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8-11-02)

얼마 전 시애틀엔 허경영 씨가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가 보진 않았지만, 허씨의 강연을 취재한 이곳 로컬 한인 신문은 그의 주장 몇 개를 실었는데, 아무튼 재미는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성당 친구들과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길 했었는데, 다들 “이 사람이 사이비종교 지도자였으면 엄청났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게 되더군요.

만민중앙교회의 지도자인 이재록 씨에 대해 검찰이 20년을 구형했다고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영혼과 재산의 피해 뿐 아니라, 여성의 경우는 더 말하기 힘든 피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사이비 종교야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있겠지만, 피해자는 그 피해가 ‘자기가 깨달을 때까지’ 피해를 당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어서 신에게 기대고 마음의 위안을 얻지만, 그 신의 이름을 사칭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자들은 말 그대로 파렴치범 중에서도 윗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보통 사후세계라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주고 지금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그 종교의 교리에 맞는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불안감,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를 모르는 데 대한 불안감은 사람들을 정상적인 종교가 아닌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도 만드는 것이지요.

징역 20년 갖고 저 사람의 죄를 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도 눈이 멀어 이재록에게 혹해 있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사이비종교가 득세할 만큼 안정된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고, 정치가 이런 면들을 고쳐나가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거겠지요

주기도문에 보면 ‘주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부분이 있지요. 결국 천국은 우리가 사는 땅에 구축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그 이상향이라는 것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종교 경전에서 말하는 ‘천국의 상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닐까요. 그런 세상이 된다면 사람들이 굳이 사이비종교에 빠질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학에서 과거에 인내천이라 말했던 것도 주기도문의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이라는 구절과 같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자비롭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한 만큼의 댓가를 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그때는 사이비종교의 문제도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을 문득 해 봤습니다.

시애틀에서…

“신도들 철저히 유린·농락”…검찰, 이재록에 20년 구형 [앵커] 수년동안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교회 지도자 이재록 씨에 대해서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씨 측은 오늘(1일) 최후 진술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김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이 만민중앙교회 지도자 이재록 씨에 대해 상습준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설교 등 목회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신적인 존재로 믿고 자란 신도들을 철저히 유린하고 농락한 사건"이라며 "범행 수법이 엽기적인데도 일말의 뉘우침도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직접 최후 진술에 나선 이 씨는 “눈도 실명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 교도소에서도 의사 소통을 잘 못한다”며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이 씨 측 변호인도 피해자들이 음해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선고는 오는 16일 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출처: http://news.jtbc.joins.com/html/473/NB117204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