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과 해리 트루먼 ②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6-07-22)
아베 고다이阿部幸大
1987년생. 도쿄 대학 문학부 학사, 석사. 뉴욕 주립대학 박사 학위 취득. 쓰쿠바 대학 인문 사회계 조교, 미일 문화사 연구자.
『완전히 새로운 아카데믹 글쓰기 교과서』 『내러티브 피해학』 등의 저서가 있다.
■ 끝없는 전쟁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의 덕을 봤다. 유럽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있었고, 그 파시스트 정권들과 손잡고 태평양에서 날뛰던 극동의 섬나라는 진주만 공격이라는 폭거까지 감행했다. 전쟁 국가 미국은 이후 자국 군사 행동의 윤리적 정당성을 보증해 줄 이처럼 명료한 ‘악’으로 여겨지는 적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 그 악으로서의 적은 세계의, 정확히는 미국이 규정하는 세계의, 공통의 적이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파시즘에서 찾을 수 있었던 악으로서의 적이, 냉전기에는 공산주의가 되고, 21세기에는 테러리즘이 된다. 이리하여 적은 국가가 아니라 이념이 되었고, 적이 이념인 이상 그 패배의 기준 또한 불분명해졌다. 따라서 거기에는 승리도 없고 끝도 없다.
트루먼 정권이 한국 전쟁을 ‘경찰 행동’(police action)이라고 정의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였다. 미국은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 활동에는 당연히 끝이 없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지에 군사 기지가 필요하며, 평화의 방위가 본연의 임무인 이상, 미국이라는 경찰은, 길을 가는 수상한 사람을 검문하고, 필요하면 심문하며, 때로는 고문할 권리와 책임을 지닌다.
여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야에 대두한 preparedness라는 논리는 비로소 세계적 규모로 완성된다. 이것이야말로 라틴어로 ‘미국의 평화’를 뜻하는 ‘Pax Americana’라 불리는 시대의 구조였다. 그 ‘평화’의 실태는 전쟁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영속 전쟁’(permanent war)이었으며, 그 토대를 마련한 것이 바로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 전쟁이었다.
■ 대리전쟁과 내전
그런데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평화를 침해하는’ 침략국으로 규정했을 때, 실제로 북한은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던 38선을 넘어 남한을 침공했다. 당시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으로부터 승인과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통상적인 역사 서술에서는 이 침공을 한국 전쟁의 시작으로 본다.
어쩌면 오늘날 일본 대중의 상상 속에서 러시아․중국․북한이라는 이 트리오는 가장 ‘세계의 악’에 가까운 조합일 것이다(최근에는 여기에 이스라엘이 첨가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역사 이해에 따르면, 북한이 ‘치안’을 교란했고, 그 피해국인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이 지원했다. 한국 전쟁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애초에 북한이 넘었다는 38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어 놓은 경계선에 불과했다. 그런데 미국은 왜 그런 선을 그었을까. 제국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전후 처리를 미국이 사실상 단독으로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으로 ‘침공’했을 때, 그것은 과거 일본에 침략당했던 하나의 국가였던 조선 땅에, 일본의 패전과 함께 조선의 지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미국인이 그어 놓은 ‘국경’이라는 허구를 넘어섰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목표한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 하나였던 조선이라는 조국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것이 침략 행위가 되어 버린 것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미국의 분할이라는 외적 요인 때문이었다. 냉전기의 미국 전쟁 대부분은 대리전쟁이었다. 다시 말해, 각 전쟁 지역의 당사자들에게 동족을 죽이도록 강요한 내전이었다.
이 일을 일본인들이 좀처럼 상상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후 일본이 다행히도 분할 통치를 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 경험한 것은, 비유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이 동일본과 서일본으로 분할되어 각각 소련과 미국의 점령을 받고, 자유로운 왕래가 금지된 가운데, ‘이렇게 가족과 생이별한 채로 있을 수는 없다’라며 일본을 되찾고자 한 세력이 군사 행동에 나섰다고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또는 통일을 위해서는 동포를 죽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심정은, 한국 전쟁의 ‘특수’ 덕분에 대부흥을 이룬 구제국 일본으로서는 아무리 애써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탄생한 북한이라는 국가가 세계의 악을 대표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