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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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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퇴행적 시도”라는 망언
  번호 50242  글쓴이 이준구  조회 742  누리 5 (5,0, 2:0:0)  등록일 2017-10-2 09:51 대문 2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퇴행적 시도”라는 망언
(WWW.SURPRISE.OR.KR / 이준구 / 2017-10-02)


이명박근혜 정권의 9년 동안 우리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애써 일궈온 민주헌정질서는 그 뿌리 채 흔들렸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무시로 짓밟혔습니다. 정부가 팔 걷고 나서서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놓고, 네편에게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해꿎이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속속 밝혀지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범죄행위들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왜 그렇게 숨이 막혀 살아왔는지 그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네편을 골라내 탄압하고, 내편을 위해서는 선거개입까지 서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지난 몇 년 동안 그 증거를 부지런히 인멸해 온 탓에 그 범죄행위의 편린만이 드러났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제는 왜 MB정권이 2012년의 대선에 팔 걷어붙이고 박근혜의 당선을 위해 안간힘을 썼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지난번에 지적했듯, 박근혜가 갖고 있는 치명적 결함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그를 밀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박근혜가 갖고 있는 치명적 결함 때문에(just because of) 불법행위까지 감행하며 그를 지원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야 너무나도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들의 행위를 은폐해 줄 수 있는 흠 많은 후속 정권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박근혜의 아킬레스건을 꽉 쥐고 있으니 자신을 함부로 치지 못할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하에 그런 일을 저질렀던 데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불법적인 대선 개입 덕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가 바로 그 불법을 파헤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나는 법률의 문외한이지만,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죄 없는 사람들을 박해한 행위, 반대파를 불법적으로 사찰한 행위, 각종 선거에 개입한 행위는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그저 사소한 범죄행위가 아니라 민주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하기 짝이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생각이라도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 모든 범죄행위의 정점에 MB가 있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랫사람들이 그런 범죄행위를 일삼았는데, 오직 대통령인 MB만 그걸 모르고 5년을 지냈다는 게 도대체 상상이나 가능한 일입니까? 여러분이 알고 있는 MB가 그렇도록 어수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MB가 검찰 앞의 포토라인에 서서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자기 재임 시절 자행된 불법행위의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그는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합니다. 만일 자신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면 왜 이런 비리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겠습니까? 설사 자기는 전혀 몰랐고 아랫사람들이 몰래 그런 일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엎드려 사죄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랜만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연 MB의 첫 마디는 진솔한 사과가 아니라 “적폐청산이 퇴행적 시도”라는 망언이었습니다. 어떻게 범죄행위를 밝혀내 처벌하는 것이 ‘퇴행적 시도’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가 과연 무슨 생각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퇴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를 했어도 덮어두자는 주장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 행위가 전혀 범죄행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범죄행위를 한 사람이면 그가 누구이든 간에 조사 받고 범죄행위가 밝혀지면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기본 아닌가요? 이떻게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그런 기본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은 친일반민족 행위를 밝혀내거나 유신독재 부역자를 찾아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최근의 범죄행위를 밝히자는 것 아닙니까? 만약 그들에게 아무 죄가 없다면 당연히 법원의 판결이 그렇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범죄행위의 의혹이 있는 사람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 하는데, 거기에 시비를 걸 여지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지난 28일 MB의 “대국민 추석 인사”를 보면서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은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과거를 묻어버리자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안보와 민생이 범죄행위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만약 안보와 민생이 어려우면 도둑질한 사람도 눈 감아 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이런 사기에 가까운 논리는 MB뿐 아니라 그를 비호하는 모든 세력이 즐겨 사용하는 수법입니다. 보수 신문을 한 번 펴들고 관련 기사를 읽어 보십시오. 그런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유신 때의 그 소름끼치는 독재도 바로 그런 사기에 가까운 논리로 정당화했던 것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처럼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둠의 세력들은 이처럼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의 노력을 정쟁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말로 먹칠을 하려 드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적폐청산 노력이 “퇴행적 시도”라는 MB 자신의 망언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최소한 의혹의 당사자 자신이 할 말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내지 못한다면 또 다시 악의 싹이 움터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범죄행위에 대한 추상같은 단죄가 필요한 이유는 후세 사람들이 다시는 그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를 주기 위함입니다. 지난 9년 동안의 폐정으로 인해 그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는 민주헌정질서 회복의 첫 걸음이 바로 적폐청산입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폐청산이야 말로 어느 것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입니다. 안보와 민생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적폐청산을 한다고 안보와 민생을 소홀히 할 리 있겠습니까? 과거를 덮고 싶은 사람들이 공연히 그런 구실을 붙이는 데 불과할 뿐이지요.

손으로 해를 가릴 수 없듯, 범죄행위를 비호하려는 거짓 논리들이 결코 진실을 은폐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모든 진실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이 땅에 아직도 정의가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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