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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故 안병하 평전 20, 3부 군인에서 경찰로
  번호 130047  글쓴이 안호재  조회 152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1-7-23 10:31 대문 0

[연재] 故 안병하 평전 20, 3부 군인에서 경찰로
(WWW.SURPRISE.OR.KR / 안호재 / 2021-07-23)


‘정치하자’는 권유 뿌리쳐

이듬해 1961년 5·16군사정변이 일어났다. 박정희 소장을 도와 5·16을 성공시킨 것은 육사 8기 출신 군 장교들이었다. 육군본부 전투정보국에서 박정희와 인연을 맺은 김종필, 김형욱 등 안병하의 동기생들이 전위부대로 행동대 역할을 했다. 안병하는 전방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5·16과는 무관했다. 그런데 5·16 직후 동기생들이 전방부대로 안병하를 찾아왔다. 그때 찾아온 사람 중 전임순이 기억하는 인물들은 오치성 *241 길재호 *242 등 6명이었다. 그들은 안병하에게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혁명 대열에 함께 참여하자”며 3공화국 정권의 출범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안병하의 반응은 단호했다. “군인이 무슨 정치냐”면서 동기생들의 권유를 뿌리쳤다. *243 이때 그들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그들처럼 출세가도를 달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는 27년 후 1988년에도 야당으로부터 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 참여를 제안 받았지만 역시 거절했다. 자신이 가야할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5·16은 우리 역사에서 군에 의한 첫 정권교체였기 때문에 ‘혁명 실세들’에게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안병하는 5·16군사정권의 태동기부터 정치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거리를 두었다. 그 뒤 경찰에 투신했을 때도 정치권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 직무에만 충실했다. 자신의 임무는 어떤 것이라도 편법을 허용하지 않았다. 육사 8기 동기생들 상당수가 정치권이나 3공화국 정부에서 힘 있는 자리에 있었지만 안병하는 그들과 다른 길을 홀로 묵묵히 걸었다. 간혹 동기생 모임에 참석할 때도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부탁은 일절 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원칙주의자라고 소문이 났지만, 그런 그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했다.

군인에서 경찰로

1962년 11월 안병하는 군대에서 전역하고 경찰에 입문했다. 군 시절의 경력을 인정받아 총경(4호봉)으로 임명됐다. 군사정권 시절이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군의 힘이 셌다. 육사 동기생들이 정권의 실세인데다, 군에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무렵 안병하는 소령에서 중령으로 승진했다. 승진과 동시에 감찰 장교에서 일반 야전군 지휘관으로 보직을 바꿔 전투부대 대대장이 됐다. 감찰 장교는 주로 군단이나 사단본부 등에만 있기 때문에 자리가 한정돼 있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승진기회가 좁았다. 이 무렵 육사 8기를 중심으로 한 젊은 장교그룹은 6·25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이 정체돼 있었다. 그 때문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5·16에 적극 참가했었다. 그만큼 이 시기에 육사 8기 출신 장교들의 승진이 어려웠다. 그나마 야전군 지휘관은 상대적으로 감찰 보직에 비해 자리가 많았다. 직업군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인생설계를 준비하던 참이었다. 만약 그가 이때 군에 남았더라면 젊은 나이에 장성으로 진급했을 가능성이 컸다. 동기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장성으로 진급하여 군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안병하 만큼 두르러진 기량을 갖춘 군인이라면 그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었을까? 첫째, 그 무렵 경찰 조직의 확대가 이뤄지면서 군 출신을 우대해서 채용했다. *244 군의 경우 인사 적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둘째, 그 무렵 그에게는 군 생활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겼다. 대대장에서 부연대장으로 승진했을 때였다. 참모들이 승진을 축하하는 회식자리를 마련했는데 사고가 생긴 것이다. 그는 1차로 저녁식사만 끝내고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자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밤중에 연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나가보니 그날 밤 함께 식사를 했던 부속주임 등 참모들이 술자리 끝에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새벽녘 낭떠러지로 차가 떨어져 집단으로 참사를 당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처참한 모습으로 상당수가 사망했다. 이 때문에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 평소 부하를 아끼는 마음이 강한데다 자신을 위한 회식자리의 뒤끝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매우 괴로워했다고 한다. 물론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고처리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한 사실은 없었다. 다만 전임순에 따르면 그때 남편이 그 사고로 충격이 너무 컸고, 얼마 오래지 않아 군 생활을 접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 241 오치성(1926.2~2017.12) 황해도 신천군 출생. 육사8기. 한국전쟁 참전. 미국하버드대 극동 아시아문제 연구소 수료. 육군보병학교 졸업. 단국대 법학과 학사. 육군대학 졸업. 미 오리건 주립대 정치학 석사. 하버드 행정학 석사. 1963. 준장예편. 육군본부 정보 참모부 기획과장. 박정희 정도영 김종필 등이 주동한 5.16 쿠테타에 참여. 5.16 직후 군사정부 때 국가재건최고회의 내무분과위원장. 1970. 정무담당 무임소 장관. 1971. 제33대 내무부 장관, 국회의원. 자민련 상임고문 역임. 대한민국 헌정회 회원. (위키피디아)

* 242 김재호(1923~1985) 평안북도 영변 출생. 육사8기. 5.16 쿠테타 참여. 5.16 직후 군사정부 때 국가재건최고회의 사법위원장. 1963. 준장 예편. 제6대 민주공화당 소속 금산군 국회의원 당선. 3선의원. 1966~1969. 공화당 사무총장. 육사 동기인 김현욱 중정부장과 손잡고 김종필을 견제하면서 3선개헌 성사. 1971.10. 김성곤 등과 함께 신민당이 제출한 오치성 내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10.2항명파동, 박정희의 분노를 사서 중정에 끌려가 고문당함), 이후 정계은퇴.

* 243 전임순 여사 증언.

*저자 이재의
전남대 경제학과 졸업, 조선대 경영학 박사, 《광주일보》 ‘월간 예향’ 기자, 《광남일보》 논설위원.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 그해 10월 체포, 1981년 5.18특사로 석방.
1985년 5?18 광주항쟁 최초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 기록) 초고 작성, 2017년 전면개정판 공동 집필.
2000년 내외신 기자들의 5?18 취재기 The Gwangju Uprising(M.E, Sharpe)을 《뉴욕타임스》 특파원 헨리 스콧 스톡스(Henry Scott Stokes)와 함께 편집하여 미국에서 출판.
현재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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