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윤석열 ‘군기잡기’ 왜?
(WWW.SURPRISE.OR.KR / 아이엠피터 / 2021-08-03)

▲8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당지도부가 지난달 30일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상견례를 하고 있는 모습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뜨겁게 환영할 것 같았지만, 시작은 ‘군기잡기’였습니다.

8월 2일 국민의힘에서는 장성민 전 의원과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을 환영하는 지도부와의 상견례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9시에 장 전 의원의 입당식이 열렸고,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가 늦게 끝나면서 윤 전 총장은 15분가량 대기한 후에야 지도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상견례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정당의 외부인사 영입 이벤트는 선거 직전이 아니라면 1일 1건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날은 2건이나 열렸습니다.

또 하나는 야권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이 아니라 장석민 전 의원의 입당식이 먼저였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이 회의 때문에 대기하면서 마치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윤 전 총장 홀대론까지 나오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지도부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이 대표는 호남을 방문 중이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윤 전 총장이 2일에 입당하는 걸로 사전에 양해됐는데 중간에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일정을 급하게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저는 다시 상의를 했어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지도부 패싱’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사전에 준비가 없이 전격입당했다”며 “조금 어색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행사 화보를 보면 장석민 전 의원은 ‘대선후보자 입당식 및 상견례’였고, 윤 전 총장은 ‘윤석열 예비후보 접견’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1위라도 입당식처럼 당의 공식 행사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9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으면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을 “싹 징계해야 한다”며 당 내부의 기강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7월 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주재로 열린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간담회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당대표실 산하에 대선 예비후보 검증단을 구성하고 단장을 내정하는 등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증단 설치는 대선 예비 후보들의 리스크를 당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입니다. 10명의 대선 예비후보가 있지만, 특히 윤 전 총장의 처가와 부인 관련 의혹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검증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이 계속 터질 경우 대선 본선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처가와 부인 의혹뿐만 아니라 쩍벌남, 꼰대, 막말, 시대착오적 발언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대선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을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를 통해 내부에서 해결한 성공 사례를 본받아 검증단을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7년 여권이었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외부 공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야당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여당이 있습니다.

검증단의 운영이 소극적이거나 미숙해 내부에서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온다면 오히려 더 큰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에게 윤 전 총장은 긁지 않은 1등 복권처럼 보였겠지만, 지금은 돈만 날리는 ‘꽝’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