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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길을 걷다 2 - 아직 끝나지 않은 4·3 그리고 정명(正名)
  번호 74088  글쓴이 길목인  조회 738  누리 5 (5,0, 2:0:0)  등록일 2018-5-10 13:34 대문 0

‘제주4·3’ 길을 걷다 2 - 아직 끝나지 않은 4·3 그리고 정명(正名)
(길목인 / 이화실 / 2018-05-10)


이끔이 :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00년 1월)
 
7년 7개월 동안 당시 제주도민 26만 여명 가운데 2만 5천명에서 3만 여명이 희생되었다. ‘제주4·3’의 4·3은 1948년 4월 3일 새벽, 제주도의 오름에 봉화가 타오르고 이를 신호로 350명의 무장대가 봉기했던 그 날을 상징한다.
 
“인심(人心)을 변화해서 ‘이리’와 ‘독사’를 만드는 것임으로 공산주의자들은 인류로 볼 수도 없고 동족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
- 이승만 대통령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제주 4·3’ 70주년 기념하는 슬로건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지 못했던 4·3 그리고 70년. 그것은 이 땅에서 참혹하게 시작되었던 20세기 냉전시대의 서막과 지구상에 마지막 냉전시대의 유물로 남아있는 분단 상황 그리고 아직도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레드콤플렉스에 갇혀있는 우리사회의 맨얼굴. 우리현대사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제주4·3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증언하고 있는가?”
4·3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길을 안내할 이끔이는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이다.

 
3만여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400명이 넘는 주민이 희생당한 북촌사건의 경우도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아직 모릅니다. 둘째 날 학살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와서 중단 했어요 그 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가해자가 없는 거죠.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포고령을 내린 9연대장 송요찬, 마약중독자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와 살인을 일삼았던 탁성록, 일본고등경찰 출신으로 잔인한 고문을 자행했던 최난수 경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금품 갈취와 고문은 물론 살인과 부녀자 능욕을 일삼았던 서북청년단(서청) 김재능 단장과 서청단원들이 1차 가해자들이겠지요.

(좌로 부터) 송요찬, 탁성록, 최난수, 김재능(일러스트)

이들의 배후에는 미군정과 이승만과 조병옥이 있었던 것이고, 제주4·3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중 그 누구도 사법적이든 역사적 의미든 제주4·3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단죄를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이죠.

(좌)이승만  (중) 조병옥  (우) 문봉제

“우리의 배후엔 이미 당시의 군정경찰이 있었고, 행동의 철학은 이승만(李承晩) 박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는 어떤 지방에서 좌익이 날뛰니 와 달라고 하면 서북청년단을 파견했어요. 그 과정에서 지방의 정치적 라이벌끼리 저 사람이 공산당원이라 하면 우리는 전혀 모르니까 그 사람을 처단케 되었지요. 우린들 어떤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겠어요? 그 한 예가 제주도인데, 조병옥 박사가 경무부장으로 있으면서 4·3사건이 나자마자 저를 불러 제주도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들로 경찰전투대를 편성한다고 500명을 보내 달라기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 문봉제(당시 서북청년단 단장, 내무부치안국장, 교통부장관,평화통일자문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잔혹한 학살에 대한 증언을 보면 서북청년단에 대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없단 말인가요?
없죠. 이런 경우는 있었어요. 지역에 돈 좀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위해 빨갱이로 몰았다가 무고함이 밝혀지면서 처벌 받은 사례는 있었지요. 학살의 책임을 물어 처벌을 받은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투 공로자로 다 되어있죠. 서청 출신 경찰 정용철(일명 정주임)은 “하루에 한 명 이상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고 했을 정도였는데...
 
서청 단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당시 서청단원들은 대부분 북에서 쫓겨 내려온 사람들이었고, 기독교 신자들이었고, 친일세력들이었고,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심한 사람들이었고... 1946년 11월 결성되었는데 그 존재감을 처음 드러낸 것이 4·3이었지요.
 
“그때 공산당이 많아서 지방도 혼란하지 않았갔시오. 그때 ‘서북청년회’라고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되어 조직을 했시오. 그 청년들이 제주도 반란사건을 평정하기도 하고 그랬시오. ”
(김병희 편저, 『한경직 목사』, 규장문화사, 1982. 55-56쪽)

 
한국전쟁을 연구한 브루스 커밍스는 제주에서 서북청년단의 학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미군정의 내부 기밀 보고서에서 이 집단은 흔히 남한 전역에서 테러를 자행한 파시스트 청년단으로 묘사되었다. 단원들은 주로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 출신이었고, '청년'은 10대부터 중년까지 고르게 분포한 악한들이었다.  .....
예를 들면 하귀리 마을에서는 남편이 반란자로 추정되는 스물한 살 된 임신부 문 씨는 집에서 우익 청년단에게 끌려가 창으로 열세 번 찔려 유산했다. 그리고 아이가 반쯤 나온 상태의 그녀를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다른 여인들은 흔히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윤간한 뒤 질 안에 수류탄을 집어넣어 폭발시켰다. 이런 병리 현상은 아마도 이전에 일본에 복종했고 이제는 다른 외세를 위해 활동하는 자들의 자기혐오, 그리고 가부장적 한국 사회의 극적인 여성 혐오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서청에 관한 증언을 보면 인간의 잔혹성의 끝을 보는 듯합니다. 

일제에 부역했던 이들이었단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지요. 그래서 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해방공간에서 ‘친일보다 더 나쁜 것은 빨갱이’라는 공포의 낙인을 우리사회에 심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절실했던 것이었죠. 인민위원회는 좌우를 떠나 일제 강점기부터 항일운동을 했던 사람들, 최소한 일제에 부역하지는 않았던 세력들이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은 친일했던 이들은 그 정당성을 못 가지는 거죠. “아마도 이전에 일본에 복종했고 이제는 다른 외세인 미국을 위해 활동하는 자들의 자기혐오”라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분석에 공감합니다.
 
제주중산간을 닥치는 대로 불태우고 보이는 대로 죽이는 초토화 작전도 일제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진압할 때 썼던 작전이거든요. 그 작전을 썼던 사람이 제주도에 와서 그대로 했던 겁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한국군대가 4·3과 똑같은 방법으로 불태우고 집단 학살을 하죠.

2016년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서 1966년 청룡부대가 남베트남 꽝응아이성 빈호아에서 민간인 430명을 학살한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해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가야, 너는 이 말을 기억하거라. 너는 자라서 이 말을 기억하거라. 한국군들이 우리들을 폭탄 구덩이에 넣고 다 쏘아죽였단다.  아가야, 너는 이 말을 기억하거라.”
- 빈 호아빈에서 불리는 자장가

기필코 자유월남 하늘에 영광의 태극기를 나부끼게 할 것을 굳게 다짐하는 바이오니 오늘의 역사적인 이 시점이 자유세계평화안전과 조국의 승공통일의 과업에 기여될 위대하고 찬란한 승리의 개선으로 잇달을 때까지...
-1965년 9월 20일 청룡부대 파병식에서 대통령유시에 대한 단장의 답사 중에서

 
미군정하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미국의 책임도 물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대량학살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발생한 일이라 자기들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죠. 1948년 8월 24일 한미군사안전협정이 맺어졌거든요. “여순사건 때도 너무 가혹하게 진압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당시 이범석 국방장관이 “내가 국방부장관이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4·3 희생자의 절반에 이르는 사람들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시기(1948년 11월~ 1949년 3월)에 윌리암 로버츠 미군 군사고문단장이 한국군을 직접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그 한 예로 1948년 12월에 로버츠 단장이 이승만 대통령, 이범석 국방부장관, 채병덕 참모총장 앞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송요찬이 대단한 지휘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을 주어야한다.”고. 실제로 송요찬이 상을 받거든요. 그해 12월이면 공식적으로 인정된 희생자 숫자만 2,970명이예요. 그러면 실제 희생자는 그 2배 정도가 된다고 봐야 되는데.. 한 달 동안  5천, 6천명을 죽였단 얘기예요. 하루에 200명씩 죽였으니 상을 주라는 얘긴데.. 미국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거죠

“송요찬 연대장은 대단한 지휘력을 발휘하였다. 이런 사실이 신문과 방송, 대통령 성명에 의하여  일반에 대대적으로 선전해야 할 것이다.”
- 1948. 12. 18. 로버츠 고문단장, 한국 국방장관에 보낸 공한
 
“송요찬 중령과 미 고문관은 제주도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귀하의 제안에 근거하여 대통령 성명을 발표하도록 추천할 것이다. 송 중령에게 적절한 훈장 수여할 것을 약속한다.”
-1948. 12. 21. 참모총장 채병덕, 로버츠 장군에게 보낸  답신

 
“남로당이 4·3봉기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제주4·3’의 역사적 의미와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4월 3일 봉기를 주도한 것은 남로당 제주도지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왜 봉기를 일으켰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산주의적 이념이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에 방해가 되는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봉기를 일으켰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해방 공간에서 각축하는 여러 정치세력들 있었는데 남로당은 그 중 유력한 정치세력 중에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냉전체제가 수립되고 있는 과정이었고 때문에 미국은 남쪽에 친미반공국가를 세워야했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세력관계를 뒤집어엎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 주요세력이었던 인민위원회나 남로당을 계속 탄압해야 했던 것이죠, 그 과정에서 제주도 같은 경우 단기간에 아주 가혹한 탄압이 이루어졌던 것이고, 거기에 맞서서 저항하는 봉기가 일어난 것인데...  미국이나 이승만 정권은 “남한의 단독정부, 친미반공정부의 정통성, 정당성 여기에 대한 도전”이라고 봤고, 남과 북, 2개의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는 “남이 아니면 북과 가깝다 그러면 멸균을 시켜야 대상이다.” 그렇게 이념적으로 규정해버린 거죠.
 
소설가 김석범 선생은 “기억의 자살”이라고 표현했지요. 제주 4.3은 오랫동안 침묵해야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50주년까지가 사실은 강요된 침묵의 시절이었다 할 수 있어요. 40주년 들어서서 제주도 안에서 연구소가 만들어지고 제주도의회에 특위가 만들어지고 신문사에서 4·3취재반이 가동되어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공론화작업이 이루어진 게 50주년이었습니다. 1997년에 범국민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그 때 슬로건이 “50년을 넘길 수 없다 제주4·3 진실 규명하라” 딱 그거 하나였어요. 제주4·3의 진실을 덮어놓고 대한민국이 21세기로 넘어갈 수 있느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1999년에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2000년부터 시행이 되어 진상조사활동이 진행되었고, 2003년에 보고서가 나왔던 거죠. 그 이전은 그야말로 강요된 침묵의 시기였죠.
 
강요된 침묵, 그 시간의 무게가 희생의 고통만큼이나  아프게 느껴집니다.
정말 가슴 아픈 게 사태가 종료된 다음에도 가해자들과 한마을에서 살아야 했다는 겁니다. 서북청년단 출신들 중에 정착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강제든 자의든 제주도 여성들과 결혼해서. 그리고 그들이 주류였죠. 제주도만이 우리나라 어디서든 4·3학살을 자행했던 세력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이 나라의 주류고, 집권세력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침묵이 강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4·19 때 잠시 국회에서 보도연맹 중심으로 양민학살 진상조사반이 꾸려졌었는데, 그 때 국회조사단이 제주도에 딱 하루 방문 했어요. 나중에 보니까 제주를 방문한 국회조사 단장이 서북청년단 출신이더라고요. 그리고 제주대학교에서도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져서 대학생들이 조사 활동을 벌이고 했는데, 5·16 나면서 모두 감옥에 끌려갔죠. 그 당시 주도했던 신문사 사장도 감옥에 끌려갔고. 다시 침묵했죠.

현기영작가와 소설 순이삼촌

1977년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400여 명을 학살한 북촌사건을 소재로 소설<순이삼촌>를 발표했는데, 그 당시 보안사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지요. 그러니까 4·3은 감옥에 갈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말할 수도 글로 쓸 수도, 그릴 수도 없었던 거죠,
 
제 경험입니다만 1985년에 학생운동하다 구속됐었는데 ‘너 4·3 공부했지’ 딱 이것부터 묻더라고요. 제주도 출신이니까. 무슨 의미겠어요. 4·3을 안다는 것 곧 좌경이라는 거잖아요. 저희 부모님도 피해의식이 너무 커서 경찰에 쫓기고 있을 때 그러셨어요. “차라리 김영삼 밑에서 정치를 해라. 4·3 운동을 하면 죽는 일이다” 자식이 학생운동을 한다는 것은 4·3운동이고 죽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죠. 4·3은 곧 감옥이고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었죠.
 
1999년 특별법이 개정되고, 2003년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4·3희생자들은 울지도 말하지 못했던 그 고통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본다면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예를 들면 강북구청에서 강북구에 연고가 있는 항일운동지사와 애국지사들의 흉상을 만든다고 추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조병옥이었어요. 강북구청에 항의해서 결국 철회를 했지요. 현재 충남 청양군에서는 송요찬 선양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양군이 낳은 국무총리 중 한 명이라고 한다는데... 그가 누구입니까. 진상조사 보고서에서도 대량학살의 직접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당시 9연대장이었습니다. 

2017년 경상남도 현충일기념식

더 충격적인 것은 2017년 현충일에 충격적인 사진이 올라왔는데, 경상남도에서 현충일 기념식에서 경상남도 애국 지사들을 대표위폐가 누구였냐면 박진경이었어요. ‘30만 제주도민 다 죽여도 된다’며 강경 진압작전을 펴다가 참다못한 부하들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는데, 그게 순국인거죠. 그것도 그냥 순국이 아니라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애국지사인거죠. 우리 사회에서 4·3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상징적인 사건들이예요.

우익단체의 위패화형식

4·3평화공원에는 현재 희생자로 인정된 분들만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패를 모셨다가 내려버린 분들도 있어요. 우익세력들이 계속 공격을 하니까.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 추념식을 하는데 “빨갱이다. 무장대 간부급인데 왜 여기에 와 있느냐?” “대통령이 왜 그런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느냐?” 이런 식으로 공격을 했던 거죠. 서경석 목사를 비롯해 우익단체 사람들은  4·3 평화공원에 와서 진상조사 보고서와 위패가 불량위패라며 불태워버리는 화형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북청년단

제일 끔찍한 것은 서북청년단이죠. 촛불혁명 때 재건서북청년단이라는 깃발을 만들고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 했어요. 그게 학살을 낳은 기본적인 프레임인데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진짜 몸서리 쳐지는 일이죠. 서북청년단을 공공연하게 계승한다는 단체에 제주도에서 서북청년단의 행동 대장이었던 사람이 지금 고문으로 가있죠. 그리고 서북청년단의 정신적 계승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되었죠. 지금.

70주년을 맞아 주요 과제중의 하나가 가해자들에 대한 역사적 단죄의 문제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나고 가해자가 죽어서 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역사적인 기록과 평화공원에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교훈으로 명시하는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져야 앞서 본 것과 같은 일들도 사라질 거라 봅니다.
 
70주년을 맞아 풀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4·3의 진정한 명예회복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50주년을 넘어서면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003년에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은 무엇인가하면 “그 희생자들이 죽을만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다. 국가가 잘못해서 억울하게 죽은 거다.” 이것을 인정한 보고서를 낸 거고, 그것에 의거해서 대통령이 사과한 것이고, 기념관이나 평화공원이 만들어지고, 기념일이 만들어진 거고. 이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겁니다.
 
70년 주년이잖아요. 우선은 다른 거 다 떠나서 생존피해자 1세대 유족들의 상처를 최소한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다 돌아가시기 전에. 지금까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최소한의 배상, 보상과 불법 재판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문제는 매듭을 지어야하고, 추가적인 진상조사의 법적 근거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조사, 잃어버린 마을에 대한 조사, 연좌제에 대한 조사 등... 각론적으로 조사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1948년 12월, 1949년 7월 두 차례의 군사재판이 있었거든요. 일부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즉결처분이 되었는데, 그 때 사형 당하지 않은 분들은 육지 형무소에 갔습니다. 그 분들이 2,530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은 한국전쟁이 나면서 즉결처분 당했죠.
 
육지 형무소에 끌려가신 분들의 명단은 있다는 거네요?
‘수형인명부라’고 해서 1998년에 발굴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분들이 30여명 계십니다. 인천형무소와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던 분들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너무 빨리 내려와서 사살할 틈도 없이 도망가 버렸기 때문에 목숨을 구한 거였죠. 사실 이분들이 가장 늦게까지 가장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중산간마을 분들 같으면 우린 가만히 있는데 죽였다, 억울함을 쉽게 호소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분들 경우에는 ‘죄를 지었으니까 감옥에 간 거였다. 빨갱이였다.’ 낙인찍힌 거죠. 기록이 있으니까. 그 유족들이 연좌제피해를 가장 심하게 받았죠. 공무원도 안 되고...그러면서도 가장 늦게까지 말을 못했죠. 오죽하면 이분들이 처음엔 저희들에게 수형인 명부를 불태워달라고 호소했겠어요. 그분들이 그 재판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어요.

수형인 명부(출처:노컷뉴스)

재심이 받아들여졌나요?
청구는 했지만 사법부가 재심을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판결문이 없어요. 수형인 기록에도 다른데서 잡혀온 사람들은 판결문 요약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갔던 수형인들의 기록에는 공란이예요. 판결문이 없으니까. 판결문이 없는 재판은 재판이 아니거든요. 재심이라는 것은 사실판단을 잘못했거나 법리 판단을 잘못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인데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판결문조차 없는 군사재판은 무효다.”하는 입법을 하려고 합니다.
 
입법화가 가능한가요?

삼권분립의 원칙으로 보면 사법적 절차를 밟은 것을 입법으로 무효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 당시 군사재판은 재판이 아니었다. 사법적인 절차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군사재판은 무효’라고 선언해야만 이분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거죠.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 70주년 슬로건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짚어주시죠.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단순히 제주도 지역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지 못했다.”고 하는 반어법적인 것이기도 하죠. 대한민국역사가 된다는 것은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처들을 치유하면서 끌어안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고, “그 당시 제주도민들이 단순히 희생의 객체를 넘어서 사회와 역사의 주체로서 그 당시 사건과 도민들의 모습들을 다시 복원해야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정명(正名)이라는 거죠.
 
폭동, 사태, 사건, 항쟁...등 시대에 따라 부르는 사람에 4.3에 붙이는 이름이 다릅니다. 바른 이름을 붙이는 정명(正名)은 곧 진정한 명예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지금의 명예회복은 그전까지 “빨갱이어서, 폭도여서 죽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죽었다.”는 것에서 “죽을만한 죄를 지어서 죽은 게 아니었다. 억울하게 죽었다.” 여기까지 인정된 건데, 진정하게 명예를 회복하려면 “바른 역사적 주권자로서 올바르게 행동했던 것이다.” 그게 되어야만 진정한 명예회복인 것입니다.
 
그 동안은 워낙 피해의식과 콤플렉스가 크다보니 우리 유족들의 담론은 “우리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의 농사꾼이었습니다. 이념이니 그런 거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와서 경찰이 죽였습니다.”하는 거였습니다. 만일 그런 거라면 그 분들이 굳이 걸어서 1947년 3·1절에 3만, 4만 명 운집한 그 대열 속에 계시지는 않으셨겠지요. 어쩌면 이거는 “우리의 선조들, 그 당시에 조상들에 대한 자기비하가 아닌가, 더 이상 조상들 욕보이지 말자.”하는 뜻이기도 한 거죠. 그렇게 이야기하면 동학농민혁명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고 광주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고 3·1운동 때 태극기 들고 갔던 사람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 당시 희생된 분들이나 제주도민들이 단순히 피해의 객체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고 지역공동체를 일구어가는 주인들이었고, 또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주권자였고, 주권자로서 “친일파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나라 만들고, 분단에 반대하고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행동했던 역사의 주체였죠. 그런데 그것은 싹 지워버리고 ‘그냥 억울하게 죽었다.’고만 대한민국 역사에 남길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인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통일이 되고, 통일로 가는 길에 있다면 사실은 남과 북을 통틀어 가장 마지막까지 분단에 반대해서 싸웠던 통일의 유공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한국전쟁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7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제주 4·3은 정명正名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는 것-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막스베버는 국가는 “폭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한 집단 혹은 기구”라고 정의합니다. 사실은 폭력 자체가 악마거든요. 그래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은 악마와 손을 잡는 것이다.”라고 말하죠. 그만큼 철저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근대국가라는 것은 국가가 가진 권력, 폭력=악마를 견제하고 순치시키고 문명화함을 의미합니다. 근대국가의 국민은 주인이면서 그 폭력의 대상인 모순적인 조건이죠. 그 폭력을 국민이 위임하는 건데 국민이 또한 대상이 되는 거죠. 그만큼 인권, 법치, 민주적인 절차의 문제가 중요한 거죠. 우리나라 위정자들은 법치주의라고 하면 “국민이 법을 지켜야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죠. “폭력을 독점한 국가는 철저하게 법에 근거해서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의 내재적인 기준은 인권인거죠. 그것을 명시적으로 만드는 것은 법인 거고.
 
4·3이라는 것은 근대국가의 기본적인 원리를 완전히 일탈한 한 거 아닙니까? 법치도 아니고 인권도 없고. 우리가 4·3을 돌아본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우리 국민들이 “국가 권력이 인권과 법치에 의해 작동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뜻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4·3이 정명(正名)을 찾고, 대한민국의 역사로 정립됨은 이 지구상에 마직막 남은 20세기 냉전시대의 유물인 분단과 이념대립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종전과 레드콤플렉스의 종언을 의미할 것이다. 
 
2017년 4월 27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와 함께 다가 올 제주4·3 정명(正名)과 역사정립이 기대된다.

 
“제주 4·3이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길목협동조합 소식지 ‘길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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