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을 궁극적으로 역사에서 지우는 방법은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9-03-12)

광주로 가는 길이 바늘방석이었을까요, 그에겐? 아니었을 수도 있지요. 지금까지의 역사는 그를 위해 쓰여졌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를 칭송하고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온 부끄러운 언론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으니까. 전두환이 기자에게 “왜 이래?”라고 소리를 쳤다고 하는데, 아마 그에게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사람들은 바로 그걸 지켜보던 우리였을 겁니다. 적반하장, 딱 그 네 글자가 생각나는 장면.

오로지 그의 죽음으로만 씻을 수 있었던 죄악은 그 당시에 제대로 씻김굿을 못했고, 그래서 전두환이 얻을 수 있는 건 뻔뻔함이었을 겁니다. 후안무치, 그가 보여준 건 딱 그 말의 의미였습니다. 전혀 반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의 모습에 광주의 유족들은 더욱 가슴 아파했고, 분노했습니다.

그래도, 그가 광주의 법정에 섰다는 것, 그리고 역시 반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가 그렇게 자신의 죄악을 부정함으로써, 최근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 과정과 그전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으로 대표되는 광주 망언은 이제 꽤 오랫동안 광주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가슴에서 수면 아래로 절대 가라앉지 않을 부표浮標가 됐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찍을 이들은 그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들이 이렇게 내뱉은 망언들, 그렇게 유족들과 광주 시민, 그리고 광주를 기억하고 광주의 의미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그들이 박아버린 말의 비수들은 그들에게 절대 표를 주면 안 된다는 기준점이 될 겁니다.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들이 아직도 우리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올무가 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올무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저런 망언을 하는 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이 필요합니다. 이미 그때를 놓쳐 버린 경우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기회를 모두 잃은 것도 아닙니다. 다음 총선은 우리에게 주어진 응징의 기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세력을 역사의 뒤안길로 지우는 것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정치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주어진 그 한 표는 역사 안에서 뱀파이어가 되어 우리의 피를 빨아가는 것들의 심장에 박는 말뚝이어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왜 이래!”…전두환, 또 ‘광주’를 쐈다 (경향신문 / 강현석 기자 / 2019-03-11) ‘5·18’ 39년 만에 광주 법정 출석 전씨 ‘명예훼손 혐의’ 전면 부인 희생자·피해자에 끝내 사죄 안 해 ‘발포’ 묻자 버럭…계엄군 같은 법원 행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 동구 광주지법으로 들어가다 “5·18 당시 발포를 부인하느냐”는 등 기자들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5·18민주화운동 39년 만에 5·18 유공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88)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5·18 당시 신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희생자는 348명(사망 161명·상이 후 사망 111명·행방불명 76명)에 이른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 동구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1938~2016)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지난해 5월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아무 말없이 승용차에 올라 타 낮 12시35분쯤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 도착했다. 그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겠느냐” “5·18 당시 발포를 부인하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왜 이래”라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되자 부인 이순자씨(80)와 함께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고 전일빌딩의 탄흔은 간접증거라고 해도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5월21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 사이 기총소사의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이 기총소사가 없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어서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어 명예훼손이 없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은 개인의 의견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관할위반’을 또다시 제기하며 “광주지법에 재판 관할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한 재판은 오후 3시45분까지 1시간15분 동안 진행됐다. 퇴정 직전 분노한 방청객들이 “살인마 전두환”을 외치자 그는 잠시 방청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8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공판준비기일 절차로 진행된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