보도할 것’을 지시했을 것이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저들의 요구에 따라 ‘이 배가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 전한 것이고, <조선일보>는 안기부 등의 요구 외에도, 알맹이가 빠진 글을 석간 경쟁지들보다 하루 늦게 다음날 아침 신문에 올리기가 싫었을 것이다. 로이터는 10월 6일 한 번 더 동건애국호 관련 기사를 보냈고, 이번에도 <연합통신>은 이를 한글로 기사화했다.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의 엄중한 감시를 받아 오던 북괴 화물선이 6일 밤 콜롬보항을 떠났으나 영해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고 스리랑카 경찰이 밝혔다.스리랑카 경찰은 북괴 화물선이 콜롬보항을 출발, 콜롬보 남쪽 30㎞ 떨어진 파나두라 해역 15마일 지점에 정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콜롬보에 정박한 이 화물선은 오는 14일 전두환 대통령의 스리랑카 방문 때문에 스리랑카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는데 국방성 소식통들은 이 배에 대해 “보안상의 이유”로 콜롬보항을 떠나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와 북한은 상호 승인을 하고 있으나, 상호 간에 공관을 개설하지는 않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 71년 4월 공관원들을 철수시켰으며 북한 공관원들에 대해서도 반란사건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콜롬보를 떠나도록 요구했었다.] (「북괴 화물선 철수 명령 받고도 수리 이유 스리랑카 근해 정박 - 전 대통령 방문 앞서 예의주시」<연합통신> 1983.10.7 / <연합통신>이 우리말로 기사화한 로이터의 이 두 번째 기사에는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사실이 적시돼 있지 않다. 로이터 기사 원문에서부터 그 내용이 누락됐는지, <연합통신>이 이를 한글로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두 번째 로이터 기사는 <조선일보>만, 또 ‘한 문장 1단’으로 실었다. 이번에도 <연합통신> 기사 첫 문장만 전재됐다.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의 엄중한 감시를 받아 오던 북괴 화물선이 6일 밤 콜롬보항을 떠났으나 영해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고 스리랑카 경찰이 밝혔다] (「북괴 화물선, 스리랑카 영해 배회」<조선일보> 1983.10.7)

( 조선일보 1983.10.7/ 5면 1단)

이틀 전 동건애국호의 스리랑카 정박 사실만 전했던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등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을 다시 전할 이유가 없었고(안기부 등의 요구도 있는 마당에), 이틀 전 기사를 싣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두 번째 로이터 기사를 전재해도 무방했다(석간 경쟁지들이 보도하지 않은데다, 이 배의 스리랑카 정박 사실만(버마 기항은 빼고) 전하는 것은 안기부의 축소 보도 요구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렇게, 널리 공지됐어야 할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정보는 은폐됨으로써 전두환네의 버마 행각과 아웅 산 묘소 테러 음모가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신문.방송은 뒷북치듯 동건애국호의 행적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후에도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사실에 대한 정보 통제가 계속된 정황이 보인다.    

( 경향신문 1983.10.10 / 버마에 들렀다)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정부의 삼엄한 감시를 받아 온 북괴 화물선이 지난 6일밤 콜롬보항을 떠났으나 스리랑카 영해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북괴 화물선 통곤호가 콜롬보항을 떠난 후 콜롬보로부터 남쪽으로 30m 떨어진 파나두라 해안 24km 해상에 정박했다고 말했다.] (「수상한 북괴 화물선 1개월간[?] 랭군 기항」<경향신문> 1983.10.10)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사실이 제목에만 있고 기사에는 없다. 이는 버마 기항 사실을 명시한 기사를 보고 편집기자가 제목을 뽑은 뒤, 안기부 검열 과정에서 버마 기항 부분이 삭제된 때문일 것이다. 사실 위 <경향신문> 기사는 10월 6일 자 로이터.연합 기사를 나흘이나 지나 뒤늦게 전제한데 불과하다. 이 신문은 엿새 전에 싣지 못했던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기사에 포함시키려다 또 검열을 당해 그 부분을 빼야 했지만, 다행히 제목은 살릴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엿새 전 역시 이 배의 버마 기항 사실을 전하지 못했던 <동아일보>는 과거 기사를 재탕하면서도 간략하게나마 이 배의 버마 기항 사실을 적시했다.

[【콜롬보=로이터.연합】스리랑카 경찰은 7일 북괴 화물선 한 척이 콜롬보항을 출발, 콜롬보 남쪽 30km 떨어진 파나두라 해역 24km 지점에 정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콜롬보에 정박한 이 화물선은 오는 14일 전두환 대통령의 스리랑카 방문 때문에 스리랑카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는데, 국방성 소식통들은 이 배에 대해 “보안상의 이유로” 콜롬보항을 떠나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경찰은 승무원 39명이 탄 이 선박이 2천3백t의 일반 화물과 연료를 싣기 위해 콜롬보항에 입항했었다고 말하고, [강조]콜롬보항에 오기 전 버마의 랭군에 정박했었으며[강조], 콜롬보항을 거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 방문 앞서 북한 화물선 들러」<동아일보> 1983.10.10)

( 동아일보 1983.10.10)

<경향신문>은 10월 11일 자 기사에서도 동건애국호의 버마 기항 사실을 적시하지 못했다.대신 이 배가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이 배가 아웅 산 묘소 테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장했다.

[【콜롬보=UPI.AFP.연합】스리랑카 당국은 10일 지난달 랭군을 거쳐 콜롬보에 입항한 후 출항 명령을 받고 6일 이곳을 떠났던 북괴 화물선 통곤호가 이번 버마 아웅 산 국립묘지 폭발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스리랑카 정부 소식통들이 밝혔다. 또 스리랑카 당국은 통곤호가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10일 간 콜롬보에 정박하는 기간 동안 이 배에 타고 있던 북괴 선원 39명 중 26명이 전두환 대통령의 스리랑카 방문 예정 장소의 하나인 캔디시[市]에 갔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북괴 선원의 모든 행적과 이들이 어떤 종류의 접촉을 가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콜롬보에서 발행되는 ‘아일랜드 뉴스페이퍼지’는 공식 소식통들을 인용, 9일 통곤호가 콜롬보 무선 시설의 중개 없이 직접 북괴와 교신할 수 있는 고주파 무선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 소식통은 통곤호와 아웅 산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하라는 명령이 국가안보위원회에 의해 내려졌다고 전하면서, 국방성은 북괴 선원 26명이 캔디시를 찾아갔었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북괴 화물선 수사 - “전 대통령 방문 예정지 캔디시도 들렸었다”」<경향신문> 1983.10.11)

( 경향신문 1983.10.11)

안기부 등은 아마도 버마 대신 스리랑카 쪽을 먼저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를 원했을 것이다. 안기부 등은 이렇게 변죽을 올린 뒤 - 10월 12일 하루를 쉬었다가 - 10월 13일 ‘동건호’를 아웅 산 묘소 사건의 배후로 묘사하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날 안기부 산하 <내외통신>이 이 배를 ‘동건호’로 명기해 자료를 낸 것이다. 10월 4일 자 로이터 기사를 시작으로 10월 10일까지 외신의 ‘TONG-GON’을 발음대로 표기해 온 신문들은 이날부터  ‘동건호’라는 명칭과 함께 이 배의 랭군항 기항 사실을 ‘마음 놓고’ 떠벌리면서 이 배가 테러의 현장 지휘부였다고 떠들어댔다. 이미 두 달여 전부터 <통일일보>를 통해 예언했던 바였다.

[【서울=내외】버마 수도 랭군 아웅 산 묘소 암살 폭발 사건의 현지 지휘본부는 북괴 노동당의 대남공작부에서 무역선으로 위장, 운영 중인 ‘동건호’(6천t급, 영문 표기 TONG GON)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선원 39명을 태우고 스리랑카의 콜롬보항에 정박 중, 스리랑카 당국의 철수 명령을 받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떠날 예정이었던 [강조]‘동건호’는 콜롬보항에 입항하기 전 버마 랭군항에 정박[강조] 중이었는데, 이 선박은 간첩 호송, 공작 장비 및 전략물자 수송 등을 주 임무로 하는 특수 선박으로 [강조]랭군항 정박 시 이미 아웅 산 폭발 준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강조] 것이다. 이 동건호는 확인 결과 당초 계획을 변경, 남예멘의 아덴항에 입항할 예정 ...이 선박은 지난 76년 조총련 상공인 문동건(조선화보 사장)이 기증한 화물선으로, 북괴는 이를 개조하여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취항시켜 왔다는 것 ... [강조]북괴는 현재 동건호를 그들의 대남공작부서인 노동당 연락부에서 운영[강조] 중이며, ...] (「북괴 공작선이 현장 지휘... 동건호, 랭군항 정박 때 상륙.폭파 준비」<조선일보> 1983.10.13)

(사진8 : 조선일보 1983.10.13)

‘동건호’가 “랭군항 정박 시 이미 아웅 산 폭발 준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쓰고, ‘동건호, 랭군항 정박 때 상륙.폭파 준비’라는 제목을 뽑았다. 억지를 사실로 만드는 기괴한 선전이다. 이 배와 폭파 사건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저들은 이미 두 달 전부터 ‘만경봉호’를 거명하면서 ‘북괴의 해외 공작’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만경봉호를 내세운 사전 공작이 동건(애국)호를 지목하는 사후 공작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때부터 전두환네 안기부는 범인들이 동건애국호를 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기 시작한다. 안기부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서면 언론은 알아서 기었다(이는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1998년) 19년이 흐른 2017년 2월 ‘김정남 살해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고, 2020년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버마 아웅 산 묘소 암살 폭발 사건이 북괴의 소행임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초점은 북괴의 테러리스들이 어떻게 버마로 침투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의 버마 방문에 앞서 갑자기[?] 랭군 앞바다에 정박했던 북괴 공작선 ‘동건호’의 행적과 기능 등을 파악하면 북괴 테러분자들의 침투에 대한 수수께끼는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동건호는 ... 사건의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 지난 9월 17일부터 4일간[?] ... 버마 앞바다에 머물러 있었고, 이어 9월 29일부터는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 또 10일 간 머물렀음이 밝혀졌다. ... 기항 시부터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 랭군 앞바다에 정박했을 때 승선 인원 39명 ... 그 중 30여 명이 비밀리에 랭군 시내에 잠입, 테러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동건호는 스리랑카에서 북한까지 ... 교신할 수 있는 최신 무선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 아웅 산 묘지 암살 폭발 사건의 현장사령탑으로서 테러분자의 침투와 지휘 등을 했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 콜롬보항에 정박했을 때 동건호 승무원 중 일부가 전 대통령 방문 예정 장소인 칸디시에 다녀갔던 사실은 동건호에 대한 혐의를 한층 더 굳혀주는 것 ... ] (「랭군판 ‘1.21 사태’ - 총지휘부는 평양공작부, 현장 지휘는 동건애국호」<경향신문> 1983.10.13)

테러분자들이 이 배를 타고 버마에 침투했다는 각본에 따라 저들은 ‘동건호 언론 플레이’에 온 힘을 기울였다. “동건호는 9월 17일부터 4일간[?] 버마 앞바다에 머물렀고, 이어 9월 29일부터는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 또 10일 간 머물렀음이 밝혀졌다.” 웃프다! 그 사실은 이미 10월 4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고, 10월 6일과 7일 각각 스리랑카와 버마 주재 한국대사가 서울 외무부에 보낸 전문을 통해 확인했다. 그 사실을 꽁꽁 숨기고 있다 이제와서 ‘밝혀졌다’고 떠드는 것이다. 전두환네는 이처럼 동건호 관련 여론을 조작하면서 버마 정부가 이미 ‘북의 소행’으로 확증한 것처럼 떠벌렸고 언론은 저들의 말을 전하기 바빴다.

[버마 아웅 산 묘소 암살 폭발 사건은 12일 북괴 특수요원으로 보이는 3명의 테러범 중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도주한 1명이 검거돼 모두 2명이 생포됨으로써 수사에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 이 참사는 버마 정부가 “북괴 특수공작 요원을 침투시켜 저지른 소행”으로 단정하고 “금명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 이번 사건이 북괴의 소행으로 단정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버마 치안당국이 수사를 한 결과 범행이 치밀하게 사전에 계획됐고 폭발물에 무기에서노[? 버마 현지 무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납탄알이 들어 있었으며, 고성능으로 일정 각도로 폭발한 특수 폭발물이었다는 점이다. ... 최신 무선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는 북괴 화물선 동건호가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랭군항에 머물렀다가 사라진 사실 등이 북괴 특수공작 요원 잠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버마, 북괴 소행으로 단정 ... 금명 공식 발표, 물증 확보한 듯」<연합통신> 1983.10.13)

버마 정부가 “북괴 특수공작 요원을 침투시켜 저지른 소행”으로 단정하고 “금명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범행이 치밀하게 사전에 계획’된 것이나 ‘폭발물에 납탄알이 들어 있으며’, ‘일정 각도로 폭발하는 특수 폭발물’과 이북(북한)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안고 있는 강아지가 예쁜 것을 보니 너는 개도둑이야’ 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수류탄 자폭을 시도한 것은 무장 공비가 하는 수법’? 이는 안기부의 꼭두각시들이 - 4년 뒤 화려하게 등장할 김현희 등 - 연출하는 행위극일 뿐이다(*남파공작원들은 남파되기 전 ‘어떻게든 목숨을 보전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반면 남쪽에서 북으로 보내는 북파 공작원들은 하나같이 ‘자폭 명령’을 받는다고 증언한다.)

‘동건호가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랭군항에 머물렀다가 사라진 사실 등이 북괴 특수공작 요원 잠입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 배가 랭군항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버마 정부도 이미 알고 있었고, 이 배나 선원들의 행동에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안기부 등은 자신들에 의해 동건호의 버마 입항 관련 정보가 즉각 외교부에 전달되지 않았고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영원이 은폐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물론 지금도 그런 사실은 드러난 것이 없다. 그러나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다).

저들의 교묘한 억지는 범인들이 동건애국호를 타고 귀환하려다 배가 못 들어오는 통에 모두 붙잡혔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 시나리오가 이미 짜여 있었을 것이다.

[북괴 공작원들은 아웅 산 암살 음모극을 벌인 후 상선으로 가장, 랭군에 인접해 있는 공해상에 정박해 있는 ‘작전사령부’로 돌아가려다 주민들에게 발견돼 사살 또는 생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 북괴는 지금 시리암 섬에 주석 공장을 건설 중이다. 북괴 상선이 전두환 대통령의 버마 공식 방문 한 달 전부터 기술자를 가장한 북괴 공작원 30여명을 시리암섬에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짙다. 이 상선은 버마 정부에는 스리랑카로 떠난다고 통고하고, 실제로는 시리암섬에서 약간 떨어진 공해상에 정박한 뒤 공작원들이 ...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다른 북괴 공작원들은 범행 후 기다리고 있던 이 상선에 올랐으나, 사살.체포된 이들 3명의 공작원은 헤엄을 쳐서 상선까지 가려고 시도하던 중 주민들에게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동건호로 헤엄쳐 돌아가다 발각 - 북괴 공작원 침투.체포까지」<경향신문> 1983.10.14)

<경향신문>은 다음날인 10월 14일 자에서, 마치 준비된 기사를 내보내듯 “만경봉호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어떤 탈북자 인터뷰를 실었다. 

( 경향신문 1983.10.14)

버마 수사당국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10월 17일) 직전에는 마치 버마 측이 동건애국호의 행적을 수사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퍼뜨렸다.

[버마 수사당국은 ... 이번 사건을 전후하여 랭군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선박들에 대해서도 탐문 수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북괴는 지난 8월 17일 북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양형섭 외 수 명을 친선사절단 명목으로 버마에 파견, 이들 일행이 24일까지 랭군 시내 인야레이크 호텔에 머물렀다고 한다.] (<조선일보> 1983.10.16)

‘양형섭 등의 8.17∼24 버마 방문’은 없었다. 양형섭이 8월 버마를 방문했더라면 그 사실이 당시 신문에 실렸을 것이다. 양형섭은 1975년 버마를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도 국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양형섭 등의 8.17∼24 버마 방문’은 동건애국호의 9.17∼24 랭군 입항을 드러내는 과정상의 오류였을 것이다. 사실 왜곡과 오류는 계속된다. 어느 특파원 기사도 100% 안기부 버마 공작관의 ‘썰’(說)이었을 것이다.

[【랭군=전종만 특파원】버마 수사당국은 16일 ... 동건호가 북괴 특수공작요원을 랭군에 침루시킨 공작 모선으로 심증을 굳히고 아웅산 폭발 사건을 전후한 이 선박의 행적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 관계자는 “지난 9월 17일부터 24일까지 랭군항에 입항한 동건호가 북괴의 대남공작 부서인 노동당 연락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 특수공작 임무 수행을 전담하는 선박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선박은 제3국의 중계를 거치지 않고도 평양과 직접 교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각종 특수공작용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따라서 북괴의 동건호가 랭군항에 정박하고 있는 동안 공작 요원들을 단독으로 침투시켰는지 아니면 랭군 주재 북괴대사관 참사관 임영호 등 현지 공작조와 긴밀한 접촉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괴 동건호가 공작 모선(母船), 버마 수사당국, 행적 수사 강화」<연합통신> 1983.10.17)

전두환네가, 또한 미국과 호주 등이 계속 ‘통곤호’니 ‘동건호’니 떠들어대니 버마 수사당국도 이 배의 행적에 대해 조사했을 수는 있다. (*빌 헤이든 호주 외무장관은 10월 12일 의회 발언에서 동건애국호의 콜롬보 입항을 언급하며 “지나쳐버릴 수 없는 관심사”라고 말했고,  캐스퍼 와인버거 미 국방장관도 10월 14일 이 사건을 북측의 소행으로 몰고 가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버마 정부는 10월 17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범인들을 그냥 ‘코리언’이라고 지칭했다. 남도 북도 아닌 중립적 표현을 쓴 것은 북측에 어떤 혐의도 두지 않았다는 말이다. 전두환네와 미국 등 서방 언론이 연일 동건호와 관련해 떠들어댔지만, 버마 정부는 그 어떤 것도 사실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버마 정부는 10월 25일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 강민철과 독대(를 시작)하고, 그로부터 9일 뒤인 11월 3일, 강민철이 ‘나 서울에서 왔다’는 말을 뒤집고 ‘나 북한 공작원이요’ 할 때까지 사건의 배후에 관한 증거는 단 한 개도 찾아내지 못했다. (*‘1983 버마 사건’ 논자들은 지금도 버마 정부가 모든 증거를 찾아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다.)

‘버마 대사관 연루설’을 흘린 것도 매우 교활했다. ‘동건애국호로 버마에 침투한 범인들의 은거지’가 버마 주재 북측 대사관이라는 거짓 선전은, 두어 달 전부터 재일 총련을 북측의 해외공작 거점이라고 선전해온 것의 연장이었다. 일찌감치 ‘만경봉호’를 띄우며 ‘동건애국호’의 등장을 예고한 것과 똑같은 각본이었다. ‘북괴대사관 참사관 임영호’는 보름여 뒤 ‘북괴대사관 참사관 전창휘’로 정리된다. 역시 ‘강민철의 자백 번복’과 동시였다. (29편에서 계속)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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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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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수정권 당선시킨 증거와 부정선거 아고라 50대...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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