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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빈대 몇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홀딱 태워 버렸나?
  번호 42219  글쓴이 이준구  조회 1161  누리 15 (5,20, 2:0:4)  등록일 2017-6-19 10:22 대문 0

고작 빈대 몇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홀딱 태워 버렸나?
(WWW.SURPRISE.OR.KR / 이준구 / 2017-06-19)


내가 늘 주장해왔듯, 망국적인 4대강사업이 우리 국토를 엉망으로 헤집고 있을 때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버린 보수언론들은 철저히 침묵을 지켰습니다.그들이 언론으로서의 본분만 제대로 지켜 줬더라도 그런 끔찍한 비극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정부와 부역 어용학자들이 4대강사업의 필요성이랍시고 내놓은 근거들은 삼척동자라도 그 오류를 능히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엉성하고 설득력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소위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이 그걸 몰랐을 리 없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두려웠는지 혹은 무엇을 얻으려고 그랬는지 아무 것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나는 보수언론을 국토파괴의 공범자로 단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4대강사업의 진실을 은폐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누가 봐도 뻔히 4대강사업 때문임을 알 수 있는 녹조라테 사태마저 다른 이유 때문에 생겼다고 우기던 사람들도 이제는 낯을 들고 다니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민을 한 두 번 기만할 수 있을지 몰라도 끝없이 기만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보수언론은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들이 MB정권 시절 한 일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때는 생각이 짧았다.” 혹은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깨끗이 인정하면 될 일 아닙니까?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4대강이 시궁창처럼 더러워져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 되어버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아직도 4대강사업으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려는 노력에까지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일부 4대강 수문을 상시개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어깃장입니다. 그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보수언론은 지금 그렇지 않아도 가뭄이 심한 상황인데 수문을 열면 어떡하냐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보수언론이 그런 기사를 쏟아낸 의도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4대강사업은 가뭄대책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거짓말로 여론을 왜곡하고 싶어서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4대강 댐들이 없었을 때도 가뭄이 들면 언제나 강물을 끌어다 썼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쓰던 강물인데 왜 새삼스럽게 댐으로 막아놓아야만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처럼 허황된 말을 하는 건가요?

더군다나 정부가 강물을 끌어다 쓰는 취수구 이하로 수위를 낮추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그런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로 국민을 선동하려는 의도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녹조라테가 장기적으로는 인근 주민의 식수에도 치명적 위험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안이한 자세로 방관해서는 안 될 문제인데요.

한 마디로 말해 4대강사업이 가뭄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가뭄이 심했던 지난 몇 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지만 댐들로 아무리 많은 물을 가두어 두었어도 그걸 실제로 가뭄 해소에 활용한 실적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뭄 피해가 주로 발생한 지역이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4대강 물을 끌어다 쓴다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유일한 성과라고 대서특필하는 보령호로의 도수관도 별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몇 십 킬로미터나 되는 구간으로 물을 끌어오려면 무지무지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음 없을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무 데나 무조건 물을 가둬 놓고 그걸 활용하자고 나서니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보령댐과 관련해 또 하나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평소 1급수를 유지하던 보령호의 물이 금강에서 물을 끌어온 이후 녹조라테 사태를 빚어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다가는 전국의 모든 저수지가 녹조라테로 뒤덮일지도 모릅니다. 댐들로 가둬놓은 4대강의 물이 지금처럼 녹조라테로 썩어버린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물이 된다는 말입니다.

어제 한 신문에 4대강 댐들의 수문을 상시개방하라는 지시에 어깃장을 놓는 또하나의 기사가 난 걸 보고 기가 막혀 자빠질 뻔했습니다. 물을 흘려 보내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발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기사입니다. 난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아마 4대강 댐들 중 일부가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나 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4대강사업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사업을 끼워 넣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사가 무얼 노리고 있었는지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4대강사업은 전력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훌륭한 사업이었다는 거짓말을 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지요. 그 기사를 읽고 내가 내가 헛웃음을 터뜨렸던 부분은 수문 개방으로 인해 발전량 감소가 일어나 생긴 손실이 126억 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22조 원이란 어마어마한 현금과 전 국토의 생태계 파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치르고 얻은 성과가 고작 몇 백억 원어치의 전기라고요? 도대체 경제IQ가 몇이나 되는 저능아들이기에 그런 비용-편익분석으로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근거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일을 정당화하려는 그들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깨끗이 사과하고 손을 씻는 게 휠씬 더 떳떳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확인된 4대강사업의 성과는 한 마디로 말해 ‘빈약’ 그 자체입니다. 과거에도 홍수피해가 별로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 4대강사업 이후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사업의 성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누누히 설명해 온 것처럼 가뭄 피해를 줄이는 데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4대강사업의 주요 목표라고 그들이 내세었던 ‘수질정화’는 정확하게 그 반대의 효과를 냈습니다. 녹조로 시퍼렇게 썩어가고 강바닥은 시궁창에서나 사는 실지렁이와 깔다구로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무슨 다른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한 마디로 수질정화는커녕 죽음의 강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고작 몇 백억 원어치의 전기군요. 그걸 얻기 위해 그 많은 돈을 퍼붓고 그 많은 죄 없는 생명을 몰살시켰단 말입니까? 그야말로 빈대 몇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홀딱 태워버린 형국입니다.

이런 망국적인 사업을 주도하고 이에 공모한 사람들 중 어느 하나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진솔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자기네들이 잘했다고 말도 안 되는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손톱만큼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최소한 사태의 해결을 가로막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녹조라테로 대표되는 수질 악화의 문제는 그대로 방치해둘 경우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댐들을 폭파하든 수문만을 열든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훼방이나 놓고 있다면 국민에게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죄를 다시 한 번 짓는 일입니다.

언젠가는 4대강사업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심판대에 서게 만드는 날이 오겠지요. 그러나 4대강이 원래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되는 날은 아주 먼 미래에서나 찾아올 겁니다.

그 날을 하루라도 앞당겨야 할 판에 자신의 과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문제 해결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작태를 보이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http://surprise.or.kr/board/view.php?table=surprise_13&uid=4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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