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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복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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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분단체제 프레임 전쟁과 과학 논쟁 (한겨레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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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안불망위(安不忘危)
  번호 89676  글쓴이 이정랑  조회 749  누리 0 (0,0, 1:0:0)  등록일 2018-11-5 13:24 대문 0

[이정랑의 고전소통] 안불망위(安不忘危)
(WWW.SURPRISE.OR.KR / 이정랑 / 2018-11-05)


안정을 이루고 있을 때 위기를 잊지 않는다.

“군자는 태평할 때도 위기를 잊지 않고, 순탄할 때도 멸망을 잊지 않는다.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도 혼란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게는 내 몸을, 크게는 가정과 국가를 보전할 수 있다.”

‘안정’과 ‘위기’는 서로 맞물려 돌고 도는 관계다. 태평할 때 위기와 어려움을 예방하여 대의를 그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릇 안정을 이루고 있을 때 위기를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혼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성인들이 깊이 경계해온 점이다. 천하가 무사하다 해서 무(武)를 페할 수 없고, 나라에 걱정이 없다 해서 방어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안으로는 문(文)을 닦고 밖으로는 무로 단단히 대비하며 멀리 있는 사람들을 어루만져 경계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늘 무의 예를 가르쳐 나라가 전쟁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심어주어야 한다. 전쟁을 잊지 않으면 백성들이 군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국가나 민족이 외적으로부터 침략을 받을 때는 일반적으로 무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힘을 다해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한 전쟁에 뛰어든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평화스러운 상황에 있을 때는 무를 잊고 외환을 생각하지 않는 바람에 심하면 국가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예가 적지 않았다.

당나라 때 유종원(柳宗元)이 「적계 敵戒」라는 글에서 “적이 존재할 때는 화를 없앨 수 있더니, 적이 물러가니 잘못을 불러들이는 구나”라고 한 말에 일리가 있지 않은가? ‘안불망위’가 계략이 될 때, 그 의의는 전쟁의 승부와 관련된 의미를 훨씬 뛰어 넘는다. 그것은 국가‧민족의 생사존망과 관계된다. 따라서 이 계략은 동서고금을 통해 지략가와 정치가들이 중시해왔고, 특히 전략적 혜안을 가진 국가의 최고 통치자들이 중시해 왔다.

전쟁이란 역사 발전 중 일정 단계의 산물이며, 전쟁의 발발과 소멸은 인간의 의지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정을 이루고 있을 때 위기를 생각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염두에 두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무력을 강화해야만 돌발적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기원전 221년 제나라가 망하자 제나라 왕 전건(田建)은 포로로 잡혔다. 진시황은 그를 공(共-옛 국가의 이름으로 지금의 하남성 휘현 지방)으로 옮겨 살게 했고, 전건은 오래지 않아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제나라가 망한 주된 원인은 왕이 오랫동안 무를 소홀히 한 채 그저 현상에만 만족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안일만 꾀하고 되는 대로 살다가 신세를 망쳤던 것이다.

제나라 왕 전건은 약 40년 동안 재위했는데, 젊은 날 나라 일을 군왕후(君王后)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중원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약육강식의 전쟁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강대국인 진(秦)을 섬기고 제후들을 믿는 데 만족하며 나라를 보전하려 했다. 신하들 중 누군가가 사직을 보전하기 위해 무력을 준비하여 국위를 떨쳐야 한다고 충고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진나라의 대군이 국경을 압박해왔을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전건은 나라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치욕스러운 왕으로 낙인 찍혔다. ‘전쟁을 잊으면 위기를 초래하기 마련’이라는 ‘망전필위(忘戰必危)’는 제나라 왕 전건이 후세 사람들에게 남긴 침통한 교훈이다.

당나라 현종 말기에 일어난 안록산(安錄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반란( 흔히 줄여서 ‘안사의 난‘이라 한다) 도 어떤 의미에서는 당나라 통치자들이 오랫동안 무력의 대비를 소홀히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종은 즉위 초기에 현명한 신하들을 발탁하여 국가와 백성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실행함으로써, 이른바 ’개원(開元)의 치(治)‘라는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통치 후기로 오면서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자만에 빠져 천하에 근심이 있냐며 궁궐 깊숙이 틀어박혀 오로지 쾌락에만 몰두했다‘(『자치통감』 「통기 通紀‧권32」.)

사치와 욕망이 극을 치달았고 ‘태평세월이 오래가면서 군대는 기가 빠지고 무기는 녹이 슬었고 백성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군의 기강해이는 안록산과 사사명에게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틈을 주었다.

천보(天寶) 4년인 755년 11월, 안록산 등은 범양(笵陽-지금의 북경 서남)에서 군사를 일으켜 반년도 안 돼, 동경(東京), 낙양(洛陽)과 서경(西京), 장안(長安)을 잇달아 함락시켰다. 이 반란을 평정하는 데는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고, 당 왕조는 기력을 크게 소모하여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나라 때 오긍(吳兢)은 『정관정요 貞觀政要』 「정체 政體」 중에 나오는 “자고로 나라를 잃은 군주는 모두 편안할 때 위기를 잊었다. 그래서 오래갈 수 없었던 것”이라는 위징(魏徵)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안불망위’는 실로 소홀히 할 수 없는 방략이다. 형세가 아무리 완화되었다 해도 국방관이 흐려져 군대를 강화하지 않고 군인의 직업을 경시하는 경향은 대단히 위험하다.

스위스의 유명한 군사 이론가 요미니(henri jomini. 1779~1869)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용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살찐 배나 두드리는 장사꾼보다 못하다면, 그 나라는 망해도 억울할 것이 없다는 극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평화 시기에 무를 숭상하는 정신의 주요지표는 사회전체가 군사 직업을 존경하고 아끼느냐 하는 기풍으로 나타난다. 전쟁의 승리는 전쟁 전의 준비로 판가름 난다. 준비가 있어야 근심이 없고, 늘 위기를 생각하고 있어야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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