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천안함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선박 전문가 신상철의 비망기
오동나무 아래서 역사를 기록하다.
권력을 사익 확대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오늘날 부패한 고위 관료들.. 김종익
도둑맞은 주권
18대 대선은 합법으로 위장한 부정선거였다. 김후용
진보적 글쓰기
우리의 글쓰기가 사회를 개선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김갑수
진보를 복기하다
국회의원으로서 내놓았던, 내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정책을 열한 가지의 주제로 묶어 정리했다. 이정희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사건의 재구성과 57명의 증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분단체제 프레임 전쟁과 과학 논쟁 (한겨레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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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그 6월, 그리고 지금 6월의 기적을 기다리며
  번호 76770  글쓴이 권종상  조회 625  누리 30 (5,35, 1:0:7)  등록일 2018-6-11 05:50 대문 0

그해 그 6월, 그리고 지금 6월의 기적을 기다리며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8-06-11)


31년 전, 저는 재수생이었습니다. 이미 고 3 끝물부터 교회 형들이 교회 지하에 있던 청년회실에서 창문을 가리고 틀었던 광주항쟁 비디오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같은 책자와 사진물을 통해 충격을 받고, 일찌감치 조금이나마 사회와 민족의 문제에 눈을 뜰 수 있었던 터라, 그 어렴풋한 분노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 나아가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재타도! 직선제로!”의 구호가 거리를 메웠고, 매캐한 최루탄 내음은 눈을 따갑게 했을 뿐 아니라 눈코입에서 줄줄줄 온갖 액체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도 항쟁은 계속 확산 일변도였습니다.

아마 이때 군부독재 세력은 무력을 다시 동원하려 했을 겁니다. 이미 광주에서 피를 한 번 보았던 터, 그러나 독재자는 그 다음 해에 자기의 집권 시대의 치적으로 올림픽을 열려 하고 있었고, 만일 그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도시에서 유혈 진압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 올림픽에 대한 보이코트는 분명했겠지요. 게다가 그 올림픽은 이미 그 전에 80년 모스크바, 84년 LA 올림픽이 진영간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반 쪽 올림픽이 되었던 직후의 올림픽이었습니다. 정말 동서 화해의 ‘핑계’가 돼 줘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겁니다.

결국, 전두환은 국민들에게 굴복합니다. 아니, 실질적으로는 그의 ‘주인’이었던 미국의 입김에 굴복하고 6.29선언을 노태우를 통해 발표 (실질적으로는 대독)시킴으로서 플랜 B를 가동시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대로, 87항쟁의 과실은 지금의 헌법을 만들어 낸 것, 그래서 제 5공화국을 끝장낸 것이지만, 결국 노태우는 그들이 세웠던 플랜 B, 즉 양김 분열을 통한 표 분산으로 인해 국민들이 쟁취한 직선제의 과실을 다시 군부독재의 잔재세력이 따먹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그때 거리에서, 명동성당 앞에서 돌을 들고 서 있던 재수생은 전경들에게 밀려 성당 경내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봤던 성모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위기에서 저를 구해 주신다면 언젠가는 제가 천주교에 입교하고 싶다고. 그리고 31년이 지난 지금, 그 재수생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큰 아들은 그때 아빠의 나이가 됐고, 어렴풋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재수생은 지금 일요일이면 이렇게 성당 사무실에 앉아 있습니다.

31년이 지난 6월, 저는 이제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모니터 위의 글씨들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됐습니다. 노안 판정을 받은 건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 그때보다는 사회를 보는 눈은 조금 넓어졌을 겁니다. 나이가 먹으며 마음의 눈도 자랐다고 감히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때 “반전 반핵 양키 고 홈!!!” 을 외쳤던 청년은 이제 전쟁을 반대하려면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야 하며,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방향엔 심지어 배제와 증오의 대상이었던 '양키 대통령'이 같은 생각을 해 줘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그런 의미들이 담긴 6월 10일에 싱가폴엔 김정은과 트럼프가 도착했고, 이제 전혀 다른 세상을 열게 될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습니다. 설레입니다. 뭔지 모를 이상한,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집니다. 성당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 미사 끝나고 나오기 전에 이 눈물을 티 내지 않고 닦아낼 수 있었으면, 눈이 마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잘 되겠지요. 잘 되겠지요. 엉터리 신자의 기도를 들어주실 하느님, 정말 이 기도만큼은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아, 빨리 눈물 닦아야 하는데, 쪽팔리게 왜 이런대.

그 해 6월은 제게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른한 해가 지나고, 저는 다시 6월의 기적을 바라보며, 그 열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http://surprise.or.kr/board/view.php?table=surprise_13&uid=76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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