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천안함 침몰을 최초로 보도한 YTN 김문경 기자에게 불쑥 천안함 사건 분석글을 메일로 보내도 되겠나고 메일로 문의를 한 적이 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먼저 하고, 분석글의 대강(大綱)을 언급했지만, 내 분석글을 한번 읽어달라는 어쩌면 난데없었을 내 부탁에 YTN 김문경기자는 자신의 책-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읽어보라는 말로, 내 글을 읽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쳤었다.
내가 YTN 김문경기자에게 그런 메일을 보냈던 것은, 도무지 일개 분석네티즌으로서는 언론의 힘을 , 그것도 천안함사건을 가까이에서 취재했던 기자들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천안함 사건의 너무나 번연한 의혹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천안함 재조사등을 이끌어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때 당시에는 따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최근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UDT대대장 권영대의 책과 김문경 기자의 책을 수고해서 읽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YTN 김문경 기자는 자신의 책을 "다큐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내용이 소설적 구성이긴 하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팩트나 당시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며.
김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김기자의 표현에 눈길이 갔다.
"미스터리한 사건"이라느니, 천안함사건은 (군과 합조단 발표에 대해) 믿고 싶은 사람은 믿고, 믿기 싫은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쓴데도 믿지 않는 식이라니, 사고 초기 여러번 말을 바꾸는 등 신뢰할 수 없는 국방부의 행태를 "실수"라고 표현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김문경 기자가 어떤 식으로 천안함사건을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초들이다.
김문경 기자는 사건 이전에 국방부를 출입했던 기자였고, 국방부나 군 쪽에 많은 취재원도 두고 있었다. 이들 취재원들과 국방부를 출입하게 되면서 형성된 우호적인 관계도 김기자의 천안함사건의 이해-합조단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느냐 마느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다.
김문경 기자는 책의 후반부에 경어뢰를 장착한 북한의 잠수정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김기자는 북한의 잠수정이 천안함을 소위 "폭침"한 것이 아닌가고 믿는 듯하다. 속초함이 새떼를 향해 사격한 것이 아니라, 소위 천안함을 "폭침"하고, 고속으로 북상하던 북한의 잠수정을 향해 포사격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기자는 이런 자신의 책을 읽어볼 것을 내게 권고했던 것이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책 뒷 겉표지의 나레이션은 출판사가 책 판매를 위해 다소 과장되게 서술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김기자 역시 이를 그대로 내보내게 내버려둔 것 같다. 김기자는 적어도 속마음으로는 자신은 천안함사건의 "진실"을, 천안함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책을 읽어볼 것을 내게 권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YTN 김문경 기자의 책은 한심한 것이었다.
다큐소설이라 내용이 소설적 구성이긴 하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팩트나 당시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던 김기자의 말과는 달리, 사건의 진상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 거짓이었다. 그렇게 기본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거짓 소설을 쓰는 것은 그렇다치고, 도무지 김기자는 군과 국방부 발표의 여러 모순점과 거짓을 꿰뚫어볼 능력 자체가 없어 보였다. 아마 김기자는 지금도, 문자로 발간된 자신의 책이, 조작된 사건이 사회적으로 진실로 받아들여지도록 일정한 "기여"를 한 것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위 페이지를 보면, 247초소병들이 마치 그날 사건 전에 PCC(초계함)을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백색섬광을 목격한 지점이 247초소병들이 PCC를 보았던 곳으로까지 적고 있다.
하지만, 247초소병 김승창은 사고 이후 진술서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었다.
[7. 사고 발생전 이상징후 목격 여부?
- 침몰함정 기동상태
사고발생 전에는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10. 초계함이 침몰되던 상황은? (함수와 함미 구분하고, 침몰시간은)
초계함이라고 판단하지 못하였고 함수나 함미 등을 관측하지 못하였습니다.
11. 구조당시 상황은?
구조당시에는 소형선박 3여척과 PCC로 추정되는 큰 선박이 해상에서 계속 이동하며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박들이 크게 흩어지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https://www.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icat=%C3%B5%BE%C8%C7%D4&table=%20pcc_772&uid=34&PHPSESSID=c1f56f52f59497ecca1ce8903de20a1e
247초병들이 군용전화기로 238TOD초소병들에게 전화해서 대화하는 장면에도 거짓이 있다. 사고 직후 군은 TOD초병들이 당시 소리가 크지 않았으며, 물기둥이나 화염은 보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TOD는 "소리 청취 후" 전혀 신속한 스캔 행동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김문경기자는 238 TOD초소의 이재홍 상병과 개인적으로 통화를 한 듯하다. 이재홍 상병의 말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청음 보고를 먼저 한 후 녹화를 시작했다는 238초소병들의 TOD영상(수동 녹화 영상)은 그 시작이 함수 함미가 두동강 나있던 장면이 전혀 아니었었다. 4월1일 군이 공개한 해당 영상의 첫화면은 아래 두번째 그림이었다.
[군은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1일 오후 브리핑에서 사고 직후 천안함의 침몰 장면을 담은 티오디 동영상 40여분을 추가로 공개했다. 흐릿한 흑백 영상을 켜자마자 배꼬리가 절단돼 사라진 반쪽짜리 천안함의 절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은 지난 26일 밤 9시23분47초부터 시작됐다....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촬영 지시를 받은 시간 등을 3분 정도로 고려하면, 사고 시점은 9시20분이 막 지난 시점이라고 이영기 대령은 덧붙였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413791.html
http://www.ytn.co.kr/_ln/0103_201004011702236949
김문경기자는 사고 당일 청와대 안보회의에서 전 국방장관 김태영이 한 발언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김기자는 전 국방장관 김태영이 "천안함이 두동강나면서 현재 절반 가량이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 같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며 대통령 이명박에게 말했다고 자신의 책에서 서술하고 있으나, 당시 청와대가 보고받은 것은 '침수'보고였다. 그것은 "침수로 조치중"이라는 해작사 상황보고서가 입증한다.
전 국방장관 김태영이나 합참은 3월27일 오후 국회 국방위 합참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한번도 천안함이 두동강났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천안함이 혹시 두동강났다는 소리를 못들었느냐는 유승민의 질의에 그것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신뢰성이 없으며, 아직까지 두동강이 났는지 전혀 확인된 게 없다고 답한 바 있다. 3월27일 오후 5시경 해군2함대사 실종자가족 앞에선 함장 최원일의 입에서 비로소 천안함의 두동강이 언급되었다. 전 국방장관 김태영도 3월27일 오후에 백령도를 방문하고 온 후 TOD를 보니 천안함이 두동강난 것 같다고 비로소 발언한 바 있다. 그러니 김문경기자가 자신의 책에서 쓴 위 대목은 사실과 다른 거짓에 불과한 것이다. 읽는 독자들을 매우 호도할 수 있는 거짓!
김문경기자는 또 국방부가 좌초설을 부정하면서 든 근거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국방부의 주장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지금도 국방부나 군은 그렇게 주장하겠지만, 그리고 자신들도 기망당했다는 사실을 모를 국방부와 군 내의 일부 모자란 자들은 지금도 "당당히" 앵무새처럼 그렇게 주장하고 싶어하겠지만, 사고 다음날 국회 국방위에서 합참이 보고한 사고지점 수심은 24m였다. 국방차관 장수만등이 국회의장등을 방문해서 누누히 밝힌 것이 사고지점 수심이 24m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합참 작전정보처장은 "천안함이 있던 데가 수심이 24m"라고 다른 기회에 밝히기도 했다. 백령도 주민들은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군이 천안함 침몰지점을 수심 24m라고 밝혔으나, 썰물 때는 4m정도에 불과한 곳이라고 이야기한 바도 있다.
그런 사고지점 수심 24m가 어느 시점부터 곱절이 늘어나 수심47m로 바뀌었으면, 기자들이라면 당연히 의구심을 가져야 했다. 진정한 사고 장소와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사고 초기 해경은 사고장소와 관련하여 해군과 다른 목소리를 많이 내기도 했었다.
따라서 기자라면, 애초에 수심 24m를 사고지점 수심이라고 보고한 보고체계 상의 보고서 내용들을 철저히 검토해서 진상을 규명했어야 했다. 단순히 국방부의 "실수"라고 넘어갔다면, 그것은 자신들이, 기자 정신을 기대할 수 없는 기래기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밖에 안된다. 김기자는 해양연구원이 사이드 스캔 소나등을 동원한 4월18일 소위 함미 구역 탐색에서 천안함 파편을 하나도 식별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합동조사단 보고서 내용도 제대로 밝히 새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래놓고도 김기자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니, "실체"니 운운했었던 것이다.
심지어 김문경기자는 백령도 서방 사고설을 뒷받침할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김기자를 접촉했을지도 모를 A 모 대령의 "사고 10일 전의 경험"이라는 것을 무분별하게 자신의 책에 싣기까지 했다. 백령도 서안 247초소병들 등에게 이 대령이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김기자가 책 뒷부분에 밝힌 바 처럼 247 초소병들은 TOD초병들과 달리 낮 근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10일 전 오전 11시에 A모 대령을 초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기자는 이종인, 최문순의원의 민간조사단에 의해 나중 소위 공식폭발원점 북서쪽 200m에서 발견된 미상침선에 대한 국방부의 답변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미련을 떨기도 했다.
당시 민간인조사단이 동승했던 해덕호 장세광선장은 이 미상침선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금시초문이라는 소리를 했었다. 김기자는 또 이 미상침선이 천안함사건 초기 어떤 역할을 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김기자는 책의 뒷부분 상당부분을 북한 반잠수정에 할애했다. 속초함이 그날 저녁 사격한 것이 새떼가 아니라 천안함을 소위 폭침하고 고속으로 북상하는 북한의 반잠수정이었을 것이라는 심증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김기자는 그날 속초함은 76mm 주포 130발을 발사(소위 격파사격)한 것이 아니라, 경고사격(3월27일 국회 국방위 합참 보고)을 했을 뿐이며, 그것도 20여발(백령도 247초소병 진술)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김기자는 이렇게 철면피한 말바꾸기나 하는 군사적폐들이 내놓았다는, 사고 즈음의 소위 "북한의 잠수정 동향 보고" 등을 마치 뭔가 다른 것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책의 후반부 상당 부분을 북한의 반잠수정을 품에 안고 "폭침 꿈" 속에 헤맸던 것이다. 자신이 진정한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진정한 혐의자를 알게된 것이라 자부하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