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미국의 한 퇴역 4성장군의 품격을 생각하며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9-11-06)

피터 치아렐리 장군. 미 육군 참모차장을 지냈고, 미군 훈련에 스마트폰을 처음 도입해 화제를 낳기도 했고, 제 1차 이라크 전쟁 때 다국적군의 차석 지휘관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며, 이후 이라크전 전개 과정과 관타나모에서 있었던 미군에 의한 포로 인권유린에 대해서 진솔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던 지장이자 덕장. 제가 이 사람과 알게 된 건 그저 단순한 이유입니다. 그는 제가 배달하는 우편물의 수취인이지요.

제 배달구역에 살고 있는 이 분과 처음 얼굴을 보고 인연을 맺게 된 건 그가 아내 베스와 이사오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그에게 배달되는 우편물들을 보고 이 사람이 은퇴 장성이란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냥 궁금해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봤을 때 쏟아지는 결과물들은 어마어마하더군요. 그는 육사 출신이 아니라 UW 을 졸업한 장성입니다. ROTC 출신의 4성 장군인 것이지요. 미 육군 참모차장이란 직위도 그의 실력, 정치력 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의 이름을 저는 다른 곳에서 먼저 봤습니다. 시애틀 타임즈 신문의 기사에서 그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엔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파티에 가서 그를 웨이터로 잘못 알아본 어떤 부인에게 매우 정중하고 고상하게 와인 따르는 서비스를 해 주었고, 그 부인이 나중에 그가 이 파티의 주빈임을 알게 돼 당황하며 미안해하자 완벽한 웨이터 형식으로 와인을 한 잔 더 권해주었다는 이야기라던지, 다리 다친 부하를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아 직접 가져다 준 것이라던지 하는 것들이었지요. 어떤 이야기든간에 격식에 그다지 구애되지 않고, 의전 따위 신경쓰지 않으며 부하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란 걸 쉽게 알 수 있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치아렐리 장군은 어쨌든 은퇴해서 제 ‘손님’이 되셨고, 저는 종종 이 분과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곤 했습니다.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이 났을 때, 저는 이 분과 꽤 오랫동안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 분은 그저 줏어들었을 뿐인 제 군 관련 지식에 대해 꽤 흥미를 가지시더군요. 그 이후로 이분은 저를 ‘솔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분은 언젠가 들었던 제 아버지의 이야길 듣고, 어깨를 툭툭 치면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게. 솔져!” 라고 격려해주기도 했었지요.

그의 부하나 후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가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그는 날 좋을 때면 집 앞 계단에 앉기도 하고, 집 바로 옆의 공원을 함께 산책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그의 부하였던 이에게 저를 소개해 준 적이 있었고, 잠깐동안 이야길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과거 상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티 안 내고 부하를 도와줬던 분” 이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이란 건 느낌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치아렐리 장군이 다시 보이더군요.

존경받는 장군이란 이런 사람들이지요. 전역 후에도 동네 일에 시민으로서 참여해 자기의 몫을 다 하고, 조용히 살면서도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이런 군인의 모습은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됩니다. 어느 나라 군인들과는 꽤 다르다는 게 너무 보여서.

그 부인과 더불어 갑질로 유명했던 박찬주 장군이 정치는 참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자기 병사들에게 가족같이 대했다고 하지요. 가족같이 대했는지, 가 ‘족같이’ 대했는지는 그 대장 공관에 있었던 공관병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일일 겁니다. 계급을 일상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삼는다는 것처럼 저열한 인식이 있을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뛰어드는 저 현실이 더 무섭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정치판에 가서도 의전 받고 사열 받고 갑질의 횡포를 저지르는 것을 매우 당연한 걸로 생각할 겁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공적 의무를 가진 이들을 자신의 사적 노예처럼 부린 그런 사람들입니다. 하긴 그게 그 당의 인권의식(이란 게 있을 지 모르겠지만)에 딱 맞는 사람이긴 합니다. 그런 사람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는 당으로 들어가려 했으니 그나마 그 주제에 맞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일본군의 잔재를 그대로 청산하지 않은 채 이어받은 한국군의 퇴역 4성 장군으로부터는 내가 거의 매일 만나는 저 미군 퇴역 4성 장군의 푸근하면서도 후덕한 인간미 같은 걸 기대하는 것이 바보짓이 되겠지요. 뭐, 그 당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황교안씨 의외로 사람 보는 눈이 있더군요. 자기 속한 당에 딱 맞는 사람을 그렇게 데려오려 하다니.

시애틀에서…

https://news.v.daum.net/v/20191105083303015?fbclid=IwAR1MS910uSMt5QxjLz4yICvHNPSI1kOXbJfNqCh8IW-HRLXgGtPLzbVSB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