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 꼭 요일제여야만 하나?
(WWW.SURPRISE.OR.KR / 이준구 / 2020-05-21)

마스크 부족사태가 항창 심각했을 때 요일제 판매를 실시함으로써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사회주의적 배급제를 실시하려고 하느냐고 트집을 잡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별 부작용 없이 고비를 넘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내가 경제학 교과서를 쓸 때도 시장에 의한 배분이 모든 경우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는 부득이 시장에 의한 배분이 아닌 배급제를 실시하는 게 더욱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정부가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시장에 내맡긴다는 태도를 취했다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 뻔합니다.

마스크 공급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정부는 한 주 동안 1인당 2개의 구매한도를 3개로 늘리는 완화조처를 시행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점차 완화해 가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간단한 완화조처 하나로 국민의 불편을 크게 덜 수 있는데도 정부가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내가 제의하고 싶은 것은 특정한 요일에만 살 수 있는 방식을 버리고 한 주의 아무 날이나 살 수 있게 만들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 주에 1인당 3개의 한도 안에서 어느 날이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때 요일제를 처음 실시했을 때는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 그렇게 했다 쳐도, 지금의 상황에서까지 요일제라는 불편한 방식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판매방식을 바꾼다 해서 하루 아침에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리 없습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의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부담은 별로 없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러나 요일제 완화를 통해 국민이 얻는 추가적 편리함은 매우 클 게 분명합니다. 예컨대 나는 수요일에 마스크를 사야 하는데 마침 그날 사정이 생겨 사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어느 누구든 일주일 동안 자신이 편한 날을 골라 마스크를 사러 가는 쪽이 훨씬 더 편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정부가 별 힘도 들이지 않고 국민의 편리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 경직적인 요일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 본 글은 이준구 교수님의 홈페이지(WWW.JKL123.COM)에서 퍼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