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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김포공항 테러 : 진상과 은폐의 서사
  번호 79607  글쓴이 강진욱  조회 783  누리 10 (10,0, 1:2:0)  등록일 2018-7-10 10:59 대문 0

1986 김포공항 테러 : 진상과 은폐의 서사
[기고]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을 생각하며

(WWW.SURPRISE.OR.KR / 강진욱 / 2018-07-10)


전두환 정권의 테러·간첩 조작

전두환 정권 시절 치안본부장(1986.1∼1987.1)을 지낸 강민창 씨가 7월 6일 노환으로 사망했다. 이 나라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의 주역. ‘턱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그의 말은 부도덕한 정권의 폭압과 비인간성, 반인륜성을 상징하는 경구가 됐다. 

▲강민찬 전 치안본부장 

전두환 정권 시절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용공 조작의 산실이었다. 치안본부만이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와 보안사령부, 정보사령부 등등 전두환 체제를 떠받치는 모든 권력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용공 조작에 나섰다.

아람회 사건, 오송회 사건, 한울회 사건, 금강회 사건.. 부림사건,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 전북 김제와 전남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 ... 전두환네는 왜 저렇게 많은 간첩들을 만들어 내야 했을까? 극도의 반정부.반미 감정을 대북 적대감으로 치환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방조로 자행된 광주에서의 학살에 지식인들과 대학가는 전두환 정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통성 위기에 몰린 정권을 살리기 위해 미국과 전 정권은 없는 ‘북괴 간첩’을 만들어 북한에 화살을 돌리려 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들은 ‘북한의 테러’를 조작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해마다 기획된 ‘북한에 의한 전두환 광주학살 응징 시해’ 사건들, 그 사건의 최종판인 버마 아웅 산 묘소 테러(1983.10.9), 이 테러가 일어나기 약 20일 전 일어난 대구 미국문화원 폭발물 테러(1983.9.22), KAL 858 테러(김현희 사건, 1987.11. 29)가 그것이다. 또 있다. 1986년 9월 14일 일어난 김포공항 테러.

이들 사건이 없었다면 전두환 체제는 지탱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제2의 전두환 정권인 노태우 정권으로의 이양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소련과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한미일 3국체제도 유지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의 활약이 돋보였던 김포공항 폭탄 테러는 버마 아웅 산 묘소 테러에서 KAL 858 테러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격이다. 아웅 산 묘소 테러는 ‘북한의 전두환의 광주학살 응징’을, 김포공항 테러와 KAL 858 테러는 ‘북한의 86 아시안 게임 방해 공작’이라는 해설이 붙여졌다. 김포공항 테러의 내막을 잘 아는 어떤 이는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김현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86 아시안게임 개막 엿새 전

김포공항 테러는 아시안게임이 개막되기 엿새 전인 1986년 9월 14일 오후 3시 10분 경 김포공항 국제선터미널 입구 바깥에서 폭발물이 터져 공항관리공단 전기공 유주환(柳周桓.41) 씨 등 5명이 죽고 약 3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은 “이 폭발 사건은 수법으로 보아 83년 10월 [버마]랭군폭발암살 사건 및 83년 9월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과 유사”하다며 “이는 북괴의 소행이거나 북괴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의 소행”이라고 떠벌렸다. 그는 또 “이번 폭발 사건은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수행[?]을 방해하려는 불순하고도 야만적인 흉계에서 저질러진 것이 분명하다”며 “폭발물 설치는 특별경비 강화로 공항 내부에 설치를 못하고 건물 외곽 쓰레기통에 설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경향신문 1986.9.14) 웃기는 얘기다. 유리창 안은 특별경비구역이고, 창 바깥은 테러리스트들의 구역이었다는 얘기! 

신문들은 너도 나도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연일 ‘북괴의 테러’를 외쳐댔다.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본 폭발 순간은 83년 9월 대구 미 문화원 폭발 사건 및 같은 해 10월 북괴의 ‘랭군’폭탄테러(한국외교사절 암살 사건) 등의 사건 순간과 너무나 비슷했다”거나 “강력한 폭발로 미루어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직감”한다거나,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방해하려는 흉계”라는 식이었다. (동아일보 1986.9.15). 

경찰은 그러면서 국내외 불순분자를 찾는다며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출입국한 내외국인 16만여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 중 아랍권 국가 등 ‘북괴가 테러를 수출하는’(?) 25개국 국적자들의 행적을 조사한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전두환 정권은 또 시민의 제보를 기다린다며 전단지 수십 만 장을 전국에 뿌렸고 결정적 제보자에게는 1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제보니 현상금이니 떠든 것은 쇼였다. 뒤에 밝히겠지만, 당시 공항 경비를 맡고 있던 보안사는 소방호스까지 동원해 현장을 말끔히 청소했다. 혹시라도 무슨 증거가 나오지 못하도록 현장을 훼손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 쓰레기통에 뭔가를 집어넣는 것을 봤다고 제보했다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이 제보자는 즉시 격리돼 입을 다물라는 강요에 시달렸을 것이고 살아가는 동안 내내 경찰의 감시를 받았을 것이다.
    

폭발물의 정체를 은폐하라!

당시 언론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치안본부가 나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한데다, 전두환 정권의 보도 통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천장 보수 공사를 하다 직격탄을 맞아 하반신이 날아간 관리공단 직원 유주환 씨의 몸에선 90개의 볼베어링(납탄)이 나왔지만, 언론은 이를 ‘스테인레스 쓰레기통 파편’이라 했다. 죽거나 다친 이들의 신발을 뚫고 들어온 것도 모두 ‘파편’이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스테인레스 쓰레기통은 순식간에 터져나갔을 것이고, 클레이모아에 장착됐던 700개 납탄이 총알처럼 날아가 사람들의 몸 속을 파고 든 것이다.

사람 몸에 박혔거나 구두를 뚫고 들어온 것을 ‘스테인레스 조각’ 또는 ‘파편’이라고 표현한 것은 테러에 사용된 폭약이 우리 쪽 특수공작원들이 ‘북파공작’ 등에 사용하는 클레이모아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숨기기 위해 ‘클레모아성’ ‘클레모아와 비슷한’ 등등의 해괴한 표현을 동원했다.

『금속 파편에 의해 치명상을 입었고, 사건 현장 주변에서 30여개의 파편이 발견돼 클레모아성 폭약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폭발물 정체-사제폭탄.원격조정 가능성」경향신문 1986.9.15)

『폭탄이 폭발하면서 그 아래 360도 방향으로 파편과 폭풍 등이 퍼진 것이 아니라 군용 클레모아처럼 한 쪽 방향으로만 .. 또 스테인레스 쓰레기통을 이 폭발물의 표피로 이용, 폭발 때 파편이 날아가게 ..』(「폭파 기술 완벽...테러전문가 확실」경향신문 1986.9.16)

『국내에서 생산되는 콤포지션은 군부대에서만 사용되며..』(「폭약 ‘콤포지션C’ 출처를 찾아라」동아일보 1986.9.16)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범행에 사용된 폭약이 ... 고성능 폭약인 콤포지션으로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군사용..』(「김포 테러 수사 원점」경향신문 1986.9.19)

볼베어링이 카트 바퀴에서 나왔다는 기사도 있었다. 클레이모아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누군가 필사적으로 막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콤포지션C’ 종류의 폭발물을 쓰레기통에 은폐, .. 폭발 순간에 스테인레스가 산산조각나면서 파편 구실을 .. 현장 부근에서 수거한 베어링은 공항의 짐수레에 달린 바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폭발물에 부착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폭약 ‘콤포지션C’ 출처를 찾아라」동아일보 1986.9.16).
 
김현희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여 전, 김포공항 사건 발생 1주기에 즈음해 다시 한 번 ‘북괴의 테러’를 상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향신문은 사건 발생 1주기에 즈음해 피해자인 경기기계공고 교사 옥윤철(玉潤哲. 53) 씨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옥 씨는 누이동생과 조카 등 4명을 한꺼번에 잃었고 딸은 반불구가 됐으며, 자신도 사건 발생 후 1년이 다 되도록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옥 씨는 “그동안 내 몸에서 꺼낸 파편이 몇 개나 되고 지금까지 몇 차례나 수술을 받았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못할 정도”라며 “아직도 내 몸에 박혀 있는 100여개의 파편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김포공항 폭발테러 1주...수사는 미궁에」경향신문 1987.9.14) 폭탄이 터지면서 스테인레스 쓰레기통이 조각조각 났고 그 조각이 무려 100여개나 사람의 몸에 박혔을까?
 

소방호스로 현장 ‘말끔히’ 훼손

현장 검증은 제대로 했을까?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현장은 말끔히 치워졌고, 심지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모든 흔적과 잔유물들을 깨끗이 쓸어갔다.

『폭발사건 현장이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소방호스로 말끔히 청소되는 초동수사의 잘못 때문 ..』(「김포공항 폭발 수사 미궁 1년」동아일보 1987.9.17)

소방호스까지 동원해 현장을 말끔히 훼손했으니 무슨 증거물이 나올 리 없다.

『수사본부가 폭발물을 ‘콤퍼지션C’ 종류로 결론을 내린 것은 사건 현장에서 스테인레스 쓰레기통 파편만 수거했을 뿐 거의 증거물이나 유기품 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 ..』(「폭약 ‘콤포지션C’ 출처를 찾아라」동아일보 1986.9.16).

현장에 증거물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또 현장감식을 통해 15일 뇌관과 전원을 이은 전선을 찾아냈다. 수사본부는 이 전선이 한국화약 제품인 뇌관에 붙은 것과 흡사해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 폭약이 한국화약에서 생산, 군납만하고 잇는 콤퍼지션 시리즈임에는 틀림없어 이 뇌관용 전선도 한국화약 것으로 보고 있다.』(「화약 출처에 수사력 집중」경향신문 1986.9.16)

『수사본부는 당초 현장에서 수거된 길이 1.2cm 직경 1mm의 붉은 전선이 한국화약에서 생산되는 뇌관 ‘상용 6호’의 연결선으로 추정했으나, 정밀분석 결과 이 전선은 폭발 당시 건물 청장에서 떨어진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김포 테러 수사 원점」경향신문 1986.9.19)

이처럼 모든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한 뒤 군용폭약이 아닌 사제폭탄이라는 엉터리 결론을 내림으로써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 사건은 범행에 사용된 폭탄이 ‘콤포지션C’로 만들어진 사제(私製)라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수사는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 4개월만인] 올[1987년] 1월 17일 서울 강서경찰서로 옮겨졌으며 8명의 경찰관이 배속돼 있으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영구미제 사건화 할 전망이다.』(「김포공항 수사 미궁 1년」동아일보 1987.9.14)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갔던 박종철 고문 치사(1월 14일) 소식이 알려지고, 강민창 본부장이 1월 21일 사임하면서 김포공항 테러 사건도 그냥 흐지부지 됐다.  


현장 출동 폭약 전문가 “보안사 의심”

왜 이 사건이 이렇게 엉터리 수사로 결말이 났는지 잘 아는 이가 있다. 사건 발생 뒤 40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던 당시 치안본부 총포화약계 주임 S씨. 당시 민간 부문의 화약 및 총포 인허가를 총괄하는 곳은 치안본부 총포화약계였고, S 씨는 민간시설에서 일어난 모든 폭탄 또는 폭파 관련 사건을 가장 먼저 검증할 책임과 권한이 있었다.

김포공항 관할경찰서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건 발생 10분 만에 그에게 연락했고, 그는 신속하게 현장을 보전할 것을 지시하고 30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은 폭심 2m를 남겨놓고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물청소까지 한 것으로 보아 증거를 인멸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는 폭심을 살폈다. 혹시 남아 있을 증거가 있나 해서였다. 바닥에 검은 그을음을 보는 순간 그의 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어, 군용폭약이 터졌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보안사 복장의 대령 2명’이 인상을 쓰며 윽박질렀단다. “젊은 사람이 뭘 안다고 떠들어?” 기가 찾지만 그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연대장님, 폭약에 대해 잘 아십니까?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산업용은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옥시젼 밸런스를 맞춰.. 산소를 많이 주입하지만, 군용은 살상용이라 그럴 이유가 없으니 산소량이 적어 Co3(탄산)나 Co2(이산화탄소)가 아닌 Co(일산화탄소) 결합으로 불완전연소돼 그을음이 생깁니다. 여기 그을음을 보면 군용폭약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장교 둘은 황망히 자리를 떴다. 쏜살같이 달려가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여기 웬 이상한 놈이 나타나 일이 꼬이게 생겼다고.. S 주임은 치안본부로 돌아오자마자 무려 6단계 위 계급인 강민창 본부장에게 불려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갔을지는 안 봐도 빤 한 일. 조직의 최고위 상급자에게 깍듯이 경례를 붙였지만, 올렸던 손이 다 내려오기도 전에 험한 욕지기가 그의 얼굴에 꽂히더란다. “너 이 자식, 왜 헛소리 하고 다녀?” “헛소리 한 적 없습니다.” “김포공항 갔었지?” “예...” “삼척동자가 봐도 ‘북괴 소행’이 빤한데 왜 딴 지를 걸어, 엉?” “... ...” S씨는 “순간 내가 위험에 빠졌구나 싶었고, 적당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강민창 본부장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그의 어깨까지 두드려주며 “그래, 잘 생각했어. 내가 살아야 너도 살지”했단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사건의 정황과 증거 인멸, 사건의 진상을 감추기 위한 수사 및 엉터리 결론에 비춰 S 주임의 말은 실제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S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곧 공개하려 한다. 사건 당시 소신을 굽히고 타협한데 대해 괴로워했다. 그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상을 밝혔더라면 김현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김포공항 폭탄 테러와 버마 아웅 산 묘소 테러, 1987년 일어난 KAL 858 테러 모두 ‘동일한 조직’의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여담 : 미궁에 빠진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다

사건은 왜 미궁에 빠졌을까? 우선, 1983 버마 사건이나 1987 김현희 사건처럼 가짜 북한 공작원을 준비해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 1983 버마 사건 때처럼 ‘이거 북한이 한 거 맞아요’하고 기자회견 쇼를 벌일 ‘북괴 간첩’(?)을 잡지 못했다.

‘북괴 간첩’을 만들려 하긴 했다. 사건 당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을 잡아다 두들겨 패며 자백을 강요했다. 마침 이들 가운데 화약을 다루는 이가 있었다. ‘사제폭탄’ 결론에 딱 맞는 ‘사제 기술자’였다. 전두환 정권은 어쩌면 이 화약 기술자를 ‘고정간첩’으로 만들려 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내국인으로 거주해 온 김00씨는 1986년 모월모일 북괴의 지령을 받아...김포공항에 잠입 .. ” 그런데 그에게는 치안본부에 아는 이가 있었다. 바로 위에 등장한 S 주임이었다. S씨의 증언으로 다잡은 간첩을 풀어주려니 저들은 무척 아쉬웠했을 것이다. 

아무튼 전두환 정권은 ‘북괴 간첩의 소행’을 입증할 증거나 증인을 조작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그런데 그렇게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난 뒤 23년 만에 ‘혜성처럼’ 새로운 증인과 증거가 동시에 등장한다. 이런 일에 전문성을 보이는 모 월간지를 통해서였다. 

이 월간지 2009년 3월호.「1986년 김포공항 테러는 북한 청부받은 아부 니달 조직 소행」미국에 의해 ‘팔레스타인계 테러리스트’로 불렸던 아부 니달이 북한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고 부하들을 시켜 청부 테러를 자행했다는 말이었다. 반 푼 어치도 논할 가치가 없는, 웃기는 얘기다. 그래서였는지, 이 월간지가 나올 때는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뒤, 특히 지난해(2017.2) 김정남 사건이 벌어진 직후, 이 월간지 기사를 여러 언론사들이 재탕하고 삼탕하면서 ‘북한의 사주에 의한 아부 니달의 테러’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이 또한 웃기는 얘기다. 이 나라 언론의 진면목!

왜 이런 작태를 보였을까? 우선 월간지 출간 시점인 2009년 2월(3월호는 2월에 나온다). 2008년 10월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킨데 대한 울분에 찬 반격이었을 것이다.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넣기 위해 미국과 한국 내 지배세력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의기투합할 때였다. 당시 한국은 이명박의 세상이었다.

다음은 아부 니달. 미국의 적. 이미 2002년 사망한 것으로 돼 있으니 마음대로 주무른들 누가 뭐라겠나. 북한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는 절친 한국과 미국의 공적(公敵)이다. 아부 니달의 테러는 1986년 4월 미국의 리비아 폭격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 아부 니달은 리비아 원수 가다피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저들은 떠벌렸으니까. 그로부터 5개월 뒤에 일어난 김포공항 사건을 북한과 아부 니달의 청부테러로 만들면, 북한과 아부 니달 및 리비아의 가다피를 동시에 ‘테러’의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일타삼피!

1986년 사건을 조작할 당시부터 이런 시나리오가 있었는지, 뒤늦게 그렇게 역사를 ‘편찬’하기로 공모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저들은 얼마든지 자신들의 이념적 필요에 의해 제 멋대로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 무리들이다. 김정남 사건이 일어난 직후 김포공항 사건을 ‘북한의 사주 테러’로 규정한 것은, 김정남 사건을 빌미로 미국이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덕분에(?) 북한은 다시 미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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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가 왜 김포공항 테러를 이야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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