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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vs. 기본소득’?...이 논쟁은 틀렸다
  번호 126083  글쓴이 프레시안  조회 87  누리 5 (0,5, 1:0:1)  등록일 2020-7-28 13:46 대문 0

‘고용보험 vs. 기본소득’?...이 논쟁은 틀렸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함께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서정희 / 2020-07-27)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적 쇼크

모든 언론은 신문이든 방송이든 가릴 것 없이 오늘의 코로나 확진자 명수와 사망자와 완치자 명수를 언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백신이 개발된 후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리는 현재 새로운 일상으로 접어들었다.

국제보건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7월 20일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434만8853명, 사망자 수는 60만3691명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죽음이 곁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공포는 사람들의 삶을 모든 측면에서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19 초반, 우리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정부들은 이 감염병을 과소평가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경제 연구소 CEPR의 경제학자 볼드윈과 디 마우로의 말을 빌리면 “COVID-19 위기는 처음에는 중국의 문제였다가, 다음에는 이탈리아의 문제였다가, 이제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거의 예외 없이, 정부들은 이 감염병을 과소평가했다가, 지역사회 전염이 지속되자,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작업장과 학교 폐쇄 등의 조치들을 감행하였다. 이는 피할 수 없이 매우 즉각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였다.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해서 보자면, 감염병은 수요 측면, 공급 측면, 신뢰 측면 모두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충격을 야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의 위험은 수요 부족을 야기했다. 가장 먼저 여행, 운송, 숙박업, 교육 서비스, 레져, 문화산업에서 수요 부족이 발생했고, 뒤를 이어 자동차 산업 등으로 확산되었다. 공급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공장 폐쇄 조치가 발동되었고, 서비스 부문의 활동이 위축되었다. 신뢰 측면에서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의 감소 또는 지연이 발생하고, 투자의 지연 또는 포기로 이어지는 불확실성이 증폭되었다.

경제적 충격은 일자리 감소, 노동시간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국제노동기구(ILO)의 6월 30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의 93%가 작업장 폐쇄 조치가 있는 국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핵심 작업장을 제외하고 작업장 폐쇄 조치가 있는 국가의 노동자가 32%, 부문별 작업장 폐쇄조치가 있는 국가의 노동자가 42%를 차지한다. 이러한 작업장 폐쇄조치와 폐업 등은 사람들의 노동시간 손실로 이어졌다. 2020년 1분기는 2019년 4분기에 비해 5.4%의 노동시간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1억 5,500만 개의 전일제 일자리에 해당한다. 2분기는 전 세계 노동시간이 14%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주당 40시간 일자리가 4억8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림> 2020년 1분기와 2분기의 노동시간 손실(국가 소득 수준별, 대륙별). ⓒ서정희

감염병 대응을 세계적 차원에서 가장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국도 경제적 쇼크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6월 대비 취업자는 35만 명이 줄었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무려 54만2000명이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실업의 규모는 구직급여 신청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5년 간 구직급여 지급자수는 37만 명을 전후로 유지되었으나 코로나 이후 2020년 5월에는 약 68만 명에 이른다.

ⓒ통계청 KOSIS에서 2020.07.23. 인출

2019년 12월 30일 중국의 의사 리원량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위험 상황을 알린 지 6개월 남짓, 2020년 1월 20일 한국의 첫 확진자 발생 후 6개월에 불과한 시점에 발생한 일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현재의 변화는 온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압축적인 것이다

현 시점에서 문제는 경제적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러 국제기구들과 연구소, 학자들의 경제 예측 시나리오들은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서 경제 전망을 내어 놓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조차 전 세계 GDP의 감소를 예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축소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작업장 폐쇄 조치가 해제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원상 복구되기는 어렵다고 예측된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는 글로벌 체인 등의 경제 생태계 붕괴, 기업 도산, 감염병의 주기적 도래 등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코로나 감염병이 가져온 경제적 쇼크가 온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50년 동안 OECD 회원국의 1인당 노동시간은 10년마다 45시간씩 꾸준히 감소되었다. 노동시간 감소는 기술진보에 따른 생산성 증가와 비례적으로 나타난다. 기술과 일의 역사는 노동자를 대체하는 해로운 힘과 노동자를 보완하는 유익한 힘, 서로 다른 두 힘의 작동으로 나타났는데, 유익한 힘에 해당하는 생산성 효과, 파이 확대 효과, 파이 탈바꿈 효과조차도 현재의 기술 변화 상황에서는 이 세 가지의 힘 모두에서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의 업무 잠식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잠식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새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장혜영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 노동자가 불과 최근 5년 사이에 213만 명 증가했다. 외판이나 방문 판매원과 같은 기존의 비임금 노동자는 줄어들고, 기존의 업종 분류로 규정하기 어려운 기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가 160만 명 늘어났다. 이러한 증가는 국세청의 인적 용역 사업소득 원천징수 현황을 통해 분석한 것이라 사업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저소득 비임금 노동자는 누락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실제 비임금 노동자 수에 비해 과소추정된 수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소득은 대체로 너무 낮다. 2018년 연간 기준으로 물품배달은 940만 원, 퀵서비스는 860만 원, 방문판매 1400만 원, 학원강사 1300만 원 수준이었다.

기술의 변화와 자본주의 이윤 창출 기제의 변화는 노동의 힘에 비해 자본의 힘을 강화시켰고, 노동은 점차 불안정하고 불리한 형태로 전환되었다.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은 상용직 노동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거나 법적 자영업자다. 노동은 더이상 단일하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러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노출시켰다.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작업장 폐쇄, 휴교 등은 위험의 이중화와 보편화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법적 자영업자인 비임금 노동자를 기본적인 소득보장 없이, 소득 상실과 소득 축소에 노출시키고, 그래서 이들은 일이 있다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에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이 없다면 법적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사회보험으로도 보장받지 못한다. 감염병은 안정적인 노동과 불안정한 노동 사이에 위험의 영향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험의 이중화다. 동시에 감염병의 위협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항공, 여행, 교육, 음식업, 숙박업, 농업, 제조업, 모든 경제적 영역에서 소득 단절과 축소를 가져왔다. 위험의 보편화다.

전국민 고용보험 vs 기본소득 논쟁은 틀렸다

노동시장에서 일이 없거나 줄어들어서 소득이 없거나 줄어드는 문제를 지금 현재 사회보험 개혁안으로서 사회보험 대상 업종 또는 직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될 일이 아니다. 더 어려운 사람을 적절하게 포괄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의 고용보험법 개정을 주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제외되고 문화예술인만 포함되었다. 핀셋 증세, 핀셋 확대 등의 논리는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 핀셋이 누구에게 향할 것인가를 놓고 다투어야 하고, 그 대상자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개혁안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법적 근로자에게 한정된 방식이 아니라 소득보험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타당하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확대는 쉬운 길이 아니다. 소득보험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너무도 많은 쟁점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업종 혹은 직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따라갈 수 없다. 법적 노동자가 아니라 인건비성 경비가 들어가는 모든 곳에 사회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의 보편적인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이 전혀 없는 완전 실업만이 아니라 일이 줄어드는 부분 실업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을 대립적인 제도로 놓고, 전국민 고용보험은 타당하고 기본소득은 안 된다는 선긋기 논쟁은 틀렸다. 이 둘은 대립적이지 않다. 전국민 고용보험으로의 소득보험으로의 전환과 보편적인 안전망 확충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주장하기 위해, 굳이 기본소득은 안 되고 고용보험 확대를 해야한다는 선긋기는 둘 다 필요한 상황에서 둘 다를 불가능하게 하는 한가한 논쟁이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함께 가야 한다

코로나 19가 보여준 위험의 이중화와 위험의 보편화 과정 속에서 재난기본소득 혹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보장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결과를 살펴보면, 경기도 내 자영업 점포의 월매출이 코로나 19 확산기였던 2~3월 대비 18% 증가했고, 코로나 19 이전 수준의 79%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맹점포의 52%는 폐업과 사업축소 계획 철회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변화는 핀셋 복지로 가져올 수 있는 효과가 아니다.

실업과 소득상실이라는 위기감이 이제 특정 계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환경 문제가 온전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감염병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이후에도 반복될 것이다. 기술 진보로 인한 업무 잠식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기본 안전망과 법적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구분하지 않는 소득 비례형 사회보험, 이 두 축은 동시에 필요하고, 동시에 확대되어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뉴노멀’이라 불리는 불확실한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시대는 이중의 유연성을 요구한다. 하나는 기존의 원칙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며, 전국민 고용보험(+실업부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보험과는 아예 다른 원리의 소득보장 제도를 모색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기본소득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확실성은 어떤 것의 진리 여부나 효율성을 판단해줄 단단한 토대가 없다는 의미이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판단의 근거를 마련해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에게 적절한 소득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모두 이를 위한 시도이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협력과 긴장은 이런 목표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정희 /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71117515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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