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현상은 같으나 본질이 다르다.
(WWW.SURPRISE.OR.KR / 동녘 / 2018-08-31)

촛불집회 초기부터 계엄이 검토됐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람들은 그게 그저 군부의 안일한 시대인식이라는 정도로 이야기하고 있고 실재로 가능하지도 않을 개꿈을 꾼 것이며 과거 안기부의 영광(?)을 추구하는 일부 세력들의 준동으로 공모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겉으로만 보인 것을 불과 몇 십 년이라는 시간의 연장선에서 순진하게 바라본 무지한 인식이다. 사실과도 다르고 진실과도 다르고 가능성면에서도 다르다.

전쟁에는 전략과 전술이 있었다. 이 구성은 고대전쟁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유효했던 개념구성이다. 그러나 현대군사학에서 2차대전 이후부터 이 전략과 전술의 두 축은 분화 확장되어 교습되고 있다. 전략부문에서 구체성을 띤 부문과 전술부문에서 총괄적인 부문이 합해져서 나온 군사이론이 작전술이다.

이 작전술이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2차대전 이후로는 전략도 분화해 구체화되었다. 그럼 왜 전략이 분화되었으며 어떻게 분화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이해하고 그러한 군사학적 개념의 확장 변화를 알아야만 박근혜시기 계엄검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략이라는 것은 전쟁을 수행하는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다. 전쟁은 적에게 자기의 의지를 실행하도록 강요하는 폭력행위다. 이것은 정치행위의 연장선인 것이다.

따라서 전쟁과 그 전략은 정치세력의 온존을 전제로 하여 구상되고 추진되는 것이 당연하다. 고대에는 지배권력이 단일세력이었고 근현대에도 마찬가지로 집권세력은 그 자체로 국가를 상징하는 당연한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징집과 공출등이 가능했다.

2차대전까지는 국가권력, 즉 집권 정치세력의 온전한 인정을 전제로 전쟁이 이뤄졌다. 물론 전쟁이 발발하면 내부 불만 요소들이 표출되어 저항이 생기기도 하고 적과 내통하여 전쟁 수행을 어렵게 만들곤 했다. 그럼에도 이들 위험 요소들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었었다.

그런데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과 더불어 자본주의가 한쪽 진영을 중심으로 극대화 되면서 전쟁의 유일한 기획자이자 세력확장의 최대기구였던 국가라는 개념이 절대적인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으로 전 세계가 자본시장의 원리에 지배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가는 절대적인 징집과 공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가라는 권력기구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졌을 뿐더러 자본만능의 사회에서 국가는 한낱 착취기구로서만 여겨질 가능성이 많아졌다. 자연히 전쟁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내부저항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전략달성의 기본전제인 정치권력의 온전화에 해를 끼칠 내부의 저항인자들을 우선 제거하지 않으면 대외전략의 수립과 실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정치지향적인 군사이론에서 전략개념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력의 온전화가 충분하지 못할, 위험을 제거하려면 대외 상대만 염두한 전략이 아니라 내부의 잠재 적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전략의 개발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해서 , 등장한 이론이 국가안보전략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전략대신 국가안보전략과 기존의 전략 (이를 대전략이라 함) 으로 나눠서 접근하여 최종적으로 전략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은 곧 전쟁과 연관한 개념전략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실상 이 국가안보전략은 대외용이라기 보다는 대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존의 대외용 전략이 여전히 대전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상황이 가시화되면 내부반대파 청산 작업이 무력으로 선행되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암시한다. 통진당해산은 그 한 단면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시기의 계엄검토는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능 상황을 고려한 가운데 대내용 대국민전략의 일환으로 국가안보전략을 동원한 것이라 보면 된다.

군사학에서의 전략 개념의 확장 세분화 결과가 그러한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인식을 못하는 비루한 정치국인들의 몫도 컸겠지만, 군사학을 공부한 군인이라면 국가안보전략이 얼마든지 국내용, 즉 대국민용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론적인 뒷받침을 받았을 것이다.

자본중심의 세계화는 정치권력의 절대권위를 훼손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치권력이 저항세력을 관리관찰하는 수준을 넘어서 선 제압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권력으로서는 생존본능을 향한 선택이겠지만 그 결과 국민의 안위를 해치고 위태롭게 함은 물론 쿠데타나 불법 계엄을 정당화할 위험까지 가중되었다.

자본중심의 세계화는 엉뚱하게도 정치권력의 퇴행적 진화에 일조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자본 권력화를 정치세력이 책임지도록 교묘히 비켜나 있다.

오늘날의 군사학에서 전략의 이론적 전개가 이런 식으로 분화되어 체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민결사체가 만들어져야 하고 최소한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정당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국가안보전략의 대상이 국민이 될 때 우리는 심각한 상황을 만나야 한다. 따라서 권력의 온당화를 향한 전략에 불과한 국가안보전략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이 보호되는 국가구성원생존전략의 계발과 보급이 시급하다.