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저공비행, 정치적 핑계를 상실해 가는 일본의 발악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9-01-24)

일본이 마치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지금껏 어느 때보다도 악화됐다고 하는데, 이는 당연한 이야기지요. 공해상에서 자꾸 초계기를 위협 기동시키는 일본의 속내는 어디 있을까요?

일본은 지금껏 미국의 관심을 아시아 지역에서 독점해 왔습니다. 독재정권 시절 한국은 그 정권의 정당성을 미국으로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전두환은 취임 이후 어떻게든 레이건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고자 했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에 그 당시까지 진행됐던 박정희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통째로 넘겨주고 자주국방 노선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에 잘 보이려 했지만, 미국의 동북아 정책 최우선 순위는 늘 일본이었습니다.

전쟁에 패망한 일본은 한국전쟁에서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대박이 터졌습니다. 미국으로서는 그 이후 냉전시대에 동북아 지역의 대소 전진기지가 필요했고 일본은 기꺼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이 죽으라면 죽으라는 시늉까지도 할 나라가 일본이었으니까. 그런 일본에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대리자 역할을 주었습니다. 일본은 이런 배경 속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을 이뤄 나갔고, 그러다가 아베 때에 와서 보통 국가 운운하면서 일본을 과거 태평양전쟁 패전 이전으로 돌려 놓겠다는 망상을 갖게 되는 거지요.

일본의 재무장에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사실 북한이었습니다. 늘 좋은 핑계였으니까요.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늘 가상의 가장 큰 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에 어느 정도 눈을 감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패전국이며 전범국임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선을 지키던 일본 정계에 아베가 나타난 겁니다. 일본을 정상국가화 하겠다며 급격한 재무장을 추진하고 신사 참배나 전범국으로서 사죄하는 자세에서 극우적 태도로 강경하게 나오던 그에게 북한은 남한의 독재정부가 그러했듯, 늘 ‘좋은 핑계거리’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에서 미사일을 쏜다고 하면 기세등등하게 떠들고, 실제로 미사일이 자기 영토를 넘어가자 국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북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만들고, 이 때문에 재일 조선인들이 받아야 했던 수모도 적지 않지요.

그렇게 소위 ‘정상국가화’를 꾀해 오던 일본이 트럼프라는 이상한 암초에 걸렸습니다. 물론 일본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에게 올인하다시피 지원했다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애초에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 매우 불신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땅 장사 건물 장사로 돈을 번 부동산 재벌 출신. 그가 한참 눈독을 들이고 매입을 추진했던 건물들이 80년대 당시 잘 나가던 일본 자본에게 먹히는 일들을 당하며 트럼프는 일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됐지요.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썩 좋지 않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아베 총리와의 골프 씬에서 벙커에 빠져 구른 아베를 돕지 않고 본체만체 가 버린 것에서 보여지듯.

일본이 추구하는 재무장 노선엔 반드시 북한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본이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던 미국이 배신(?)을 때려 버립니다. 북한과의 수교까지도 가능한 상황이 온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뤄진 제1차 북미 싱가폴 정상회담에 이어 이제 다음달엔 아마 베트남의 하노이나 다낭에서 2차 북미회담도 열릴 상황이 왔습니다. 당연히 이것은 동북아 정세를 완전히 바꿀 만한 역사적인 일이며,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지금까지 자민당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가장 큰 핑계거리가 사라짐과 동시에,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명분도 날아가버리는 꼴이 됐습니다.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은 이런 상황들을 전제로 해서 봐야 합니다. 저들이 지금 우리나라 함선에 시비를 걸어 오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정세를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저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가진 불만을 그들이 모시는 상전 미국에게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미국도 이 상황을 편하게만 바라보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저들이 잘 알 테니까. 혹여라도 이 도발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일본으로서는 여러가지 명분이 다시 생기게 됩니다. 재무장의 명분조차도 말이지요.

이 문제가 자꾸 일본 국내에서 회자되는 것은 아베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겁니다. 어쨌든 나라 바깥에서 일으키는 일본의 도발 이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국내 정치 지지도 상승이지요. 얼마 전 사학비리로 인해 깎아먹은 그의 지지율을 높이고 사학비리 같은 악재들을 덮으려면 이런 일을 만들어서 덮는 겁니다. 뭐, 우리도 그런 면으로는 꽤 익숙한 그림들을 잘 알고 있지요.

문제는 국내의 정당 하나가 일본의 이런 스탠스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는 겁니다. 뭐, 그 당의 뿌리가 원래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 합방을 가능케 하고 친일에서 반공으로 입장만 바꿨던 무리들인지라 이들이 이런 식으로 그들의 정신 속의 조국을 응원하는 건 매우 그들의 상식으로는 맞는 일일 지 모르나, 이런 자들을 정치권에 그냥 놔둬 온 건 우리 겨레의 수치가 아닌가 합니다. 일본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내년 총선에 화두가 맞닿게 되는군요. 이것들 확실하게 정리합시다. 일본의 주구들이 이 땅에서 일본 편을 들어가며 그것이 매우 당연한 것인 양 하는 꼴을 보는 건 정말 진저리나는 일이네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