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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복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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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22
  번호 128223  글쓴이 강진욱  조회 120  누리 5 (0,5, 0:0:1)  등록일 2021-2-16 12:59 대문 0

[연재]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22
- 11월 26일 방송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하여

(WWW.SURPRISE.OR.KR / 강진욱 / 2021-02-16)


22. 수색 방해 공작 ①수색대를 산으로 보내라!

항공기 사고가 나면 우선 비행기 동체의 잔해 수색이 기본이다. 잔해 수색 목적은 생존자를 구하고 블랙박스(Black Box)를 찾기 위함이다.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장착된 이 블랙박스에는 비행기록장치(Flight Data Recorder, FDR)와 조종실녹음장치(Cockpit Voice Recorder, CVR)가 들어 있다. 비행기의 항적(航跡)과 조종실 내부 음성을 확인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그런데 KAL 858편 여객기 사건에서는 잔해 수색은 그냥 시늉뿐이었고,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잔해 수색을 방해함으로써 블랙박스 수거를 못 하게 했다. KAL 858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 한다면 이 사실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한 교수도 유튜브 강의에서 KAL 858 여객기 잔해 수거 문제에 대해 무려 14분을 할애했다. 전두환 정권이 잔해를 수거하지 않았고 엉뚱한 곳으로 수색대를 보내는 쇼를 연출하며 일주일을 허비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지적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국정원 진실위 조사위원으로 있을 때 잔해 수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얘기, 그렇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빨리 건져 유족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맞는 말이지만 문제가 뭔지를 짚지 못한다. 

[11월 30일에 ... 사건이 29일 날 터지고 다음날 “KAL기 추락 잔해 발견”(동아일보 기사) ... 이렇게 인제 ..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 일주일 ... 닷새가 지난 뒤 ... 12월 5일 자에 “KE858기는 어디에 ... 육.해 수색 무성과”(조선일보) 부유물 없어 바다에 추락한 거 같지 않고 ... 그러면 육지에 추락한 거 같은데 ... 육지를 많이 뒤졌어요, 육지를 ... 그런데, “잔해 제보 모두 허위(로 밝혀져서) ... 초조한 수색 ... ”(조선일보 12월 8일) ... 뭐 인제 장기화되고 있고 위험 불구 저공비행도 무위로 돌아가고 ... 이거는 안 나오고 ... 이렇게 되니까 ... 인제 ... 하여튼, 정부가 파견한 조사단은 철수하고 현지 국가하고 공관 쪽에서 남아서 ... ]

문제가 보이는데도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한 교수의 문제다. 엉뚱한 곳에 가 잔해를 찾는 시늉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왜 그랬는지 그 답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이것이 인식의 심화 과정이다. 어떤 사물 또는 현상에 대한 인식은 대상을 관찰하는 단계에서(이를 ‘지각’이라 한다). 그 사물이나 현상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추리해 새로운 판단을 내리는 단계를 거치면서(이는 ‘사유’라 한다)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 과정을 부단히 반복해야 우리의 인식이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 또는 진면목에 근접할 수 있다.

전두환 패거리가 한 짓이 뭔가 이상하고 수상하다고 보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범인(凡人)은 이 지점에서 ‘좀 이상하긴 한데, 뭐 ... ~’ 하며 그냥 넘어간다. 한국현대사 전문가라면 또 한때나마 ‘걸어다니는 한국현대사 사전’이란 소리를 들은 이라면 마땅히 ‘왜’를 천착해야 한다. 바다에 떨어진 것을 산에 떨어졌다며 일주일을 허비한 내력을 찾다보면 전두환 정권과 태국 및 (이들 나라를 후원하는 미국) 등이 KAL기 잔해가 발견되는 것을 고의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두환네가 풀어 놓은 ‘썰’과 각종 오보, 이 썰과 오보를 조합해 만든 공식 해명 자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전두환네의 교묘한 수사에 그냥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아유~ 찾으려고는 했는데 못 찾았았어요, 안타까워용~”

[수사가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은 우리의 수사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었고, 또 비행기의 경유지는 당시만 해오 우리나라와는 수교 관계를 맺지 않은 동구권이었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 현지에서 조사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블랙박스 수거에 실패한 것은 이 사건 수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전두환 회고록 2』 551쪽)

당시 교통부 안에 항공사고를 담당하는 주무과가 있었지만 전두환의 안기부는 교통부 내 항공 사고 전문가들을 모두 배제하고 조사단이란 것을 꾸렸다. 

[외무부는 대한항공 858기의 실종과 관련, 최광수(崔侊洙) 외무부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박수길(朴銖吉) 제1차관보를 본부장으로 하고 외무.교통.노동부 및 치안당국 고위관계자 및 대한항공 관계자들로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 정부는 ...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홍순영(洪淳瑛) 외무부 제2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방콕으로 급파했다.](「조사단 현지 파견 - 외무부」 <경향신문> 1987.11.30)

긴급대책본부장 박수길은 제1차관보는 바레인으로 가 김현희를 데려온 인물이다. 전두환네는 그를 시켜 김현희를 데려 오는데 온 국력을 집중했다. 김현희 송환은 한 교수가 “별거 아니었다”고 평가절하하는 ‘무지개공작’의 핵심 사업이었다. 그러면서 ‘북괴를 규탄’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수색은 얼렁뚱땅 시늉만 한 것이다.

홍순영 제2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현지조사단은 얼핏 보면 외무부가 중심인 것처럼 보인다. 외무부 직원 2명과 경찰 1명, 노동부 직원 1명, 대한항공 직원 18명 ...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안기부 소속이 아니었을까. 이들은 결국 엉뚱한 곳에서 일주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다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교통부도 나름 대책본부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들러리였다. 그것도 그냥 들러리가 아니라 KAL 858편 여객기 폭파 공작을 벌인 범죄 조직과 한통속이 돼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유족들을 속이는 것이 교통부 사고대책본부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교통부는 29일 하오 ... 항공사고수습대책본부(본부장. 김창갑. 金昌甲 교통부 차관)를 구성, 사고 여객기 실종 지점 인접국가인 버마 태국 방글라데시 등 3개국 항공관제소에 실종 KAL기의 수색과 구조를 요청했다. 교통부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사고 항공기의 마지막 교신은 29일 하오 2기 1분(한국시간) 랑군항공관제소에 대한 위치 보고였을 뿐 조난 신고는 일체 수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태국.버마 등에 수색.협조 요청」 <경향신문> 1987.11.30)

전두환 정권은 이처럼 외무부와 교통부를 시켜 거짓 정보를 퍼뜨리면서 엉뚱한 곳에서 KAL 858편 여객기 잔해를 수색하는 척 쇼를 벌였던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수색대가 일주일 동안 태국-버마 접경의 카렌족 거주 산악인 칸차나부리(Kanchanaburi) 일대만 훑고 다닌 이유다. 사고 다음날 나온 신문 호외부터 저들은 ‘칸차나부리 추락설’을 흘렸다.

[미국의 UPI 통신은 KAL기가 태국 수도 방콕 동쪽 129km 부근의 버마 국경 가까운 태국 땅에 추락했다고 ‘칸차나부리’ 경찰 간부인 파치코른 발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동아일보> 1987.11.30)

( 1987.11.30 동아일보 호외)

UPI는 ‘칸차나부리 경찰 간부’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KAL 858 공작을 배후에서 조종한 ‘큰 손’의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고의적 오도(誤導)는 어떤 중대 사태에 직면했을 때 순간적으로 그릇된 선택과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되돌리기 힘든 역사적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여론조작이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넉 달여 만인 1945년 12월 27일 미국과 영국 및 소련 3국 외상(외무장관)이 ‘모스크바 3상회의’를 종료한 날 <동아일보>가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하고 미국은 조선의 즉시 독립을 주장한다”는, 미국 측이 조작한 허위 보도를 대서특필해 조선반도가 신탁과 반탁의 싸움판으로 갈라지고 결국 남북 분단의 씨앗이 된 것과 비슷하다(2014년 세월호 사건 때 “전원 구조” 오보 역시 이런 조작이 아닐까 의심한다).

엉터리 호외를 시작으로 신문들은 아예 “칸차나부리에서 잔해가 발견됐다”는 허위 보도를 이어갔다. 이 허위 보도의 진원은 AP통신. ‘칸차나부리 경찰 관계자’를 내세웠다.

[30일 정오 버마와 접경인 타이[태국] 영내 칸차나부리 밀림에서 사고 KAL기의 잔해로 보이는 기체 잔해가 발견됨으로써 KAL기는 추락,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방콕 발 AP통신은 30일 낮 태국과 버마 국경 지역인 태국 칸차나부리의 한 밀림 비역에서 태국 국경경비경찰 헬리콥터가 KE858편의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의 잔해를 발견했음을 칸차나부리 경찰서장과의 통화에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칸차나부리 경찰서장은 잔해가 떨어진 현장이 무성한 밀림 지역이어서 헬리콥터가 착륙하지 못하고 현장으로 통하는 길이 나 있지 않아 정확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AP통신은 보도했다. ](「KAL기 추락 잔해 발견 ... 태-버마 국경 칸차나부리 밀림 지역」 <동아일보> 1987.11.30)

(사진 좌: 1987.11.30 동아일보 / (사진 우 : 1987.11.30 경향신문)

미국 통신사들이 돌아가면서 ‘칸차나부리 경찰’을 내세운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동안 대한항공 측도 계속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있었다.

[한편 이근수(李根秀) 대한항공 사고대책본부장도 30일 오후 2시 13분 경 대책본부 3층 가족대기실에서 실종된 KE858편기는 방콕 서북서쪽 128km 지점에서 추락한 사실을 태국 내무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이 본부장은 ... 잔해가 발견됨에 따라 방콕에 도착해 있는 조중훈(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이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태국 내무성 소속 수색대가 이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1987.11.30)

이근수 본부장은 KAL 추락 지역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앞에서 본 지도에서 “방콕 서북서 128km 지점”은 태국-버마 접경 산악 지역인 칸차나부리를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거짓 정보가 유포되면서 엉뚱한 곳에서 수색을 벌이게 된 것이다. 12월 1일 자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는 ‘잔해 발견’이라 해 놓고 그 아래 작은 기사에는 ‘추락 지점 못 찾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붙였다.

[【칸차나부리(태국)=AP.연합.특약】실종된 KAL 858편의 보잉 707 여객기 수색 작업에 참여한 태국 경찰의 고위 관계자들은 30일 KAL기 추락 현장이 발견됐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우리는 추락 지점을 찾아내거나 기체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칸차나부리성(省)의 치트르 분야차이 총경은 “앞서 추락 지점을 발견했다는 경찰의 보고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분야차이 총경의 이 발언은 이날 하루 동안 공중 및 지상에서 양면 수색 작업을 벌인 뒤 나온 것이다. ... 앞서 칸차나부리성의 경찰 책임자는 한 헬리콥터 승무원이 봉티야이 마을과 방티노이 마을 사이의 한 지역에서 추락 지점을 발견했다고 밝혔었다.](「“추락 지점 못 찾아” - 태국 경찰, 발견 보도 부인」 <조선일보> 1987.12.1)

이처럼 신문 지면에 상충되는 두 개 기사가 실릴 때 이미 추락 지점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태국 영내 산악지역에서 KAL 858편 여객기의 잔해가 발견됐다는 전언 또는 제보는 모두 거짓임이 밝혀지지만, 이미 일주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뒤였다.

또 수색 개시 닷새가 지날 때부터는 산악이 아니라 해상에 추락했으며, KAL 858편 여객기의 마지막 교신 지점도 지금까지 알려진 곳과 다르다는 지적이 일본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본 언론 또는 정보 당국에서는 이즈음 버마 항공 당국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동경=김윤곤 특파원】대한항공 858편기의 마지막 무선 연락 지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벵골만[버마 안다만]의 어디스(URDIS)가 아니고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인도 벵골만의] 톨리스(TOLIS)였다고 버마의 랑군공항 당국자가 4일 밝혔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5일 자 조간에서 보도 ... 따라서 대한항공기 추락 지점은 태국-버마 국경으로부터 훨씬 서쪽의 벵골만으로부터 안다만해에 걸치는 해역일 가능성이 크다 ... 랑군공항에서 주변 항공로의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관제관에 의하면 대한항공기는 인도 서방의 봄베이로부터 시작하는 항공로 ‘로메오 468’을 비행, 11월 29일 오전 10시 31분(현지시각)에 “현재 TOLIS 상공 3만7천 피트”라고 초단파 무선으로 보고해 왔다. ‘TOLIS’는 랑군 서남서 약 500km의 벵골만 상에 있어 급유지인 방콕까지는 800km 남아 있어 1시간 비행거리다.](「추락 지점 틀렸다 - 일지, 현 수색지역 서쪽 300km 떨어진 해상」 <조선일보> 1987.12.5)

(사진 좌 : 1987.12.5 조선일보) (사진 우 : 1987.12.5 경향신문)

그러나 태국 쪽에서는 계속 칸차나부리 추락설을 흘렸고, 국내 언론은 계속 이 ‘설’에 집착했다.

[【방콕=이중식 특파원】버마 국경지대의 반정부 게릴라 조직인 카렌족 장악 지역에서, 실종된 KAL기 것으로 보이는 기체의 동체가 발견됐다고 4일 방콕에서 발행되는 데일리뉴스지가  ... 1면 톱기사에서 카렌족의 한 지도자가 기체의 동체를 발견, 칸차나부리성의 KAL기 합동수색본부장 프라판 부지사에게 보고했으며 프라판 부지사는 이를 태국 정부에 공식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태국 영토와 버마 해안에서 기체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카렌족의 이같은 제보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1987.12.5)

[【방콕=허영섭 특파원】실종 KAL기 잔해 수색 작업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태국.버마 국경 카렌족 관할 지역에서 추락 KAL기의 동체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고 방콕에서 발간되는 데일리뉴스지가 보도함으로써 태국 정부와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이 5일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 방콕 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이 보고 내용의 사실 확인은 현지 중개인을 거쳐 이뤄지게 되므로 최소한 3∼4일 이후에야 가려지겠지만, 이제까지의 수색 작업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KAL기 잔해 수색 미궁에 - 태국 신문, “동체 발견” 보도 확인 안 돼」 <경향신문> 1987.12.5)

카렌족도 자신들의 관할 지역에 KAL기가 떨어졌다는 설을 부인했다.

[【방콕=허영섭 특파원】카렌족 지도자 콜사우마르벨은 국경 지역인 마에사밍 마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태국.버마 국경 지역 일대에서 카렌수색대 1백여 명이 수색 작업을 펴고 있으나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오는 8일까지 성과가 없을 경우 카렌족도 자체 수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 보도에 따르면 카렌족의 한 지도자가 최근 칸차나부리주 봉키마을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버마 영내 카렌족 관할 지역에서 KAL기의 동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것 ...](「KAL기 잔해 수색 미궁에 - 태국 신문, “동체 발견” 보도 확인 안 돼」 <경향신문> 1987.12.5)

결국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이 태국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의 수색을 종료하고, 벵골만 동부의 수색을 7일부터 개시한다”고 발표했다(노다 미네오 책 『나는 검증한다 - 김현희의 파괴공작』189쪽). 그러나 수색의 중점은 여전히 칸차나부리였다.

[실종 KAL기는 10여 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흔적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당초 항공전문가들은 사고 원인까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기체 잔해만은 수일 내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러나 태국과 버마 접경 지역은 물론 버마 근해 해상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색 작업이 아직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 지난 10여 일 간의 수색 작업 결과 유력한 추락 추정 지역으로 여겼던 태국 칸차나부리 일대 밀림 지역과 버마 반정부 조직인 카렌 족 장악 지역은 당초 잘못 짚었던 것 ... 태국 및 버마 당국과 KAL 측의 자체 수색대에 의한 지상 및 공중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고 ... ](「추락 지점으로 인도 벵골만 등 주목」 <경향신문> 1987.12.9)

이로써 해상에 떨어졌을 KAL기 잔해 수색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완전히 소진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과 태국 정부 (및 이 둘의 후견자인 미국)은 이렇게 KAL 858 여객기 폭파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이때도 - 또한 지금까지도 - 칸차나부리 산악 지역 수색이 누군가 파 놓은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린 이가 없다.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 수색 작업은 아무런 흔적도 찾아내지 못한 채 수색 개시 10일 만인 [12월] 9월 정부 차원의 조사가 사실상 종결됨에 따라 사고기의 행방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조사단은 이날 랑군에서 버마 측의 수색을 계속해 주도록 요청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끝내고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 정부 측은 방콕 주재 대사관과 랑군대사관에 수색 작업 잔무를 위임했다.] (<조선일보> 1987.12.10)

( 1987.12.10 조선일보 / 사진설명 :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오른쪽)이 태국 칸차나부리 부근의 사이욕에서 현지 경찰 책임자로부터 KAL기 잔해 수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잠시 생각해보자. UPI, AP 등 미국 통신사들이 계속해서 ‘태국 산악 지역 칸차나부리의 경찰 관계자’를 내세워 거짓 정보를 흘렸고, 태국 내무성에서도 지속적으로 칸차나부리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엉뚱한 곳에서의 잔해 수색을 유도했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뭔가 떠오르는 상이 있을 것이다. 미국-태국-남한의 연결고리 ‘코리아 하우스’. 이곳의 주인으로 일본 제국군인 출신 미타니 타다시(三谷忠志). 앞글(19편)에서 미타니가 ‘카렌족 관할 지역 추락설’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 미타니 씨는 홍콩 등의 무기상인과 커넥션을 갖추고 미얀마와 태국 국경 지대를 지배하는 카렌족에게 무기를 조달했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대한항공기 행방불명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슨 까닭인지 재빨리 카렌족 지배 지역 추락설을 유포시킨 사람도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노다 미네오 책 163-164쪽)

칸차나부리가 바로 카렌족 관할 지역이었다. 일본군의 버마 진공 때의 격전지로 영화 ‘콰이강의 다리’가 바로 칸차나부리 시내에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치면 다음과 같은 소개 글이 나온다.

[칸차나부리는 방콕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태국의 푸르게 우거진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 1941년부터 1943년에 걸쳐 일본군은 415㎞ 길이의 ‘죽음의 철도’를 건설했다. 철도의 목적은 방콕과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랑군을 연결하여, 해상 운송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 정글로 뒤덮인 산악 지대에 철도를 놓기 위해서, 일본은 20만 명의 아시아인들과 6만 9천 명의 연합군 전쟁 포로들에게 강제 노역을 ... 1943년 10월 철도가 완공 ... 10만 명의 아시아인과 1만 6천 명의 전쟁 포로가 작업 중 숨진 것으로 추정 ...](위 ‘죽음의 철도’가 바로 ‘콰이강의 다리’다. 이 다리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영화에서는 영국군 특공대가 철교를 폭파시켜 그 위를 지나가던 일본군 기차를 강 밑으로 처박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칸차나부리의 이런 역사성은 버마 진공 작전에 참여한 미타니 타다시가 각국 첩보망이 중첩돼 있는 태국 방콕에서 ‘코리아 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내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 노다 미네오 책 163쪽)

미타니의 ‘코리아 하우스’에는 한.미.일 정보 관계자들과 대한항공(KAL) 관계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또 KAL 858 공작조직의 일원임이 분명한(앞글 19.20편 참조) 미야모토 아키라(宮本明) 같은 자들이 찾곤 했다. 그러면 미타니가 ‘카렌족 관할 지역 추락설’을 유포함으로써 무려 열흘 간 이곳에 수색을 집중하다 잔해 수색에 필요한 귀중한 시간만 허비하게 만든 이유가 분명해진다. 미타니는 틀림없이 KAL 858 공작을 꾸민 한.미.일 공작조작의 요청으로 ‘칸차나부리 추락설’을 유포했을 것이다. 그에게서 무기를 공급받으며 그와 친분을 쌓은 카렌족 주민들은 괜히 KAL 858 공작에 이용된 것이다.
미타니 타다시가 ‘칸차나부리 추락설’을 유포하며 무려 최소 일주일 길게는 열흘이라는 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정보조작의 주범일리 없다. 그는 한낱 미.일.한 첩보조직의 동남아 거점에 속한 일종의 ‘망원’ 또는 ‘끄나풀’일 뿐이다. 그의 위에는 미국 정보 조직이 있었다. KAL 858 사건 보고서를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강성주 씨는 당시 정부 문서에 근거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외교부 문서에 따르면 ‘칸차나부리’ 지역을 특정한 정보를 제공한 인물은 트레버 에번스(Trevor Evans) 주한미국대사관 2등서기관이었다. “추락한 비행기는 방콕 서쪽 약 150마일 칸차나부리 지역에 있다”고 했고, “제보자는 상기 제보 내용을 금일(11월 29일이나 30일 추정) 16:30 주방콕미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전화로 통보받았다”고 비공식 문서에 기록돼 있다(KE- -8 실종사고 관련 주 미국대사관 제보 내용, V1.0012).](「수색은 ‘헛다리짚기’, 외교는 ‘마유미 인도’에 총력 - 외교부, KAL858 문서 공개」<통일뉴스> 2019.3.31,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281)

그러면 답이 나온다. 태국의 미.일.한 공작조직에 속한 ‘코리아 하우스’의 미타니 같은 자들이 방콕주재 미국대사관에 ‘제보’랍시고 칸차나부리 추락설을 발신하고, 이 정보가 주한미국대사관 2등 서기관을 거쳐 전두환 정권의 외교부에 전달된 것이다. KAL 858 사건은 이렇게 처음부터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KAL 858기를 폭파시켜 무고한 생명 115위를 앗아간 자들의 역정보 공작에 놀아났다. (23편으로 계속)

강진욱 <1983 버마> 저자

http://surprise.or.kr/board/view.php?table=surprise_13&uid=12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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