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광훈의 ‘이단성’과 한국 보수교회의 오랜 침묵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6-09-18)
정치적 동지라면 신학적 일탈도 눈감아 줄 것인가....
예장통합의 ‘이단성 있음’ 결의가 한국교회에 던진 질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마침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서울 도림교회에서 열린 제111회 총회에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연구보고서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642표, 반대 364표로 채택됐다.
▲ 전광훈 씨의 알뜰폰 광고
이번 결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장통합이 전광훈 씨를 곧바로 ‘이단’으로 최종 규정한 것은 아니며, 교단의 분류상 ‘이단성 있음’이라는 판단을 공식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제107회 총회의 ‘참여 자제 및 예의주시’에서 한 단계 높은 판단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판단이 달라진 이유다. 예장통합은 2022년 당시 전 씨에게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잘못된 사상이나 교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단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지적하고 성도들에게 그의 집회에 가급적 참석하지 말 것을 권면했다.
그러나 이번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전 씨가 이후에도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고, 그 내용 가운데 기독교의 구원론과 계시론·성경관, 성령론 등에서 심각한 이단적 요소가 발견된다고 판단했다. 과거에는 일회적 말실수인지 지속적인 신학적 주장인지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이제는 반복성과 지속성을 근거로 판단을 바꾼 것이다.
전광훈 씨를 둘러싼 신학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2019년 공개 집회에서 자신에게 ‘기름 부음’이 임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돌아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하나님을 향해서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교계 안팎에서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주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도 이런 발언을 ‘반성경적·비신앙적·비신학적’이라고 비판하며 교단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주요 보수 장로교단들은 오랫동안 전광훈 씨를 명시적으로 이단으로 규정하는 데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이단’이라는 규정은 신중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거나 표현이 거칠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단 판단은 성경과 교리, 구원론·기독론·삼위일체론·계시론 등 명확한 신학적 기준과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이번 예장통합 총회에서도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를 놓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한국교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남는다. 전광훈 씨의 문제적 발언들이 수년 동안 반복됐고 주요 교단의 이단대책 전문가들이 일찍부터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왜 교단 차원의 판단은 이처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는가.
실제로 2020년 주요 교단 총회 당시에도 논란은 컸다. 예장합신은 전광훈 씨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대한 이단·이단옹호단체 규정 청원을 1년 유예해 연구하기로 했고,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에서도 최종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주요 교단들이 결론을 미루는 것을 두고 ‘침묵과 지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듬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2021년 전광훈 씨의 발언에서 이단성이 나타난 적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명백한 이단으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그가 문제 발언을 인정하고 회개할 때까지 신앙적 집회 참여를 금지하는 수준에서 결론을 냈다.
예장고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단대책위원회가 전광훈 씨의 신학사상과 비성경적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강한 제재를 요청했고, 총회는 2021년 그를 ‘이단성 있는 이단단체 옹호자’로 규정하면서 참여와 교류를 금지했다.
그러나 총회 토론에서는 이단으로까지 규정할 경우 교회가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정치와 신학을 구분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 과정은 한국 보수교회가 직면한 불편한 문제를 드러낸다. 전광훈 씨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 것이 정말 신학적 판단의 어려움뿐이었는지, 아니면 교단 내부에서 그와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거나 그의 집회에 참여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의 존재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CBS는 2025년 주요 교단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이 존재하고, 신앙적 문제를 지적해도 정치적 입장을 앞세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교계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 정치적 견해가 신학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한국 보수교회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보수 신학이 중요하게 여겨온 것은 성경의 권위와 교리적 정통성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도 똑같은 신학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다.
진보 정치인이 기독교 교리를 왜곡했다고 가정할 때 보수교회가 그것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라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보수 정치운동과 가까운 목회자의 문제적 신학 언어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신앙의 기준이 정치적 진영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 교리는 진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도구가 된다.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신학적 일탈에는 관대하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신학적 오류에는 엄격하다면 그것은 신학적 보수주의라고 부르기 어렵다.
특히 목회자가 자신에게 특별한 영적 권위를 부여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하나님의 뜻과 사실상 동일시하는 현상은 더욱 엄격하게 경계해야 한다. 신앙공동체에서 목회자의 정치적 판단에 ‘하나님의 뜻’이라는 절대적 권위가 결합하면 성도들이 정치적 주장과 신앙고백을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한 총대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안수집사가 전광훈 씨를 ‘영적 영도자’라고 표현한 경험을 소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예장통합 총회가 단순히 한 목회자의 거친 언어를 심판한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교회와 신자들에게 미치는 신앙적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광훈 씨 측의 반론 역시 기록할 필요가 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일부 강한 표현만 떼어내 이단성을 판단해서는 안 되며 전체적인 신앙과 교리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결정의 정당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회 내부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향후 교단들이 전광훈 씨에 대해 판단할 때는 정치적 찬반이 아니라 공개된 설교와 발언, 반복성과 지속성, 정통 교리와의 충돌 여부, 당사자의 해명과 소명 등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판단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정치적 이단 심판’이라는 반론도 설득력 있게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적 신중함과 판단의 무기한 연기는 다른 문제다.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백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 순간마다 결정을 미루는 명분으로 사용된다면 그것 역시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보수교단들이 이제 답해야 할 것은 전광훈 씨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주장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도 아니다. 오직 그의 신앙적 주장과 설교가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왔다고 말해온 성경과 교리의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이다.
예장통합의 이번 결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2년에는 이단으로 규정할 정도의 지속적인 사상과 가르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발언이 반복되자 기존 결론을 재검토했다. 자신들이 내렸던 과거 판단까지 다시 들여다봤다는 점은 다른 교단들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치보다 복음이 먼저라는 원칙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같은 편이라고 해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을 서슴치않는 신학적 문제에 침묵하고, 정치적으로 다른 편이라고 해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교회가 말하는 진리의 보편성은 설득력을 잃는다.
보수교회가 보수해야 할 것은 특정 정치세력과의 관계가 아니라 지금까지 보수 개신교 전체가 고백해온 신앙과 교리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해 온 교단일수록 그 기준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엄격하게 적용할 책임이 있다.
전광훈 씨에 대한 예장통합의 ‘이단성 있음’ 결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이다. 다른 교단들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교세, 내부 반발을 떠나 공개된 자료와 신학적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그 근거를 교인과 사회 앞에 설명해야 한다.
전광훈 씨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든 작든 그것은 신학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정치적 힘 때문에 신학적 판단이 흔들린다면 문제는 한 사람의 이단성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가 과연 스스로 선언한 신앙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교회가 정치적 동지를 지키기 위해 신학적 원칙을 양보하는 순간, 지켜지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 정치다. 이제 한국 보수교회가 증명해야 할 것은 누구의 편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믿고 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